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호 <대외경제정책연 미주실장>

1900년께 조선인의 멕시코 이민으로 시작된 우리나라와 중남미
관계는 선진권이나 아시아지역 개발도상권과의 관계에 비해 아직도
소원한 상태이고, 세계 주요국들의 대중남미 관계와 비교할 때에도
초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1960년대 이래 우리나라는 중남미 국가들과 반공 및 경제개발이라는
공통의 정책노선에서 이해관계를 같이 할 수 있었으며, UN총회에 한반도
문제가 상정될 때 마다 중남미 국가들의 거의 절대적인 지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서면서 이러한 양상은 변화를 겪게 되었다.

지난79년 니카라과 혁명정권에 대한 미국의 지나친 개입은 유럽과
남미국가들의 맹렬한 비난을 사게 되었고, 급기야 인접 중미국가들
마저도 자발적인 지역평화협상을 추진하게 됨으로써 중남미의 극단적인
반공이념은 희석되기 시작하였다.

한국 역시 1980년대 후반 냉전완화의 국제기류속에서 소련 중국
베트남과의 국교수립을 겨냥한 이른바 "북방정책"을 추진하였다.

이러한 양측의 변화는 "반공과 경제개발"이라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대중남미 외교정책 기조에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오늘날 한국과 중남미 양측이 겪고 있는 "민주화과정"과
양측의 "경제적 격차"를 감안한 새로운 협력모델을 개발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

한국은 부존자원이 적어 수출산업을 육성,이를 통한 발전을 추구하여
왔으며 중남미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단일 1차 산품(석유 커피 돈
보크사이트 바나나 등)의 수출 및 공산품의 수입대체를 추구하여 왔다.

이같은 발전모델 및 경제운용면에서의 양측의 차이는 한국과 중남미가
국제경제면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어려운 여건을 조성해왔다.

따라서 지금까지 양측간의 통상관계는 개별국가와의 교역 투자 증진이라는
한정된 이해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중남미 국가들은 80년대 후반부터 수출주도적인 발전전략으로
선회하는 한편 시장지향적 개방적인 경제개혁을 진행시키고 역내
경제통합을 가속화시킴으로써 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다.

우선 무역의 경우 우리나라의 대중남미 수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1964년 불과 30만달러(총수출대비 0.3%)에서 1995년에는 74억달러
(총수출대비 5.9%)로 늘어났다.

특히 1990년 21억400만 달러에서 1995년까지 연평균 50%의 신장세를
보였다.

한편 우리나라의 대중남미 총수입은 1964년 150만달러(총수입대비
0.4%)에서 1995년에는 40억달러(총수입대비 2.9%)를 기록하였으며
1990~95년사이 연평균 25.9%의 신장세를 나타내었다.

다음으로 투자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의 대중남미 직접투자는 1980년대
후반 국내경제의 3고현상(임금 환율 원자재)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추세 및 중미.카리브 지역 등에 대한 일부 특혜지역 설정으로 확대되기
시작하여 1995년 12월 31일 현재 한국은행 투자기준으로 238건에
3억3,0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남미 투자는 금액면에서 적을 뿐 아니라 중미 및
카리브 도서국의 저임을 활용하기 위한 봉제업에의 투자가 대부분이다.

1995년 이래 가전 3사 및 자동차 업체를 비롯한 대기업그룹의 멕시코와
브라질 등지에 대한 투자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의 추세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수년래에 우리기업의 대중남미
투자는 그동안 저임활용형 소액투자 위주에서 탈피하여 자본집약형
본격투자시대로 진입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원조부문을 보면 우리 정부의 주된 양자간 개발융자수단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부유럽 지역에서
활발히 융통되고 있으나 중남미의 경우에는 매우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기존 정책들의 문제점과 오늘날 중남미 지역의 정치.경제적
변화를 감안할때 우리나라는 중남미 지역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먼저 반공이념에 기반을 둔 대중남미 정치외교는 그 가치를 상실했다.

따라서 대중남미 협력의 중점은 "경제협력"에 두어져야 할 것이다.

중남미에서의 우리나라 경제적 이해는 <>우리에게 부족한 원료의
안정적 공급 <>수출시장및 기업의 진출기회 확대 <>지역경제 블록화로
인한 영향의 최소화로 규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민정책을 재정립해 즉, 개인별 투자이민 보다는 기업이민, 단순농민
보다는 농장을 자영하는 기업화된 농업, 또는 기업화된 제조업 형태의
이민을 장려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경우에는 고등교육을 받은 1.5세및
2세들이 많아 현지 사회의 전문분야에 진출하고 있어 대중남미 경제협력
정책은 이들 교민들을 적극 활용하는 모델이 되어야 한다.

