최근 주요 경제지표인 성장, 물가, 국제수지에 일제히 빨간 불이
켜지면서 저축증대의 필요성이 유달리 강조되고 있다.

지금의 경제난을 촉발시킨 직접적인 원인은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조선등 주력수출품의 가격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지 저축률이
낮은 탓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주력수출품의 수급불균형및 이에따른
교역조건의 악화를 해결할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따라서 우선 급한대로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림으로써 경상수지적자를
축소하는 동시에 기업들의 운전자금수요증가로 인한 금리급등세를
진정시켜 보자는 다목적 카드로 저축증대가 특히 강조되고 있다고 볼수있다.

이를 위해 재정경제원은 지난 8월초 앞으로 일정기간동안 한시적으로
이자와 배당소득에 비과세하는 저축상품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금융실명제의 의의가 퇴색한다든지,조세감면대상을 줄여나간다는
세정원칙에 어긋난다든지 하는 비판이 없지않았지만 대체로 어려운
경제사정때문에 어쩔수 없겠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재정경제원이 작년 세법개정때 약속했던 내년부터 이자소득세의
15%에서 10%로의 인하 방침을 바꿔 당분간 그대로 두기로 했다는 소식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우선 그런 조치로 경제정책의 신뢰성이 또 한번 크게 손상될 수밖에
없어졌다.

이자소득세율의 단계적인 인하방침은 그사이 여러차례 확인돼 왔으며
많은 금융기관과 일반국민들은 이를 믿고 저축과 투자를 해왔다.

그 피해는 이제 불을 보듯 뻔해졌다.

또한 이번 세율인하방침의 보류는 각종 금융상품의 세후수익률에
적지않은 혼란을 일으킬 염려가 많다.

OECD가입이이뤄지고 금리수준의 하향 안정이 예상될수록 세율변동이
금융상품의 수익률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영향력이 커진 세율수준을 함부로 변경하는 것은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사정을 더욱 악화시키기 쉽다.

비근한 예로 올초에 신탁제도개편에 따른 영향을 과소평가한 나머지
통화관리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사실을 들수 있다.

물론 금융상품에 대한 세율인하나 비과세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근로소득세와의 형평, 소득재분배에 역행, 금융소득종합과세제의 퇴색,
세수감소 등의 부작용이 있다.

또한 이자소득세의 인하로 신규저축이 증대되기 보다는 기존의
금융상품간에 자금이동만 촉발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이 이자소득세인하를
약속한 까닭은 그만큼 저축증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제와서 세율인하방침을 슬그머니 보류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의 표본이라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오늘날 경제행위는 합리적인 예측에 기초를 두고 이뤄진다.

그런데 현실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경제정책이 오락가락한다면
어떻게 일반국민들에게 합리적인 경제생활을 하라고 설득할수 있으며
시장자율체제로 가고 있다고 국내외에 공언할수 있겠는가.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