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즙기업체인 그린파워의 김종길사장(38)에게는 지난 94년이 지금까지도
끔찍한 악몽으로 자리잡고 있다.

94년은 "녹즙기에서 쇳가루가 나온다"는 녹즙기쇳가루파동이 일어난 해.

쇳가루파동은 연매출신장률 200%이상이라는 초고속 성장가도를 달리던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갈 뻔 했다.

"그당시 우리제품은 한국수도연구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일본후생성등의
성능실험결과,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음용수수질기준보다도 철 니켈 크롬등의
함량이적게 나왔다"는 김사장은 "그러나 쇳가루파동은 결국 소비자들의
전체 녹즙기불신으로 이어져 매출이 급감했었다"고 밝힌다.

쇳가루파동으로 무려 60여개에 달하던 녹즙기업체들 대부분이 도산을 면치
못했다.

그린파워와 녹즙기시장을 양분하던 엔젤녹즙기도 이 와중에 결국 문을
닫았다.

오로지 그린파워만이 사면초가의 위기에서 벗어나 재기에 성공했다.

"그당시 대부분의 직원들도 도산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도산을 시키자고 저에게 권유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김사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기업인이 기업을 죽이는 것만큼 큰 죄악은 없다"는 그의 신념이 포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여기에 녹즙기에 관한한 세계최고라는 자신감도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김사장의 기술에 대한 집념은 도산직전에 오히려 더욱 강해졌다.

매출액의 10%이상은 아예 기술개발비로 떼어놓고 예산을 집행했다.

도산의 기로에서도 식지 않은 기술개발의 열기는 이제 이회사를 국내최다
특허보유 중소업체로 발돋움하게 했다.

현재 세계 24개국에 799건의 특허를 등록했거나 출원중이다.

제네바 피츠버그 뉘른베르크 LA국제발명전등에서 대상을 포함, 각종 굵직한
상을 휩쓸면서 전세계로부터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캐나다 최대발행부수 월간지인 어라이브지가 그린파워녹즙기를
세계최고품질의 녹즙기로 선정하기도 했다.

세계최초로 녹즙기를 개발한 업체답게 세계최고의 품질과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로 우뚝 솟은 것이다.

철저한 감축경영도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비결중 하나이다.

먼저 250명이던 직원수를 100명으로 과감히 줄였다.

이때 김사장은 전세금까지 회사회생에 투입, 망하면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는 배수진을 스스로에게 쳤다.

내수에만 치중하다 이같은 어려움을 당한다고 판단, 시장다변화에도 적극
나섰다.

쇳가루파동전에는 없어서 못팔 정도로 내수수요가 폭발적이어서 수출에는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 것.

꾸준한 해외시장 개척 결과 올해는 세계 7개국에 300만달러어치 수출은
무난할 전망이다.

지난 7월에는 일본에 현지판매법인을 설립, 탄탄한 일본시장공략의 발판을
구축했다.

97년에는 일본에 생산공장도 준공키로 이미 현지업체들과 잠정합의한
상태이다.

여기에 김사장은 98년중 대만과 미국등에 생산공장을 세워 세계적인
녹즙기업체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이다.

김사장은 "환경이 악화될수록 자연식에 대한 인간의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녹즙기는 지구에 종말이 오지 않는 한 앞으로 가장 수요가 늘어날
품목중 하나"라고 전망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