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세계경제참여''를 주제로 한 제6회 북한경제국제학술회의가 20일
호텔롯데 사파이어 볼룸에서 개최됐다.

한국경제신문사 북한경제연구소와 한국경제연구원이 공통주최한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북한의 개방노력과 실상및 한국기업의 역할등에 관한 4개
주제별 발표및 종합토론이 있었다.

오전 회의에서는 ''북한경제개방의 필요조건과 지원자원'' ''북한의 기업과
산업화전략''이 논의됐고 오후에는 ''북한의 세계경제 참여방안'' ''북한경제의
세계화와 한국기업의 역할''이 논의됐다.

이날 발표된 ''북한의 기업과 산업화전략''을 요약 소개한다.

( 편집자 )

=======================================================================

데이비드 페넬 < 미 아시아태평양발전전략연구소 실장 >

북한은 최근 해외투자를 유치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기업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의 가장 가시적인 예가 나진.선봉의 투자지역과 오는 9월
북한에서 개최되는 비즈니스포럼이다.

서방의 일부 관찰자들에게는 북한이 투자를 개방하고 유엔개발계획(UNDP)
및 외국기업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최근 변화가 북한의 사상적 변화, 즉
주체사상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자립경제를 유지한다는
북한의 국가목표는 변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목표가 외국과 경제적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과도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

그들은 북한이 결코 폐쇄경제를 추구하지 않았으며, 이제 적극적으로
서방의 자본을 유치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자립경제란 모든 것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대외무역이 없는 경제
체제가 아니라 필수적인 것만 국내에서 생산하고 그밖의 것은 외국과의
경제협력, 기술협력을 통해 공급받는 경제체제라고 설명한다.

자유무역이 북한의 주체사상과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의 변화된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변화된 상황의 성격을 분명히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북한은 역사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들과 정치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유대를 강화하여 왔다.

이에 따라 사회주의국가들의 몰락이 북한에 준 충격은 엄청난 것으로
보인다.

많은 자료들이 정치적 의도아래 작성된 것이긴하지만 공통점은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이 북한경제에 큰 손상을 입혔다는 지적이다.

한예로 북한무역의 38%를 차지했던 구소련의 붕괴로 인해 북한은 지난
91년 처음으로 러시아와의 무역에서 경화를 요구받았다.

더욱이 사회주의 국가의 붕괴는 단순한 우방의 상실뿐만 아니라 그들이
남한과 점점 더 긴밀한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북한에게는 큰
손실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러시아가 90년에 남한과 국교를 맺었으며 92년에는 중국이 남한과 대사를
교환했다.

오늘날 남한은 과거북한의 가장 가까운 우방이었던 러시아 중국 몽고
베트남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제 북한은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그들의 대외경제관계를 재정립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북한고위층은 "우리는 사회주의시장의 붕괴로 제품을 팔 수도 없고 원유를
사들일 수도 없게 됐다"며 이런 위기상황을 인식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곤경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회주의를 포기하려
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사회주의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북한이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긴 하지만 외교정책목표를 수정하고 있다.

북한당국의 체제수호의 선전 가운데서도 과거와 다른 부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즉 여전히 김일성과 김정일, 주체사상, 반제국주의 등에 대한 선전과
선동은 계속되고 있으나 미국에 반대하는 주장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당국자들은 미국의 사업가들이 그들이 변화했다고 생각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여전히 통일을 갈망하고 있는 그들은 이제 외국투자유치에도 주안점을
두는 것 같다.

그러나 현재 해외투자유치에 대한 북한의 정책변화가 한반도의 통일문제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독일의 통일후 많은 분석가들은 한반도가 5년안에 통일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독일의 통일과정은 초기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주의권이었던 동독지역이 자본주의화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거대경제
대국 독일에게도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의 통일이 남한에게 지우게 될 부담의 정도는 훨씬 높을
것이다.

구서독은 통일당시 이미 경제강국이었으며 유럽의 중심국가였다.

그러나 남한은 경제규모에서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동아시아경제의
중심국가도 아니다.

이웃에 일본 대만 중국 등 강력한 경쟁국가들을 갖고 있다.

독일의 경험은 일부 경제학자들에게 북한체제의 붕괴를 통한 통일보다는
북한의 경제적 조건을 개선시키는 것이 더 나은 정책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했다.

또한 북한당국자들도 사회주의국가의 붕괴에 따라 구지배계층이 과거의
권력과 재산을 잃고 몰락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기존의 사회주의체제를
계속 고려하려고 한다.

따라서 북한은 통일보다는 북한체제의 생존을 도와줄 수 있는 투자와 무역
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그들의 주권을 인정하는 자본주의국가들과의 우호적 관계를 강화
시키겠다고 말하고 있다.

김일성의 교시에도 이런 내용은 포함돼 있다.

이러한 변화의 구체적인 예가 바로 나진.선봉의 자유무역지대다.

북한당국은 홍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나진.선봉에서도 할 수 있다고 선전
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이는 투자활동에 한정돼 있다.

홍콩과 같은 소비적인 분위기는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 일본 한국의 기업들이 나진.선봉지역에 투자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북한은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대표단을 파견하며 여행사무소를 개설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제조업자들과 한국의 투자가들은 나진.선봉지역의
열악한 사회간접자본을 걱정하고 있으며 휴전선에서 가까운 남포와 원산을
선호하기도 한다.

러시아는 북한의 나진.선봉지대가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의 경제적 경쟁
지대가 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내륙국인 몽고는 두만강지역개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사회주의 붕괴에 따른 교역상대국의 상실로 받고 있는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그들의 정치체계는 바꾸지 않으면서 투자에 문호를
개방하는 정책으로 북한경제를 세계화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최근 독일의 사정은 한반도문제의 초점을 통일보다는 북한의 세계
경제참여로 전환시키는데 일조했다.

북한의 투자유치정책의 성공은 북한나진.선봉지대가 얼마나 투자자들에게
유인을 갖고 있으며 나진.선봉지대의 개방이 북한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