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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최근 부분개각을 단행했다.

수출과 국제수지에 적신호가 켜지는 등 국가경제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난국타개형 개각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최근의 경제적 난국은 고임금 고지가 저기술 기업조직의 관료화 정부의
비효율 등으로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반증이라는 해석이 많다.

새로운 국면에 처한 국가경제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이를 극복할수 있는
방향모색을 위해 한국경제신문사는 ''96 하계 알래스카 경영자 포럼''을
개최하고 앵커리지 근교의 알리예스카 프린스호텔에서 양봉진 본사
국제부장의 사회로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박사와 김덕룡 정무1장관,
서정욱 한국이동통신사장,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의 좌담회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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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한국을 둘러싼 정치 경제 사회환경들은 그리 우호적인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우리주변을 둘러 싸고 있는 국제 정치 경제 환경을 점검해보면 어떨까요.


<> 김덕룡장관 =한국은 지난 30년간의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으로 선진국의
문턱에 서 있고 아시아.태평양시대의 도래등으로 세계사의 중심국가로
도약할 기회를 맞고 있지만 여러가지 난관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중국을 비롯한 후발 개도국이 빠른 속도로 추격해 오고 선진국들은
선진국들대로 시장개방압력 등 여러 가지 견제와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선진한국을 실현가기 위해서는 정치 사회 국민의식이
모두 선진화됨과 동시에 경제도 한단계 더 올라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가 매우 중요한 일이고 국가정책도
여기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 사회 =김장관께서는 국가경쟁력배양 문제를 제기하셨습니다.

이와관련, 한국인들이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 토플러 박사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몸부림의 역사였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의 변화는 너무나 급격해서 그 전례를 찾아 볼수 없을
정도입니다.

결국 이런 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느냐가 국가경쟁력의 요체라고
봅니다.

따라서 내가 이자리에서 지적하는 것들은 꼭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기보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지구촌인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여러가지 변화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일고 있습니다.

이것 저것 주변 정황을 살펴볼 때 한국은 아시아.태평양시대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국이 추구하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선결해야할 구체적인
과제들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국가조직의 효율적인 정보화입니다.

요즈음 어느 나라든, 또 어느 개인이든 정보화를 입에 올리고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어느 정도로 추구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접근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게 나의 느낌입니다.


<> 사회 =서정욱 사장께서는 한국이동통신의 최고 경영자이고 정보통신
분야에 남다른 식견을 갖고 계신데.


<> 서정욱사장 =토플러 박사가 지적한대로 정보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우선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맹목적인 정보화는 오히려 많은 폐해를 가져오기 쉽습니다.

게임을 즐기거나 불건전한 포르노 잡지를 찾아보는 정도를 정보화의
한 단면으로 묘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 사회 =정보화의 한 구체적인 단면으로 초고속정보통신망이 자주
거론되고 있는데.


<> 서사장 =초고속 통신망은 위성망과 케이블TV망을 묶는 것은 물론 모든
관련 사업자들의 시설까지 총망라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마련해 놓고 있는 제도나 여건이 이러한 혁명적
변화를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를테면 방송과 통신, 서비스와 기기산업을 관장하는 행정주체가 분리되어
신문 방송 정보통신 컴퓨터 영화 광고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종합적
으로 육성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1세기의 사회기반인 초고속정보통신망이나 멀티미디어
산업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의욕을 가지고 진출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또한 기존의 통신망을 어떻게 초고속 정보통신망으로 탈바꿈시킬 것인가,
누가 그것을 원하고 있는가, 또 이런 망이 완성되었을 때 그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등의 문제를 깊이
연구하고 있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 사회 =열거하신 지적사항들은 정부나 기업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데.


<> 서사장 =유감스럽지만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김장관 =정보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의
공통분모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최근 국민들이 정치에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이유가 정계의 정보화에
대한 인식결여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파악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정치도 개인화된 서비스여야하는데 이사실을 정치인들이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치인들은 정보화가 정치 외교 국방안보 사회 경제 교육 문화 도덕
윤리면에서 각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회 =정보화는 국가안보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다고 보는데.


