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각의 관방장관이란 자리는 우리와 정부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역할을 하는 자리인지 이해하기 힘든다.

공식적으론 정부의 대변인이다.

일본매스컴에서 "정부수뇌의 발언"이라고 인용되는 기사는 관방장관이
"익명"을 조건으로 견해를 밝힌것이라고 봐도 틀림이 없다.

그러나 관방장관의 사실상기능은 "총리의 분신"으로 중요정책에
대한 여당내나 국회와의 이견을 절충하는 중심적 역할이다.

자민당 당독정권시절엔 당내정파간의 이해를 조정했고 연립정권하에선
정당간의 이견을 절충하는 막중한 자리다.

그래서 총리관저안에 있는 관방장관실의 대형금고속엔 각종 기밀서류와
함게 막대한 정치자금이 있는 것으로 소문난 있다.

하시모토 내각의 발족 당시, 가지야마가 관방장관에 임명된 것은
나카소네 전 총리의 강력한 추천때문이었다고 하지만 의외의 인사라는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가지야마는 이미 법무상 통산상 자치상 국가공안위원장 등 정부요직을
역임했고 당직으로도 자민당 간사장과 국회대책위원장을 지낸 거물이었기
때문이다.

또 가지야마는 하시모토총리, 하타 전 총리 오사와 신진당수 등과 함께
구다나카파의 "7봉행" (7명의 실전부대장)의 한사람이었다.

그의 정계 별명은 "네와사시" ( 이면공작을 잘 하는 정치가.

따라서 그가 움직이면 정계에 파란이 인다.

그가 요즘 구상중인게 "보.보연합론"이다.

즉 연내에 국회가 해산되고 총선이 실시되면 지금처럼 자민당 사민당
사키가께 등의 연립정부가 아니라 "같은 뿌리"인 신진당과 연립정권을
수립하자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보수표를 노린 자민당의 총선집략이라고 할 수 있다.

가지야마관방장관은 지난 8일 일경연주최 강연회에서 "한반도 유사시
일본내 조직 (민단과 조총련)간에 시가권이나 게릴라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민단이나 조총련을 "잠재적 적"으로 간주하는
망언을 했다.

또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한국과 북한이) 하나가 되고 미군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남북통일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일본정부각료나 정치인의 망언이나 실언은 지금까지 가끔 있었던
일이나 이번의 그의 망언은 발언자나 내용의 성격이 다르다.

비롯 망언의 저의가 일본자위대의 군대확대에 있었는지 북한정권의
붕괴대비론에 있었는지 확실치 않지만 남북분단의 역사적 책임이
일본에게도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몰염치한 발언이다.

일본정부는 망언을 취소하고 사과해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