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부도라는 병은 경영자의 의지에 따라 치료가능한 병으로 될
수도 있고 치료하지 못해 결국 소멸되고마는 불치의 병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발간된 ''중소기업의 흑자도산과 재건방법''이라는 책의
머릿말에서....

이책은 26여년동안 중소기업을 경영하면서 무수히 쓰러져가는 중소기업을
지켜본 박창규 중소기업 흑자도산연구소 이사장 (삼애리본회장. 63)이 썼다.

박이사장은 지난 15일 서울 앰배서더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박이사장은 중소업계에서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대학의 교수직을 박차고나와 회사를 창업, 난관을 극복하면서 회사를
키워왔으며 환갑이 넘은 나이(62)에 일본 메이지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따냈다.

박이사장은 57년 국학대학 경제과를 나왔고 61년에는 일본 동양대학 도서관
학과를 수료했다.

58년에는 국학대학 경영학 조교수로 출발, 학생과장을 역임하다 70년 교수
직을 박차고 나와 현 삼애리본을 창업, 지금까지 경영을 해오고 있다.

80년 중소기업경영자협의회 이사장, 84년 중소기업경영자협의회 초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이같은 공로로 정부로부터 철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 흑자도산연구소를 차려 운영하고 있다.

서울 오자동 그의 연구소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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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이기한 산업2부장 ]


-중소기업 흑자도산 연구소는 언제 세웠습니까.

<> 박이사장 =지난 1월 삼애리본 본사가 있는 오장동 시사빌딩에
조그마한 방을 하나 얻어 간판을 걸었습니다.

현재는 연구원이 3명에 불과합니다만 앞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연구소 이름이 생소하면서도 엄청난 의미가 담긴것 같은데요.

<> 박이사장 =지난해 중소기업이 무려 1만5,000개나 부도가 났습니다.

부도가 나면 해당 기업주는 물론 근로자 거래업체 등이 받는 경제적
사회적 폐혜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어쩔수 없이 부도를 낸 기업가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을 주고 현재
기업을 경영하거나 창업을 준비중인 예비 경영인들에게 성공의 밑거름을
제공키 위해 연구소를 차렸습니다.

이 연구소에서는 부도를 미연에 방지하는 경영기법, 사람을 사귀는
비법 등을 연구하고 또 부도가 났을 경우 빨리 일어설 수 있는 방법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보급할 방침입니다.

이 연구소가 우리나라로 하여금 "부도왕국"이라는 오명을 벗는데
일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출간한 저서는 연구소의 첫번째 작품이군요.

주로 어떤 내용을 담았습니까.

<> 박이사장 =경제단체나 학계의 모임 세미나 등에 나가보면 한결같이
품질향상을 해야 한다느니, 원가절감 자동화 등 많은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업자들은 그것을 들으면서 "누가 몰라서 못하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좋은 말이지만 그만큼 중소업자들에게는 멀리 떨어져 있는
이론으로만 받아들여진다는 얘기입니다.

이들에게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중소기업을 직접 경영하면서
쌓은 경험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내 경험을 중심으로 창업에서부터 도산의 징후, 도산했을
경우 재기하는 방법 등을 수록했습니다.

특히 흑자도산 방지를 위한 경영자의 행동전략에 주안을 뒀습니다.


-흑자도산이라고 하면 이익을 내는 데도 기업이 망한다는 얘기
아닙니까.

좀 앞뒤가 안 맞는 말같은데요.

<> 박이사장 =장부상으로는 흑자인데 실질적인 자금부족으로 어음결제를
하지 못해 도산한 경우가 흑자도산입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 도산은 이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흑자를 내면 도산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도산을 하는 것은 경영관리의 부실에서 옵니다.

예를 들면 필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자재를 외상으로 사다 놓아
많은 재고를 갖고 있다든지, 3~4개월 되는 장기 미수금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부동산 등을 투기 목적으로 과다하게 매입하는 경우입니다.

재고 미수금 부동산투자 등은 기업회계상 자산으로 처리, 장부상으로는
흑자가 쌓이겠지만 실질적으로는 기둥이 썩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중소기업 최고경영책임자는 어떻게 해야합니까.

<> 박이사장 =경영자는 항상 재무제표를 눈여겨 봐야 합니다.

악성 채권이 있는지, 손익분기점은 맞는지, 자금회전은 정확한지 등을
검토하고 대차대조표상의 흑자와 기업회계의 흑자를 구별해야 합니다.