<> 서사장 =국가안보에 정보 및 네트워크 기술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정보전쟁시대에는 정보 통신의 중요성이 더욱 커져 군사 전략및
전술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정보전쟁은 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Command, Control,
Communications, Computers & Intelligence : C4I)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전쟁 개념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격전이 20세기형 전쟁이라면 정보 및 네트워크 전쟁은 21세기형
전쟁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의 당면과제로 삼아야 할 것은 국지적인 정보기능에서
탈피, 세계화된 글로벌정보기반(Global Information Infrastructure : GII)
을 조속히 구축해 국방등 국가안보시스템을 정보화하는 일입니다.

각 군간의 호환운용은 고사하고 같은 군내에서도 호환운용이 불가능한
현재의 경직된 정보 시스템에서 어느 파트너와도 호환운용이 가능하며
대용량이고 보안성이 있으며 지구상 어디에서도 접속 가능한 GII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 사회 =오늘 좌담회는 "변화에 대한 대응"이라는 주제에 비중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그동안 문민정부가 추진해온 개혁도 크게 보아
"변화에 대한 적응"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으리라 보여지는데.


<> 김장관 =물론 문민정부의 개혁은 크게 보아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
과정이었다고 평가해야 합니다.

돌이켜보면 문민정부는 많은 의욕과 의지를 가지고 개혁을 추진해
왔습니다.

금융실명제와 토지실명제, 그리고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법 개정 등이
대표적인 것입니다.

경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청와대 안가의 철폐라든가,
군의 개혁같은 것은 우리를 단단히 묶어두고 있던 구각을 떨쳐버리기
위한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경제관련 개혁을 위해서도 그간 2천여건의 규제완화를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날의 쌓이고 쌓인 관행과 타성 때문에 추진하는 과정에는
상당히 어려운 난관이 많았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볼 때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피부에 와닿는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하는 게 오히려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구각은 두꺼운 것이 사실이고 기득권 수호를 위한 세력의 저항은
거센 것이 사실입니다.


<> 사회 =그러나 정부는 변화를 주도할수 있는 주체일수 밖에 없습니다.

변화의 중심에 서있는 정부의 역할에 대해 더 논의해 볼까요.


<> 이한구소장 =정부의 역할과 관련, 우리는 그 영역을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정부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와 민간이 잘 할수 있는 분야, 그리고 민간과
정부의 합작으로 잘 해낼수 있는 부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시장 메커니즘이 중요하고 이에 비중을 둬야 한다는데는
이의가 없지만 모든 것을 시장에만 맡길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일정부문에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 김장관 =아시다시피 우리의 정부조직은 산업화 과정에서 그때그때의
행정적 상황에 따라 확대돼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조직이 합리적이지 못하고 필요이상 비대해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운영방식 또한 권위주의적인 부분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규제완화와 관련해서는 피부에 와닿는 변화가 엿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규제할 수 있는 기구와 인원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규제완화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런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부분 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인식에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가 추구해야할
방향은 결국 작은 정부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를 추진하는 방법론에는 어느정도 차이가 있고 그런 변화를
급진적으로 추진할 것이냐, 아니면 보수적으로 할 것이냐에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 사회 =정부의 권위주의적인 자세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한보가 최근 추진하려던 시베리아 가스사업은
신고대상이지만 통상산업부는 신고서를 반려했습니다.

신고서를 반려한다는 말자체가 우스꽝스럽다는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 김장관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수요의 측면에서만 파악하다 보면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하나인데 반해 정부의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사람은 많고
그 원하는 바도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제공하는 것이 정부가 추구하는
목표지만 모든 사람을 일거에 만족시킨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정부의 역할을 몇가지로 요약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시행하는
쪽으로 행정서비스의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토플러박사 =김장관의 지적대로 정부의 역할과 관련, 정부가 할수있는
일과 할수없는 일을 제대로 구분하고 이를 확실히 하는 일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할 능력도 없고 또 해서도 안될일을 하려고 할때 비능률과 낭비가
수반된다고 봅니다.


<> 사회 =최근들어서는 정부가 동네북이 돼있다는 동정론을 펴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든 경제의 악은 정부때문이라는 일방적인 시각에 대한 경계심도 일부
에서는 일고 있습니다.

그 증거로 대기업집단 조직자체내의 뇌물수수 등 부정과 부패 그리고
관료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들도 있습니다.


