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경 < 단국대교수 / 무역학 >


최근 우리나라 일각에서는 96년 하반기와 97년도 경제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정부측 입장과 업계 입장이 어느정도 차이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볼때 낙관적이지 않은것은 사실이다.

금년 봄까지 반도체 조선 자동차의 수출호조, 그중에서도 특히 반도체
경기의 호황으로 인하여 대기업그룹들은 성장세를 지속하였는데 물론
여기에는 일본 엔화의 달러화에 대한 평가절상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기업들의 호황과는 대조적으로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부도의 공포속에서
전전긍긍하는, 소위 경기 양극화현상이 일어났던 것이다.

중소 제조업체들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호황으로 사회분위기는
어느정도 흥청댔고 금년 여름에는 해외 여행객의 숫자가 사상최대로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그러나 경제는 돌고 도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들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던 반도체가 물량공급
증가와 국제가격 폭락으로 상황은 역전됐고 자동차 수출도 여의치 못해
대기업들의 경영방향이 서서히 내핍쪽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대기업 그룹들에 깔리기 시작한 이러한 불황의 그림자는 일본 엔화의
평가절하에 기인한 일본 기업들의 가격경쟁력회복에 그 요인이 있다.

어차피 우리나라와 일본경제는 대체적 혹은 보완적이라기 보다는
경쟁적이기 때문에 두나라 사이에는 제로섬게임의 법칙이 존재할수
밖에 없다.

지금 경제의 어느 구석을 살펴보아도 속시원한 면이 없어져 가고 있으며
외채는 멀지 않은 장래에 1,000억달러에 이를 지경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
걱정이 앞서지 않을수 없다.

더욱이 요사이 북한의 식량난과 사회혼란으로 탈출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 북한문제도 국민의 근심거리가 되기 시작하고 있다.

독일의 통일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통일도 어느날 갑자기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수 있는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

모든 준비를 완료한 독일도 통일후에 경제-사회적으로 혼란의 와중에
있는데 그렇지 못한 우리나라의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많은 사람들은 과거에는 통일을 간절히 바랐으며 현재도 희망하고
있으나 통일후에 도래할지도 모를 혼란에 대하여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 국내 상황과는 별도로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환경 역시
예측불허의 상태이다.

90년대 들어와 우리 인류는 두가지 측면에서 충격을 받았는데 첫째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사회주의 경제권의 몰락이며 다른 하나는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엄청난 변화이다.

사실상 세계의 정치-경제 환경은 1990년 이전의 동-서 냉전체제로
부터 90년 이후의 힘의 다극화(미국만이 유일한 초강대국이기는 하지만)와
세계경제의 다변화 및 다양화 현상으로 옮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세계를 분할하여 지배하였던 이념대결 대신에
종족 혹은 인종간 대결과 경제지상주의를 낳아 오늘날의 세계는 혼미의
시대로 특징지어질수도 있을것 것 같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나라의 수출은 날이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으며
심지어 국내시장에서 조차 경쟁에 밀리는 한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큰 폭으로 늘어나는 대미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하여 가혹할 정도로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고, EU도 덩달아 미국에
대한 개방과 같은 조건을 부여하도록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금년 상반기 경상적자가 93억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작년 상반기 (59억6,000만달러적자)보다 55.9%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작년 한햇동안의 적자규모인 89억5,000만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수출품은 이미 가격경쟁력을 상실한지 오래이며 품질경쟁
에서도 선진국으로 부터의 공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도체가격 하락과 함께 자동차 철강 조선등 주요산업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되었을 뿐만아니라 계절적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무역외수지
(예를들면 여행비용) 적자규모가 큰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아무튼 최근 더욱 심해지고 있는 과소비경향과 무분별한 해외여행으로
인한 무역수지및 무역외수지 적자는 크게 불어나고 있으며 외제자동차와
가구의 국내시장잠식은 놀라운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어느 모로보나 불황의 그늘은 짙게 깔리고 있으며 어려운 시절이
도래할것 같은 전조가 보인다.

그러나 불황이 온다고 앉아서 맞이할수는 없는 노릇이며 몇가지
만반의 태세를 갖추면 슬기롭게 넘길수 있을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국내 정치상황의 불안은 곧 경제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내년말
대통령선거때까지 정쟁이 지속될 경우 우리경제도 흔들릴수 밖에 없다.

정치권의 안정이 곧 경제의 건실화를 보장하는 지름길임을 인식해야
하겠다.

둘째 정부는 민간경제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

모든것이 자유및 공정경쟁체제내에서 유지될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셋째 소비자들의 과소비 행태가 바로 불황의 원인이 될수있다.

잘 팔리지 못해 장사가 잘안되면 씀씀이를 줄이는 길외에 다른 방도가
있을수 없다.

벌지 못하면 쓰지말아야 한다는 평범한 법칙이 현재 우리 주변에서는
무시되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을 무난히 치르고 꿈에 그리는 선진국진입과 동시에
통일된 조국을 갖기 위해서는 정치인 소비자 국가 모두 경제위기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자신들의 역할에 맞는 대처능력을 키워가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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