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일 지금까지의 주식 장외시장이 코스닥(Korea Securities
Dealers Automated Quotation)이라는 발전된 모습으로 개편되었다.

중소기업을 위한 자본시장으로 1987년 개설되어 340여개 기업이
등록되어 있는 주식장외시장이 제2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사실 그동안 장외시장은 공급 수요 매매제도 등 전반에 걸쳐 한계상황에
처했다.

연간 거래량이 증권거래소시장의 하루 거래량에도 미치지 못하였고 세제
등 시장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부족했다.

거래소시장의 전단계 시장 정도로 인식되어 등록기업과 투자자 모두
만족하지 못했다.

뒤늦게나마 고성장 중소기업을 위한 본연의 자본시장 기능이 마련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기능 코스닥은 미국의 주식장외시장인 나스닥을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스닥은 까다롭지 않은 상장요건, 저렴한 상장비용, 높은 유동성과
첨단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조달기능으로 뉴욕시장에 버금가는 자본시장으로
성장했다.

미국의 나스닥 시장은 안정된 기업을 대상으로 저위험저수익(Low
Risk Low Return Market)성격을 가진 거래소시장과 달리 고위험 고수익
(High Risk High Return Venture Market)이다.

이 두 시장은 각기 다른 기업과 투자자를 대상으로 독립 보완관계로
상호 경쟁하면서 성장 발전하고 있다.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많은 벤처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한
후에도 첨단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위해 거래소시장으로 옮기지 않는
것은 나스닥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나스닥의 성공은 선진 각국이 벤처산업을 위한 자본시장을
경쟁적으로 마련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작년에 영국과 일본이 장외 대체시장을 개설한데 이어 독일 프랑스도
벤처기업 주식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중소형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경제에 대한 우리나라의 위상과 기업의 기술력이 날로 높아지면서
국제경쟁력있는 중소 벤처기업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벤처기업이라고 할수 있는 메디슨의 경우 수입대체로 출발한지
불과 10년도 안돼 50여개국에 첨단 의료기기를 수출하고 해외의 선진기업을
합병할 정도로 성장했다.

결과적으로 투자자에게 10배 이상의 수익을 안겨주어 우리나라 벤처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제2,제3의 메디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벤처산업이 규모와 질에 있어서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고속 성장하자
정부는 이의 육성을 위해 그동안 제기능을 하지 못했던 주식장외시장을
코스닥으로 개편하였다.

첨단 중소기업을 위한 자본시장제도가 선진국처럼 잘 정립되면 우량기업의
등록이 줄을 이을 것이고 이와함께 많은 투자자가 참여하여 선순환의 흐름을
이어갈수 있다고 기대했다.

새로운 장외시장인 코스닥은 전산시스템을 통한 본격적인 경쟁매매가
도입되어 시장의 공신력이 강화되었으며 장외등록전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폐지와 장외등록시 지분분산요건 강화로 그동안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어 왔던 유통물량확보 방안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코스닥 출범 한달의 결과는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느낌이다.

국회 개원이 늦어진 이유도 있겠지만 양도세 폐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공모 혹은 입찰시 적용되는 기준가도 기술집약형 벤처기업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 시장가격과도 현격한 차이가 있어 벤처기업을 유인하지 못하고
있다.

안정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거래소시장과는 달리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고수익을 추구하는 코스닥의 속성상
시장을 선도해야 할 기관투자가의 본격적인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다.

게다가 비상장주식편입 수익증권에 대한 소득세부과 등의 불이익으로
장외전용펀드 구성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시행 한달만에 너무 많은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코스닥이 이전의 장외시장기능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코스닥을 상장대기소로 인식하는 정책의 고정관념에 있다.

코스닥을 미국의 나스닥과 같이 기업가와 투자자가 모두 만족할수 있는
바람직한 자본시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코스닥을 거래소시장의 대기소로
보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즉 거래소시장과는 차별화된 벤처산업의 경연장으로 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의 거래소시장이 이미 충분한 실적을 보인 기업과 이들에 대한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를 위한 시장이라면 코스닥시장은 과거나
현재의 실적보다는 첨단분야에서 기술로 승부하는 가능성이 있는 벤처기업과
자기책임하에 남보다 한발앞서 이들에 신별 투자하는 투자자를 위한 시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아래 공모가 자율화, 연구개발자산의 인정, 스톡옵션제 도입
등 거래소시장보다 더 진보적이고 창의적인 제도도 도입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상장요건 강화로 첨단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코스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 환경에서 네스케이프사 같이 적자를 내면서도 기업의
시장가치가 수십억달러를 넘는 기업이 나타날수 있을까.

투자자보호의 미명아래 국가경제도 위축되고 기업도 희생당하는,
결과적으로 투자자도 손해보는 과거의 정책을 과감히 탈피하고 기업중심의
제도운영으로 "파이"를 키워 투자자에게 나눠줄수 있게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자본시장을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