업계와 정부는 향후 중남미 시장에 대한 수출을 지속적으로 확대.유지해
나가기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첫째, 우리나라의 수출은 대만 중국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향후 계속적인 시장확대를 위해서는 품질 가격 홍보면에서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둘째 대중남미 수출은 전자 전기 자동차및 선박등 일부 품목에 한정되어,
이들 품목의 부침에 따라 수출실적이 크게 영향을 받는 불안정한 수출구조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잡제품 생활용품과 같은 경공업제품의 수출을 늘리는 등
수출품목을 다양화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출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수출지원정책은 중남미 각국의 2차산업 육성책을 감안, 중간재및
자본재부문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경제협력의 기타 분야도 한국상품에 대한 구매를 신장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넷째 중남미에 대한 시장정보는 시의성이 떨어지는 데다 다양하지 못해
정보채널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기업의 경우 시장동향을 파악하는데 애로가
많다.

대중남미 투자를 증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투자대상지의 다각화를 추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중남미 투자는 그동안 멕시코의 미국 국경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을 띠었다.

둘째 중남미와의 산업협력 차원에서 투자가 진행됨이 바람직하다.

중남미 국가들은 수출부문의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외국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며, 완전고용상태에 근접하기 위해 산업체제및 기술혁신능력을
선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상충된 과제를 안고 있다.

셋째 이와 같은 산업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정부채널에서는
통상장관회담, 경제공동위를 활성화하고 특히 중남미 각국과의 투자보장협정
및 2중과세방지협정 체결을 적극적으로 주진해야 하겠다.

넷째 산업협력의 가장 기초적인 방안으로서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재조정
차원에서 볼때 우리나라가 WTO시대를 맞아 점차 비교열위에 놓이고 있는
섬유 신발등 사양산업, 즉 노동집약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해외이전
및 이를 통한 해외진출 기반확충을 들 수 있다.

다섯째 산업협력은 더 나아가 중남미의 저임활용을 목적으로 한 투자에서
탈피하여 자본 기술집약 산업으로 확대됨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여섯째 중남미 지역에서는 향후 10년간 약 1조 달러에 달하는 인프라투자가
통신 전력 도로 철도 상하수도 공항 시설분야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중남미 국가들의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따라 건설및 통신시설
분야에의 진출기회가 넓어질 것이므로 이에대한 진출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민간의 중남미진출을 지원키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는 미주개발은행(IDB)의 가입이다.

우리나라가 협력차원에서 지원할수 있는 분야는 저리의 직접융자,
국제금융기관(IFIs)을 통한 간접융자 등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자율및 연계여부 등 EDCF 자금의 융자조건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기존의 "소액다국가 지원방식"을 지양아고 앞에서
언급한 우리의 현지투자 방향과 연게된 부문및 국가에 대한 "집중지원
방식"으로 전환함이 바람직하다.

결론적으로 한-중남미 새 협력시대에 가장 커다란 과제는 우리가
중남미와 진정한 상호보완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양측간 정치 경제적 발전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으며, 양측은 산업입지
조건및 기술과 자본등 여러면에서 각자의 경제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위치에 놓여 있다.

우선 우리의 대중남미 정책의 기본적 이해는 원료공급의 안정적 확보,
수출시장확대, 지역블록화로부터의 영향 최소화, 한민족의 활로개척 등
경제협력 분야에 두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민정책은 개별이민보다 기업이민 중심체제로 전환하여
해외투자의 보완형태로서 운영되어야 하고 해외동포에 대한 보다
조직적인 생활기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중남미의 신경제질서와 관련, 구체적인 우리의 대중남미 경제협력
정책은 현지 국가들의 개방적 시장지향적 경제개혁에 부합하는 적극적인
제조업 또는 농업부문 직접투자, 자원개발투자, 민영화 사업에의 참여를
모색하여야 하며 유.무상 자금협력 분야에서도 "호혜적 경제협력"원칙에
따라 현지국가들의 경제 사회 현실에 부합하는 사업들이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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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6일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에서 개막된 해외건설협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은행그룹이 공동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 "중남미 건설투자사업 워크숍"에서 발표된 주제문 요약 내용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