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2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대회의실에서 "21세기 한국 철강산업의 발전방향"이란
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에선 곽만순KERI연구위원과 이영훈한성대교수가 "장기
철강수급전망과 향후 과제", 민동준연세대교수가 "철강기술변화와
향후 투자방향"이란 주제발표를 했다.

곽연구위원과 이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오는 2000년 한국은 5백만t
정도의 철강재 공급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며 "신규 제철업 허용을 통해
공급부족을 메우고 기존의 독점폐해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장기 철강수급전망과 향후 과제"란 주제발표를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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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고도성장에 힘입어 한국은 세계 6대 철강생산국으로
진입했으며 포철은 가까운 장래에 최계최대 철강회사의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러한 고도 성장과 함께 포철의 성공적 민영화 추진, 철강재의
장기 안정적 공급능력 확보, 독과점 공급체제의 해소를 위한 경쟁도입등
중요한 정책과제들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정부 정책당국이 오랫동안 고로 1사, 다수의 전기론및
냉연업체로 철강재 생산의 영역을 이원화시켜 왔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반이후 4반세기 동안 국내 시장규모가 급속히 확대되는
과정에서도 정부의 이원화 정책은 지속되어 왔고 이에따라 철강산업은
포철을 중심으로 독과점적 시장구조를 갖게 됐다.

인위적 생산영역의 조정에 따른 독과점적 시장구조는 가격규제를
초래하면서 철강산업은 규제피라미드 현상의 대표적 예가 되고 있다.

또한 정부의 민영화 추진이 지연되면서 공기업 형태를 유지하는 포철에
대한 정부의 직.간접적 규제와 간설이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고성장을 지속해온 철강산업이 왜 가격규제를
포함해서 규제를 많이 받는 대표적 산업이 되었는가.

근본원인은 앞에서 지적했듯이 진입규제로 인해 생산영역이 제한되어
왔으며 일관제철사업에 신규진입이 있을 시 중복.과잉투자가 발생해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진입규제의 명분으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물론 과잉투자, 과잉설비 여부는 장기 철강수요예측에 의해 판단되어
왔다.

그러나 과거 정부및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철강수요 예측은 실적치와
매번 큰 차이를 보여왔다.

조강기준으로 95년 국내 철강소비 실적치는 3730.6만t이었다.

그러나 산업연구원(1991)은 2684.1만t, 한국과학기술원(1992)은
2800.7만t, 산업연구원(1995)은 3215.2t을 1995년 전망치로 제시했다.

따라서 95년 실적치와 전망치의 차는 각각 1046.5만t,
929.9만t515.4만t으로 전망치가 지나치게 낮음을 알수 있다.

또 이들 연구기관의 2000년 수요전망치는 각각 2970.8, 3032.8만t으로
95년 내수소비 실적치 보다 크게 낮을 뿐 아니라 철강협회가 최근 발표한
96년 전망치인 4036.3만t에 비해 약 1,000만t이나 낮은 수치여서 신뢰도에
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정부출연연구소의 철강소비전망이 큰 오차를 보이는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과거 서구 선진국의 철강소비 패턴이 경제가 성숙되어감에 따라
철강소비의 증가속도가 완만해지거나 철강소비가 감소하는 S자형태를 보여
왔다는 시각에 기초를 두고 우리나라의 철강소비도 S자형태를 가진다고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연구에서 가정한 인당 철강소비의 S자형 함수추정은 다음
세가지점에서 문제점이 지적된다.

첫째, 현재와 같은 자유무역화추세에서 S자형패턴의 논리가 정당화될
수 있는가의 여부, 둘째, 과거 서구 선진국의 철강소비경험으로부터
S자형소비패턴의 논리가 정당화될 수 있는가의 여부, 셋째, 정성적 방법에
의한 1인당 철강소비상한치의 사전적 설정에 관한 문제점 등이다.

향후 WTO체제하에서는 교역이 확대됨에 따라 일률적으로 모든 국가가
S자형 철강소비형태를 갖는다고 말할 수 없다.

특히 한국, 일본, 대만과 같이 제조업중심의 수출주도형 성장국가는
천연자원 및 원자재수출 중심국가 또는 서비스업 중심 국가보다는 다른
여건이 같다고 해도 철강소비는 더 많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의 국가들의 과거 철강소비추니는
서구선진국의 S자 형태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구선진국만의 경험에 비추어 우리나라가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상황을
임의로 가정할 경우, 자의성이 개입될 소지가 높다고 평가된다.

결론적으로 각국의 인당 철강소비는 국토의 크기, 인구밀도, 대외무역정도,
산업구조의 형태, 특히 철강다소비산업의 비중 등 각국의 개별 특성의
영향을 받게된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경제가 성숙됨에 따라 인당 철강소비도 쇠퇴.안정기에
접어든다고 볼 수 없다.

