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근 <서울시립대 교수 / 조세법학>

정부는 역작이라고 평가할만한 상속과세의 큰 개혁안을 내놓았다.

상속과세는 비록 그 세수의 점유비가 근소하지만 부의 집중을 억제시켜
사회계층변동에 역동성을 부여한다는점에 그 중요성이 있다.

그러나 반면 그러한 이상에 너무 치우치면 상속과세 부담이 과중해져
경제적 창의성을 저해할 뿐만아니라 중산계층의 생존적 물적 기초를
파괴하기 쉽다.

정부의 개혁안은 이 두가지의 상충점을 그런대로 잘 조화시켰다고
평가된다.

다만 부의 집중을 억제(부의 분산유도)하는데 효과적이면서도 응능부담의
원칙에 보다 충실한 취득과세형으로 과세체계를 전환시키지 못하고 여전히
종전의 유산과세형을 답습하고 있는 점은 유감스럽다.

첫째 생전증여에 대하여 상속보다 무리하게 무거운 부담을 지우면 종래의
불합리를 제거하고 상속세와 증여세부담이 같아지도록 세율및 과세구간을
통합.단일화한것은 상속과세법제를 진일보시킨 것이다.

증여세 부담을 상속세 부담보다 높이면 조세회피없는 부의 이전까지
세제가 가로 막는 결과가 되어 부의 동결효과를 발생시키고 따라서
상속이 개시되는 시점에는 이미 자녀 또한 노년에 접어들게 되어 상속인의
모험투자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

이는 국민경제의 활력을 저하시키게 된다.

개정안은 이를 해소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상속재산에 생전증여재산을 누적합산하는 기간이 세무행정능력을
감안하면서 개정안의 5년보다 확대하는 조치가 수반되어야 할것이다.

그렇게 해야 부의 분할증여를 통한 상속세 부담의 부분적 회피를
막을수 있다.

둘째 배우자 재산상속에 대하여 법정상속분의 60%내지 43%(최고한도
30억원)내에서 실지의 상속재산가액을 공제하도록 하되 그 배우자의
상속재산이 5억원이하인 경우에는 최소한 5억원을 공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우자 공제를 허용하는 근거는 상속유산형성에 기여한 배우자의
잠재지분을 상속과세에서 개산적으로 공제하려는 제도라고 할수 있다.

그런데 그 잠재지분은 결혼후 혼인생활기간의 장단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그렇다면 현행방법을 개선하여 배우자공제의 기초금액을 5억원 정도로
하되, 이에 더하여 혼인생활기간 1년에 대한 공제금액을 적절하게 조정,
30년 정도 혼인생활한 사람의 공제액이 20억원30억원은 배우자의 재산이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너무 크다)이 되도록 구상하는
것이 현실에 맞다.

어떻든 상속과세제도에서 여성의 지위를 제고하는 개선안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생존할 때 이뤄지는 부부간 재산증여의 과세상
허용하는 배우자공제액의 크기 문제이다.

이것 또한 기초금액을 두고 이에 더하여 혼인생활 기간 1년에 대하여
공제하는 금액을 적절히 조정, 상속과세의 배우자공제와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개정안이 누적합산기간 5년에 5억원을 증여공제하도록 하는 금액수준은
적절하다.

그 계산은 현행방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특히 괄목할만한 것은 금융자산공제이다.

개정안은 금융자산이 상속재산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 그 금액의 20%를
공제하되 그 공제한도액을 2억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공제액의 한도액이 2억원이라면 금융자산은 원본 10억원까지만 이 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그런데 그 도입이유는 금융저축의 유도라고 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상속과세 평가에서 부동산은 싯가의 80%
수준으로, 금융자산은 싯가의 100%로 평가되는 상대적 차별(금융자산의
불합리한 세부담 과중)을 해소하는데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제한도액 설정은 설득력이 없다.

그리고 금융자산에는 회사채와 주식이 포함된다고 볼때 설사 공제한도액을
둔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 2억원은 너무 낮은 수준이다.

넷째 출연에 대한 사후관리의 강화방안은 현실적으로 적절하다.

공익법인의 지주회사화 방지를 위하여 동일종목의 주식 5%를 초과보유하지
못하도록 경과기간을 두어 다른 종목의 주식으로의 대체를 유도하는것,
공익법인에 세무확인 검사제도를 도입하여 재무운용의 객관성을 제고하는것,
이들은 모두 타당한 보완이다.

현재 공익법인 출연의 상당부분이 조세회피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오히려 사후관리제도를 전면적으로 다시 검토하여
보다 합리화.객관화했어야 했다.

공익출연에 대하여 상속세나 증여세를 비과세하는 것은 그 출연재산
중 약 3분의 1 이상을 사회가 공동출연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반면 현행법은 그 사후관리제도가 너무 엄격하여 국세청이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만약 조사한다면 증여세 추징을 받지 않을
공익법인이 없을 정도이다.

이것 또한 불합리하다.

이것도 사후관리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의 하나가
된다.

다섯째 부의 세대생략이전(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재산을 주는 것)에
대하여는 그 과세를 강화하여 현재 상속세 또는 증여세의 20% 할증과세하는
것을 30%로 상향조정하고 있다.

차라리 미국처럼 세대생략이전세를 정식으로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공평한 것이다.

그리고 최대주주의 주식에 대한 상속과세에서 비상장주식에 대해서만
적용하던 10% 할증평가를 상장주식등에까지 확대하는 것은 외국의
입법예등에 비추어 크게 무리한 제도는 아니라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