또 경영자는 기업조직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각 분야의 담당자들이 제 활동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절을 해야
합니다.

납품업자의 관리나 종업원의 관리소홀로 인한 부도는 경영자의 탓일 수
밖에 없습니다.

중소기업 사장은 자기 자신도 관리해야 됩니다.

부도를 낸 기업 사장중에는 명함에 많은 감투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투 좋아하다보면 시간 뺏기고 돈도 뺏깁니다.

회사를 관리할 시간이 줄어들지요.

중소기업 사장은 가능한 한 명예직을 갖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또 근검절약하며 살아야 합니다.

사장실을 검소하게 꾸며야 하며 주택과 가구에 대한 허영심을 버려야
합니다.

다시 말해 회사에 맞는 생활을 하고 있는지 사장 스스로가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부도기업이 재기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좋은 방법이 있는지요.

<> 박이사장 =부도가 나면 회사를 재건할 것인가, 전업을 할 것인가를
빨리 결정해야 합니다.

재건하기로 결정이 나면 용기를 잃지 말고 차근 차근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부도가 나면 도망가는 사장들이 있는데 절대로 도망가지 말아야 합니다.

당좌수표 회수가 끝나는 날까지 도망가지 말아야 회사를 재건시킬 수
있습니다.

또 납품공장 및 은행 등 거래처를 돌아다니면서 부도의 원인을 설명하고
향후 계획과 반드시 재건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합니다.

이래야만이 상대기업과 거래처는 부도낸 사장을 믿을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업은 부도가 나도 인간은 부도가 안났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합니다.

사실 거래은행이나 납품공장 등은 채권을 확보하려 들지만 기업의
재건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업이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사장은 사내의 금고를 지키고 공장내에서 취침하며
공장을 지켜야 합니다.

금고를 지켜야 되는 것은 부도가 나게 되면 더 무서운 도둑이 내부에
있게 마련이고 공장에서 취침을 해야 되는 것은 종업원들로 하여금
회사의 재건의지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만이 종업원들은 사장을 믿고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이젠 딴 얘기로 돌려보지요.

대학 교수를 하시다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 박이사장 =대학 재직시절 학생과장과 사서과장을 겸직했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사서과 여직원이 울고 있어 물어봤더니 타자기의 리본이
없어 도서목록을 작성치 못한다는 것이었어요.

당시 타자기 리본은 수입이 시원찮아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것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 사업을 해보면 전망이 있을 것 같아 손을 댔습니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당시 타자기 보급대수는 약2만대였고 앞으로
무진장 늘어날 것으로 보였습니다.

미국의 덴버대에 유학하기로 결정난 것도 포기하고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지요.

전세금과 퇴직금을 갖고 직원 5명으로 안양 박달동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원가가 하나에 80원이 먹히는데 미군부대에서 흘러 나오는
것은 40원밖에 안했어요.

장사가 될수 없어 미군부대에 유출을 막아달라고 진정도 하고 했습니다.

마침 조달청에서 관납을 받아줘 어렵게 버텨 나갔습니다.


-그후 크게 어려웠던 일은 없었는지요.

특히 리본하나로 한우물만 파고 계신데.

<> 박이사장 =지금도 중소기업 환경이 어렵지만 당시는 더 어려웠습니다.

거래처 하나 개발하기 위해 발이 부르트도록 전국을 누볐습니다.

허나 거래처를 하나하나 개척해 나갈 때마다 힘이 났지요.

84년도에는 받을 어음을 못받아 부도위기까지 몰리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타자기보다는 컴퓨터와 프린터가 많이 보급돼 수요가 많이
몰리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안양에 1-2공장을, 영주에 3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우물을 파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후회를 하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은 사장이 그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만이 가능합니다.

부도가 나는 많은 기업이 잘 모르는 분야에 뛰어들기 때문이지요.


-지난해에는 환갑이 지난 연세에 박사학위를 따셨는데, 공부할 시간이
있었습니까.

<> 박이사장 =인간은 죽을 때까지 공부를 해야 되는것 아닙니까.

젊었을때는 사업에 쫓기다보니 시간이 없었어요.

사업이 조금 안정을 찾다보니 못했던 공부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대학교수 재직시절 박사학위를 못갖고 있었던 것이 한이 되었었지요.

공부는 그야말로 시간을 쪼개 썼습니다.

지금도 하루 4시간이상 자지 않습니다.

틈나는대로 공부를 하지요.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 박이사장 =특별히 건강관리를 하지는 않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사는 것이 건강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술과 담배도 열심히 즐기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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