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전력수급 비상의 주범은 역시 에어컨등 냉방기기다.

한 여름철 최대전력수요가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에 발생하는 것도 찜통
더위를 식히기 위해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에어컨을 풀가동하기 때문이다.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오후 7~11시 사이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등에서
변압기가 터지는 사고가 생기는 것도 주로 에어컨 탓이다.

그렇다면 에어컨등 냉방기기는 과연 여름철 소비전력중 얼마만큼을 차지
하는 것일까.

우선 전국의 에어컨 보급대수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업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에 국내 에어컨 보급대수는 375만5,000대.

여기에 올 여름까지 추가로 공급된 에어컨수는 83만대에 달한다.

여기서 내용연수가 지나 폐기된 에어컨을 빼면 올 여름 보급대수는 435만
4,000대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중 룸형(대당 소비전력 1.31kW)에어컨이 268만4,000대, 패키지형( "
3.6kW) 에어컨이 167만대로 추정된다.

또 주로 사무실에 사용되는 중앙집중식 냉동기는 지난해 2만9,000대 수준
에서 올해 3만2,600대로 늘어났다.

이를 소비전력으로 환산하면 에어컨 냉방수요는 399만8,000kW에 달하고
냉동기도 220만5,000kW를 기록할 전망이다.

선풍기와 냉장고의 전력소비도 각각 45만5,000kW와 29만7,000kW에 이른다.

따라서 올여름 냉방전력 수요는 총 695만5,000kW라는 계산이다.

이는 올여름 최대전력수요의 20%를 넘는 수치다.

전력수요가 피크에 달할 때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에어컨 하나를 끄는게
안정적인 전력수급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더구나 에어컨은 대낮 피크시간대뿐 아니라 밤에도 골치거리다.

과부하로 인한 정전사고를 유발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에선 이로인해 잠들기 직전인 밤이 하루중 정전사고
위험이 가장 높은 때이기도 하다.

실제로 여름철 열대야 현상으로 에어컨 가동이 느는 오후 7~11시 사이
대형 아파트 단지에선 과부하로 인해 정전사고가 빈발하곤 한다.

특히 밤의 정전사고는 대형 평수의 10년 이상된 아파트에서 많이 일어난다.

당초 설계 때보다 전력사용이 늘어나면서 사고가 집중되는 것이다.

한전은 일반가정에 들어가는 전력이 평균 3kW이므로 보통 20가구 기준으로
30~50kW 용량의 변압기를 설치한다.

그런데 룸에어컨의 소비전력이 평균 1.3kW나 돼 한집에 두대의 에어컨을
켜는 경우엔 과부하에 걸리게 마련이다.

더구나 요즘은 대당 전력소비가 2~3kW에 달하는 업소형 에어컨을 가정에
설치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적지 않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가정용 변압기는 한 가구가 최대 5kW를 사용해도 이상이 없도록 설치돼
있다.

그러나 만일 20가구가 동시에 3kW씩을 쓰면 영락없이 과부하로 정전사고가
난다는 얘기다.

이 경우 아파트 단지까지 들어가는 고압선은 한전의 관리 책임아래 있지만
단지내 변압기부터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책임이라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한 여름밤에 과부하로 불이 꺼지고 에어컨도 나가는 사태를 미연에
막으려면 전력소비가 많은 냉방기기를 들여 놓을 때 미리 한전지점에 연락해
변압기 용량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건 에어컨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사용하더라도
합리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