<> 이소장 =대기업조직원들에 대한 뇌물수수 등이 경제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극히 제한적이고도 일부에 지나지 않은
일이라고 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기업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까 조직의 관료화에 따른
무사안일, 나태 등 동맥경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도 공기업등 공공부문의 문제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사기업은 문제가 포착되면 즉시 문제해소를 위한 조치들이
취해지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 김장관 =반복되는 얘기가 될지 모르지만 정부의 중요한 역할은
치안유지, 공정한 경쟁을 위한 여건조성, 사회적 약자편에 선 보호기능,
교육, 그리고 미래를 희망적으로 내다볼수 있는 비전제시라고 봅니다.

그 중에서도 경제와 관련지어볼때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보다 공정한
게임을 할수 있는 여건의 확보를 위해 법률과 제도를 정비해 나가는
일입니다.


<> 사회 =변화하는 환경속에서 재벌그룹들의 장래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특히 공정한 게임을 위한 여건조성이라는 명제와 정부의 대기업정책은
어떻게 묶어야 할까요.


<> 이소장 =국제화 자유화 정보화 기술혁신의 시대에 기업간 격차가
벌이지는 현상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특히 재벌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경영구조는 상호불신이 심한 사회환경
속에서 자본집약적 대규모사업을 키우기 위해 불가피했던 측면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토플러박사께서 지적하신대로 기술과 지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자원동원의 필요성이 커지는 시대에는 가족중심의 경영형태를 유지하는게
오히려 경쟁력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또 작은 정부 추구라는 정치 사회적 공감대와 압박은 우리로 하여금
기업내부의 투명성, 분권경영확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할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것은 정부가 과연 소유분산,
투명경영, 분권화와 네트워크화를 위해 강제적수단을 도입해도 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 토플러박사 =세계는 소집단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규모의 경제"라는 용어는 구시대적 경제용어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만 3천만명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더 강조해 표현한다면 세계는 분자화(particle)시대를 맞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정보화 시대에는 모든 거래가 공급하는 사람과 이를 사 쓰는 사람이
사이버 스페이스를 통해 직접 만나고 있습니다.

이같이 큰 공룡집단이 작은 단위로 나뉘어지고 있는것은 필요에 의한
적응과정이라고 볼수있고 따라서 한국의 재벌문제도 이같은 맥락에서
분석돼야 한다고 봅니다.


<> 사회 =토플러 박사께서는 "규모의 파괴시대"(demassification)에 대해
언급하면서 "작은 것", 즉 소기업들의 경쟁력과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 토플러박사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기술과 지식의 발전에 따라 세계는
앞으로 "규모의 경제"가 퇴조하고 소기업의 다품종 소량생산이 유리해지는
시대를 맞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기호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맞춰줄 수 없는 기업은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요즈음 유통업체인 월 마트가 한 가게에 진열해 놓는 제품의 가지수는
무려 11만가지에 달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런 환경적인 변화를 빨리 읽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 사회 =한국은 아직도 기본적으로는 전통적인 중화학공업에 크게
의존하여 성장하고 있습니다.

입으로는 지식산업사회 정보산업사회를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 서사장 =한국이 과거 선진국들의 공업화과정을 그대로 답습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점까지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처럼 정보화 과정에서도
각 부문이 안고 있는 함정에 빠질 위험이 많습니다.

정보화 과정에서는 과거와 같은 시행착오를 또다시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프라이버시 보호나 컴퓨터 입력.출력.기억장치의 관리를 위한 정부차원의
입법 사법 행정적배려는 물론 기업의 이 부문에 대한 세심한 전략마련도
필요합니다.


<> 사회 =한국은 산업화와 생산적이고 협조적인 노사관계가 충분히
정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업에서의 작업방식이나 조직변화는 노동조합과 노사관계에서도
변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변화들이 노사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 토플러박사 =기술 선진국에서는 연대와 단결을 강조하는 노조는 점차
세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근로자 집단이 아닌 개개인의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노조는 가내근무, 자유근무시간제(flex-time), 작업분담(job-sharing) 등
다양한 근로형태를 수용하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 사회 =한국의 국가경쟁력 제고에 장애요인은 고임금 고지가 저생산성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발전이 선결조건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군사독재와 권위적인 정부를 청산하고 민주화를 이룩했지만 정치권은
아직도 분열.대립적인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상황은 사회 전반에 불신과 갈등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김장관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선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불행하게도 우리의 현실은 정치가 오히려 걸림돌 내지 그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치가 공동체의 내일이나 공동체 구성원인 국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인에 의한 권력투쟁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정치가 국민으로 하여금 미래의 희망을 갖게 하며, 국민의 삶의 질이랄까,
국민경쟁력을 높여주는 견인차의 역할을 수행할수 있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뿐만 아니라 분열과 갈등, 그리고 지역주의로 특징 지워지는 낡은 정치로
거꾸로 돌아가는 것으로부터 하루속히 벗어나 역사의 시계방향으로 나와야
합니다.


