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작업자의 1인다기시대".

생산현장에 다능공 바람이 불고 있다.

다능공이란 여러개의 기계를 작동시키고 또 두 가지 이상의 공정을
수행하는 작업자를 말한다.

한마디로 "기능 탈렌트"다.

이는 단위공장들이 과거 작업자에게 숙련된 한 가지의 전문기술을
요구했다는 점에 비쳐보면 소리없는 "큰 변화"다.

생산 작업자의 이상형이 "전문기술인"에서 "만능기술인"으로 변하고
있는 최근의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전 작업자가 5가지 이상의 공정을 수행토록 한다는 것을
목표로 다능공 육성에 착수했다.

삼성은 다능공으로 인정될 경우 별도수당을 지급하고 인사고과에
반영키로 했다.

제화전문업체인 엘칸토는 한 사람이 두개 이상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기능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밖에 LG전자 대우전자등은 작업자가 복수의 공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라인자체를 바꾸며 다능공 육성에 나서고 있다.

국내업체들이 이처럼 다능공제를 도입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생산패턴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일반화되면서 작업자도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해졌다"(이상원 전자산업진흥회
부회장).

예컨대 최근 기존 컨베이어방식을 급속히 대체하고 있는 셀
생산라인에서는 작업자가 다능공이 안될래야 안될 수가 없다.

셀라인은 대량생산을 목표로하는 컨베이어방식과는 달리 여러 품목을
조금씩 생산하는 21세기형 생산체제다.

"4~5명이 부품조립에서 완성품 포장까지 완성하는 이 방식에서는
사실상 한 사람의 작업자가 모든 공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LG전자
TV담당 유철곤이사)는 것. 국내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이 높아진 것도
다능공제 도입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고임금구조하에서 인건비비중을 낮추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두
명이상의 몫을 하도록하는 게 필요하다"(이부회장)는 지적이다.

따라서 다능공제도를 실시할 경우 라인에 투입되는 절대인력을 줄일
수 있어 총 생산원가에서 인건비 비중을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능공 도입이 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불량률을 줄이고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예컨대 전문기술을 가진 작업자가 결근을 했을 경우 다른 사람이 대신
라인에 들어간다면 아무래도 불량이 날 확률이 높다.

결국 제2, 제3의 전문 기술자를 확보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

또 다능공제도를 실시할 경우 작업시간이 줄어들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선반공은 선반만, 드릴공은 드릴만 다루는 단능공체제에서는 작업공정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 사람이 여러 작업을 할 경우 공정수가 줄어들어 작업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된다"(조종만 엘칸토 품질관리팀장).

공정수가 줄어듬에 따라 생긴 여유공간에 라인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는
잇점도 있다.

물론 다능공제는 말처럼 쉽게 실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생산환경이 다능공을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이부회장).

자동화 장비를 설치하거나 라인에서 조립하는 부품 수를 줄이는 등 사람의
손이 덜가도록 생산구조를 변화시켜야한다는 것.

물리적으로 한 사람이 두 명이상의 몫을 하기 위해선 그만큼 작업구조가
자동화되야 한다는 뜻이다.

셀라인에서 1차조립한 부품 덩어리(모듈)가 조립의 기본단위로 사용되는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또 작업자들의 업무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권한을 부여하는 둥 생산라인
운영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삼성전기가 5가지 이상의 작업을 할 수 있는 "다기능공"을 현장 감독자로
양성키로 한 것이 대표적 예다.

권한없이 업무분야만 늘리면 작업자의 사기가 떨어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앞으로 다능공제도가 생산현장에서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임금구조와 다품종 소량생산체제가 정착되고 있어 다능공은 선택코스가
아닌 필수종목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는 결국 생산현장에서 한가지 기술만을 고집하는 장인이 아니라 모든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팔방미인"이 우대받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노동력의 메리트를 저임금에만 촛점을 맞춰온 국내기업이 새로운
생산요소로 등장하고 있는 "다능공"을 어떻게 활용해 나갈지 두고볼
일이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