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인물중 사이보그가 있다.

사람과 동일한 형상과 감각을 지닌 전자인간 사이보그는 때론 정의의
사자로 때론 악의 화신으로 등장한다.

로보캅 터미네이터 등이 대표적인 경우.

우리나라에도 사이보그 연구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통신연구센터의 신경망팀(팀장 한일송박사)은 그중 선두 그룹.

신경망팀은 지난 93년초 세계 최고의 신경망칩을 개발하기도 했다.

당시 개발한 신경망칩 수준은 파리의 지능 정도.

"겨우 파리 수준을 가지고..."라며 흘려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선진국 위주로 추진되던 제6세대 컴퓨터개발 대열에 우리가
선두로 나서게 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일이다.

이 신경망팀의 김대환 연구원(29)은 오늘도 사이보그 시대를 꿈꾸며
연구작업에 몰두하고있다.

아직은 팀장이 개발한 신경망칩의 문자인식 능력을 배양시키기는 보조
연구작업을 맡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신경망칩 개발을 직접 주도하는게
그의 꿈이자 목표다.

신경망칩 개발 연구는 컴퓨터와 인간의 지능을 결합시키는 작업.수치
조작을 통해 성과물을 생산하는 기존 컴퓨터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다.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 컴퓨터는 사람처럼 인식하고 가장 좋은 선택
(최적 선택)을 찾아낼수 있다.

컴퓨터가 판단 추리등 인간의 뇌와 비슷한 활동을 하게 되는 셈이다.

김연구원이 매달리고 있는 "인간 컴퓨터" 개발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실용화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김연구원과 함께 대학에서 컴퓨터공부를 한 친구들 조차 그가 하는 일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한다.

외로운 길이다.

그는 이같은 냉담함 속에서도 자신이 하는 일이 우리 컴퓨터 학계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분야라고 확신한다.

"가능성" 하나에 매달려 흔들리지 않고 밤을 밝혀 연구에 몰두할 뿐이다.

"신경망 컴퓨터 개발은 일종의 "벤처 연구"라고 할수 있습니다.

기존 컴퓨터의 틀속에서 이를 바라보면 허무맹랑할 뿐이지요.

"콜롬버스의 달걀" 같은 인식 파괴가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김연구원은 자신의 연구분야 속성을 이렇게 얘기한다.

그는 무엇보다 하는 일이 재미있어 매력을 느낀다.

미지의 세계에 누구보다 먼저 뛰어들어 조금의 가능성을 확인할때
희열을 맛본다.

그는 자신의 일을 신대륙을 발견하고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하는 탐험에
비유한다.

한팀장의 지도를 받아가며 연구에 매진하다 보면 분명 가능성이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꿈을 먹고 사는 젊은이"다.

"사이보그는 먼 훗날의 얘기 일겁니다.

그런 시대는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 비서"가 인간비서를 대체할 날은 멀지 않았습니다.

컴퓨터비서가 사장에게 오늘 할일, 연설원고, 만날 사람에 대한 정보 등을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을 겁니다"

신경망 연구팀은 팀장을 포함해 고작 3명.

너무 적은 인원이 아니냐는 질문에 김연구원은 "애플컴퓨터 개발팀도
2명에 불과했지 않느냐"며 활작 웃는다.

"기존 컴퓨터가 "286"에서 "586" 등으로 발전했듯 인간 컴퓨터는 우리가
개발한 "파리급"에서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려한 스폿라이트를 받지 않아도 김연구원은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자부심이 강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