<> 사회 =세계는 지역별로 뭉쳐 하나의 세력을 형성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공동협력문제를 논의해 보면 어떨까요.


<> 김장관 =앞으로의 우리는 협력의 시대를 맞을 것으로 봅니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현장이던 알자스-로렌지방에서 이제는
프랑스말과 독일말이 다같이 공용어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서로 앙숙이던 독일과 프랑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첨예한 대결지역이었던
알자스-로렌지방에서 공생과 협력의 분위기가 가장 먼저 샘솟고 있는 점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역내 협력관계 강화 그런 점에서 일본과 한국이 2002년 월드컵을 공동으로
개최하게 된 것 역시 역사의 계시라고 저는 믿습니다.

물론 일본이 하루속히 과거로부터 솔직하고 떳떳하게 벗어날수 있기를
바라지만 어쨌든 한국과 일본이 서로 협력하여 아시아.태평양시대를
열어나가라는 역사의 메시지가 거기에는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논리의 연장선 위에서 APEC의 결성과 발전은 아시아.태평양시대를
열어 나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습니다.

이미 한국은 APEC 또는 ASEM 회의 내에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사이의
조정역할을 하는 등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느슨한
상황입니다.

동북아 지역내의 다자간 지역협력,나아가 아시아 지역, 더 나아가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공동협력 문제를, 21세기에는 인류와 세계를 위하여 한민족이
기여할수 있고 기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능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은 단순히 정치.경제적 전략의 차원을 뛰어넘어 21세기 인류세계에
대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명이요, 시대의 소명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 이소장 =모든 세계 질서는 선진국 중심으로 형성되는게 과거부터의
전통입니다만 특히 냉전체제 종식후 서방 선진국들이 경제적 이해관계에
매우 민감해졌고 단기적 이익추구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찌됐든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확대 문제, 지역별 경제블록형성문제,
기술표준이나 첨단제품들의 규격설정 문제, 지구차원의 환경오염 문제와
공정한 국제 경쟁 문제 등에 관련해서 새로운 규범을 계속 만들려는 노력은
향후 몇 년간 우리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합니다.

2차대전후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을 때 나라들간에 자발적인 협조가
이루어졌던 분위기를 되살려 차원높은 협력의 자세를 갖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다만 국제간 협력의 분위기는 국내 각부문의 적응 능력 제고가 뒤따르지
않는 한 실현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 사회 =한국은 지구상에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분단국가입니다.

북한은 김일성의 사후에 아들 김정일이 성공적으로 권력을 승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난의 가중으로 체제가 붕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낳고 있습니다.

통일비용이 막대할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을 본격적으로
도와서 갑작스런 체제붕괴를 방지.지연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김장관 =통일이 우리의 뜻대로 또 계산대로 되는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가능하다면 분단된 남북민족의 통일과정이 동시에 한국민족 전체의
에너지가 극대화되는 과정의 것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이미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바로
우리민족 에너지를 소진시키지 않고 민족에너지를 각각의 입지에서 확대해
나가면서 서로 보완하는 경제공동체를 통하여 민족에너지를 극대화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자연스럽게 정치적 통일에 이르자는 것입니다.

북한이 우리의 진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만이 북한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이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소장 =남북한 통일의 여부나 시기는 우리 나라가 결정할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뜻밖의 여러 가지 사태 전개(시나리오)에 대해 나름대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마련, 통일준비 과정 통일 과정 통일 후에 취할 제반 조치를 구별해서
구체적 실천계획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결정적으로 부족한 것은 북한에 관련된 정보가 현저히 불충분하다는
점이며 남북한 주민 모두가 지나친 기대를 갖는다는 것, 그리고 다른 체제에
대한 이해를 하려는 준비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설사 통일의 기회가 온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시행착오의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같은 통일 비용이 들더라도 비용부담을 분산시킨다는 차원에서라도
사전에 상호 이질감을 줄이는 노력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 정리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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