과거 철강소비전망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본 전망에서는
인당철강소비전망 대신 철강소비총량을 설명하는 변수로 선택했다.

전망결과 철강내수소비(조강기준)는 2000년가지는 연평균 6.84%씩
증가해 4,934만톤에 도달하며 2005년가지는 연평균 증가율이 5.33%로
둔화되어 2005년 철강수요는 6,398만톤으로 전망되었다.

종합적으로 현재까지 발표된 국내 철강업체의 신.증설계획에 따른
공급능력, 수출입 그리고 내수소비를 고려할 때 2000년에는 국내 철강공급
부족량은 503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2005년에는 약1,765만톤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었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과거 고도성장을 이룩하였으나 독과점적 시장구조에
따른 문제점 또한 제기되고 있다.

철강산업의 경우 시장개방이 확대되고 관세율이 인하되면서 해외시장
으로부터의 경쟁은 허용되나 국내시장에서는 포철 및 기타 가공업체들이
독과점적 시장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일반적인 독점의 혜해로는 시장지배력을 근거로 한 독과점 가격과
독점력을 이용한 경쟁 기업에 대한 불공정 거래 행위 등이다.

철강산업의 독과점적 시장구조에 따른 문제점과 반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내 생산업자들이 독과점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가의
여부이다.

우선 국내 철강제품의 상당부분(매출액 기준 73%)이 가격규제를
받고 있는 바 독점가격을 형성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또한 국내 공급가격이 국제가격보다 낮다는 사실로부터 독점가격을
형성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 제시될 수 있다.

그러나 철강산업을 포함해 가격규제를 받는 국내 대부분의 독과점
기업들은 가격이외의 수단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규제되는 경우 비가격수단을 이용하여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경기호황시 제품의 인도조건및 시기, 결제방법등 여러 수단을
통해 수요자에게 비용을 전가시킬 수 있다.

국내가격이 국제가격보다 낮다는 사실만으로 독과점적 공급구조에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다.

한 상품시장에서의 독과점에 따른 후생효관는 국제가격과의 비교가 아니고
국내가격의 생산한계비용의 차이로부터 평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열연을 공급하는 철은 이를 원료로 여러가지 가공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2차 가공상품인 후판 냉연등은 기존의 경쟁업체도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하에 포철이 열연 뿐만 아니라 열연의 독점력을 이용하여
다른 제품에서도 지배적인 지위를 확보할 가능성에 있어 2차 가공제품에서의
경쟁은 어렵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경쟁의 대등한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2차 가공제조업을
포함한 제3의 기업이 열연공정에 신규진입함으로써 열연제품을 포함한
기초소재의 경쟁적 공급체제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일반적으로 독점의 경우 비효율성과 기술혁신의 지연현상등이
예상됨다.

최근 포항제철은 인원감축및 팀제 운영등 내부 경영혁신에 노력하고
있고 그 성과 역시 중장기적으로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경쟁체제가 도입될 경우 이러한 경영합리화 노력이 더욱
확대되는 등 순기능이 클 것으로 평가된다.

신규진입을 반대하는 근거는 신규진입시 과당경쟁이 발생하게되고
중복과잉투자로 인해 기존 기업의 가동율이 저하되어 철강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자연 독점산업인 경우 경쟁 결과 중복과잉투자가 발생하는
경우 이러한 경쟁 과정은 과당경쟁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가 있다.

이는 자연 독점기업이라도 시장 수요와 기술 조건에 따라 자연 독점의
산업 특성이 사라질 수 있게 될 수도 있고 또한 이러한 논리가 누가 자연
독점기업이 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없다.

즉 사전적인 진입 규제는 비효율적인 기업을 독점기업으로 보호할
위험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이다.

독점을 보호하는 진입 규제는 기존의 독점기업이 과연 효율적인가에
대한 실험할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모든 기업들에게 동등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이 보장만 된다면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은 가장 효율적인 기업이므로 다소간의 중복
투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성공적일 수 있다.

둘째, 과거 포항제출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높은
가동율(100% 수준)이 지적되고 있다.

설비의 의존도가 높은 철강산업의 경우 높은 가동율이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완전독점체제이고 수요가 할상 공급보다 초과인 상태를 제외하고
완전가동율을 보장해 주는 산업은 오히려 비정상적인 경우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신규진입이 이루어지는 경우 향후 경기순환과정에서 일시적 가동율
하락이 예상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 숨효과는 신규진입에 따른 생산효율성의 저하와 경쟁도입에
따른 전반적 경영효율성의 제고등 경쟁의 순기능을 함께 고려해서 평가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