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김미옥씨(26.이화여대 교육학과3)는 요즘 개인 요리강사를
두고 신부수업을 받고 있다.

직장에 다니다 학교에 편입한 그는 공부와 결혼준비를 병행하는 맹렬파
여성.

요리학원에 다니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공부하면서 자신없는 요리부분을 보충할 묘안이 없을까 궁리하던 끝에
그가 찾은 해결책이 바로 CD롬 타이틀 "PC홈요리사"다.

PC홈효리사는 모르는 부분을 반복해서 가르쳐 주는데다 세계 각국의
요리에 무불통지한 베테랑급 요리선생이다.

김씨는 앞으로 4~5명의 CD롬 타이틀 가정교사를 더 초빙할 예정이다.

임신을 대비해 "임신과 육아백과"(건잠머리)를, 가족의 건강을 위해
"우리집 홈닥터"(한텍정보통신)를, 안전운전을 위해 "멋진운전 안전운행"
(에이드시스템)을 구입할 생각이다.

따로 전문학원을 다닐 필요가 없다는게 김씨의 말이다.

신월동에 사는 박 걸군(13.신원중학교 1년)군도 올 여름방학동안 CD롬
타이틀 덕을 톡톡히 봤다.

방학을 이용해 컴퓨터를 배우다 동네에 새로 생긴 "CD롬 대여점"
(한국소프트)에 들러 컴퓨터교육용 CD롬타이틀을 봤다.

"PC바이블"(무한정보미디어)과 "엄청 쉬운 PC"(세광데이타시스템)
"컴퓨터특강"(두산정보통신) "인터넷특강"(두산정보통신) 등 그동안
궁금했던 컴퓨터에 대한 교재가 즐비했다.

판매가격은 1만6,000원에서 2만원대.

이것을 빌리려면 2~3일동안 편당 2,000원이면 족하다.

박군은 학원에 가지않고서도 혼자서 CD롬타이틀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컴퓨터일반"을 배울수 있었다.

이제 김미옥씨나 박군같은 사례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 볼수 있다.

그동안 학원가의 주종목이었던 어학 컴퓨터 취미생활 교과목 등의 영역에
CD롬타이틀이 쏟아지면서 학원생들을 컴퓨터 앞으로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복학습이 절대적인 유아들과 초.중교생을 겨냥한 어학프로그램은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다.

CD롬타이틀이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원음으로 재생할 뿐아니라 듣기평가와
독해시험에 필요한 과정을 충실하게 담고 있어서다.

또 주부들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취미 어학 운전및 인터넷 교육용
프로그램도 인기 있는 종목이다.

한국전자출판협회가 올초 내놓은 시장조사 결과에서도 이같은 인기도가
잘 나타나있다.

협회는 올해 국내 CD롬타이틀시장은 판매량을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64%
늘어난 820만장이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91년말 30여개였던 CD롬타이틀 개발업체수도 130여개사(96년 6월말현재)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대우 등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어 올해안에
시장규모는 1,00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교육용 취미용 어학용 CD롬타이틀의 종류만도
360여종을 넘어서고 있다.

이 가운데 교육용은 이미 CD롬타이틀시장의 42%를 차지,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있지만 유아교육및 취미활동 등 소비자들의 관심분야가
늘면서 급성장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쯤되자 "이제 학원에 갈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학원설립이 자율화되면서 설비도 제대로 못갖춘 곳이 많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게다가 치솟는 학원비도 이들 CD롬 타이틀을 선호하게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CD롬타이틀에만 의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우선 유통망이 정비되지 않아 가격체계가 지역별 업체별로 천차만별이다.

올초 소비자보호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같은제품이 지역별따라 90%이상의
가격차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CD롬타이틀 개발업체가 영세해 내용이 부실한 제품도 더러 있다.

정부는 이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오는 2010년까지 총 5조3,411억원을
투입하는 "멀티미디어 육성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 박수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