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헌법상 여러가지 특권을 누리고 있다.

반면에 헌법에 명시된 의무조항은 별로 없다.

헌법 제46조에 "청렴의 의무"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할 의무" 그리고 "이권에 개입하지 않을 의무" 등이 있을
뿐이다.

그 국회의원이 할수 없는 일 중의 하나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의
지출 각항을 정부 동의없이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는
것이다.

국회의 중요 기능이 정부의 예산안을 심의 삭감해서 국민의 조세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이므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국회법이 일반의안의 수정동의는 의원 30인 이상의 찬성으로 성립되지만
예산안의 경우는 50인 이상의 찬성으로 강화한 것도 같은 취지라고 할 수
있다.

여야 총무가 국회의원 연금제 도입을 검토하고 3급 비서관 1명을
증원키로 합의했다고 한다.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이 국회에 있으므로 여야가 합의하면 얼마든지
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야의 대립으로 총선후 석달이 지나고 법정일을 한달 이상
넘겨가며 우여곡절 끝에 겨우 지난 7월8일에야 개원식을 가졌던 15대
국회가 그런 일에는 여야가 쉽게 합의했다는 사실은 국민들로 하여금
새삼 그들의 양식을 의심케 만든다.

국회의원도 선출직이지만 공무원인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공무원연금법에 준한 연금제를 도입하려는 생각은 할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평소 의원들은 정치인으로 행세하고 국민도 그들을 봉급생활자
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연금제와 관련해서만 공무원으로 취급해 달라는 것은 국민으로선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또 공무원연급법 퇴직연금 조항은 "20년이상 재직"한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임기4년의 의원들에게 평생 국민들이 그들의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국회의원 연금제 도입이 "의원들의 비리를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현의원들의 재산신고액이 평균 32억원을 넘는데 생활 때문에
비리를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밖에 3급비서관 1명 증원은 현 5명도 선진국에 비해 많은 편이다.

일본은 내각책임제인데도 의원이 비서 2명까지 둘수 있게 하고 있다.

다만 의원 개인비용으로 사설비서를 두는 것은 국민이 관여할 바가
아니다.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양심은 우리를 에고이스트로 만든다"고
말했다.

와일드가 우리 의원들을 보고 한 말은 아닐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