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 < 쌍용할부금융 사장 >


어떤 국제 세미나에 갔더니 모두가 영문으로 쓴 명패를 달고 나왔는데
그중 어떤 일본 사람들은 Bill, Sam ..., 또 어떤 대만 사람은 David,
Alex ... 등등으로 자기 이름을 쓰고 있었다.

이 사람들이 자기 고유의 동양식 이름 대신 굳이 서양식 닉네임을
정해 놓고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제 사회에서 자신의 이름을 상대방에게 쉽게 기억하게 해주는 것이
자기 비즈니스를 위해 얼마나 긴요한 것인가를 깨닫고 고심끝에 마련한
자기 PR 방법이다.

절대로 이들이 민족성이나 주체성이 부족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이름의 영문 표기 방법은 구구각색이다.

Kim xxx xxx처럼 우리 식으로 성을 앞에 놓고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xxx xxx Kim 처럼 서양식으로 성을 뒤에 놓고 쓰는 사람도 있다
(필자는 후자를 찬성한다).

그리고 이름을 표기하는 방법도 올림픽 중계 TV화면에서 보듯이
Bang Soo Hyun (배드민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처럼 각각 띄어 쓰는
사람도 있고 Kim Kyung-Wook (올림픽 신궁)처럼 이름 두단어 사이에
하이푼을 붙여 쓰는 사람도 있는데 필자 자신도 어느 것을 택해야 할지
쓸 때마다 망설여지는 대목이다.

영문 표기에 있어 특히 성을 함부로 이름의 앞에 놓았다가 뒤에
놓았다가 하면 외국인에게 큰 혼란을 줄수 있다.

예를 들면 방수현을 Miss Bang으로 불러야 하는데 Miss Hyun으로 잘못
부르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일본 사람들의 영문 이름은 스펠링이
아무리 길더라도 붙여서 한 단어로 뭉쳐 쓰고 성은 반드시 이름 뒤에
표기하고 있다.

외국 사람들에게 이름이 잘못 불린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이름을
그만큼 기억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니 그야 말로 국제화에도 도움될
것이 조금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방면의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우리 이름 영문표기
통일방안을 마련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5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