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이 28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거쳐 발표한 내년도 세법개정안은
근로소득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근로소득에 대한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높여 4인가족기준 면세점을
월평균급여(보너스를 포함한 월소득)88만원(연간 1,057만원)에서
96만원(연간 1,157만원)으로 올렸다.

소득이 전액 그대로 드러나게 마련인 "유리 지갑"의 봉급생활자와
사업소득자간 세금부담의 형평을 기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할 수 있다.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가 실시되고 징세행정도 전보다 강화된
것이 사실이지만, 봉급소득자와 사업소득자간 세부담의 불균형이 여전히
심한 현실에 비추어 봉급생활자에 대한 배려는 당연한 조치라고 볼수 있다.

그러나 근로소득공제를 확대하는 형식에 크게 의존, 결과적으로 면세점을
매년 10%정도 올리는 것은 반드시 잘하는 일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없지 않다.

근로소득자중 납세자의 비중이 50%를 크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그 비중을 더 낮추게될 조치는 국민개세원칙에 비추어 문제가
없지 않다.

근로소득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9%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부양가족이 없는 1인 근로자의 면세점이 월72만원(연 871만원)이란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갓 출발하는 젊은이들에게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은
여러가지 각도에서 바람직하다.

그 직장에 대한 애착심을 주기 위해서도 그렇고, 사회인으로서의 책임과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실제로 그들이 부담할 세금액수가 한사람 한사람으로 따지면 극히 적기
때문에 세금부담보다는 "직장을 얻어도 세금도 못내는 처지"가 더욱짐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근로소득자에 대한 세금부담경감을 위해서는 면세소득인 실비변상적
급여및 복지후생비 범위를 확대하거나, 라이프 사이클로 볼때 가장 지출이
많은 40~50대 중산층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수 있는 근로소득 체증공제제
등의 도입이 더욱 바람직한 방법이다.

이번 개정안은 근로소득공제확대와 함께 <>수입증가신고 개인사업자및
바코드거래에 대한 세액공제제도입 <>창업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의
세금감면을 수도권지역까지 확대 <>아파트형 공장건설에 대한 특별부가세
감면 등 사업자에 대한 새로운 감면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경기후퇴로 세수전망도 매우 불투명한 상황에서 매우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올해보다 14% 늘어난 내년 예산안과 이번 세법개정안이 "동전의
두면"처럼 떼놓을 수 없는 관계라고 본다면 걱정스러운 일면도 적지 않다.

세출은 크게 늘리면서 세감면 또한 이렇게 늘릴수 있는지, 세출과
세입간 "논리적 괴리"는 없는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명목상의 세율인하(공제확대)속에 물가가 올라 실세수는 늘어나는
이른바 인플레세를 염두에 두고 세입.세출계획을 짰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번 세법개정안은 징세행정의 개선을 전제로 한다고
풀이할 수 있다.

세금의 "문제"는 세제에 못지 않게 세정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