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는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23일 KOEX 소회의실에서
"최근의 환율변화 추이와 우리기업의 대응전략"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크레디리요네은행 서울지점의 정치화부장
("엔.달러 환율, 어떻게될 것인가")의 주제발표를 들은 뒤 환율변동에 따른
국내기업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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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외환시장에서는 하루에 물경 1조2천6백억달러가 거래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내 총생산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런 거대한 시장에서 환율이 어떻게 움직이느냐 하는 것은 각국의
이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환율이 세계경제를 움직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화는 지난 85년 9월 15일 프라자협정 이후 10여년간 평가절상 행진을
해왔다.

작년 4월 19일에는 도쿄시장에서 1달러당 79.75엔까지 치솟아 수퍼 엔고
시대가 오는가 했다.

하지만 엔화는 작년 상반기 이후 다시 평가절하 추세로 반전돼 올해들어서는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1달러당 105엔의 벽을 쉽게 넘었다.

현재는 110엔대로 3년전의 수준을 회복했다.

현재의 "달러강세.엔약세" 현상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이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달러강세 엔약세의 배경이 되는 외환시장의
주요 변수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첫째 현재와 같은 달러강세 엔약세의 배경에는 미국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올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미 클린턴 행정부로서는 달러의
안정적 상승세를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

미국 자본시장에서 외국투자자금의 이탈을 방지함으로써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유권자들의 표를 잃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회복기에 있는 일본경제를 다시 엔고로 몰아부칠 경우 오히려
손실이 더 많다고 보기 때문에 미국의 루빈 재무장관은 입만 열면
강한 달러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앵무새처럼 말하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수출경쟁력이다.

미국은 만성적 무역적자의 해소방안과 시장개방의 압력수단으로
미국의 자존심을 버리고 엔고를 선택해 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일본과의 무역수지 적자가 개선되는 기미를 보임에
따라 미국 정부는 엔고 드라이브 정책을 수정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업계는 달러환율이 110엔대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 경영자들은 적정환율을 100엔대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동차 업계의 빅3를 비롯한 미국의 제조업 경영자들은 백악관에
엔 약세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또 회복기에 접어든 일본기업들 역시 그동안 생산기지를 해외로
많이 옮겼기 때문에 엔 약세 현상을 달갑게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째 주식시장 및 채권시장과 맞물려 있는 양국의 이자율정책이다.

최근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원인중 하나는 달러화와 엔화의
실질금리격차이다.

당연히 금리가 높은 통화쪽으로 돈은 몰리게 마련인데 올들어 미국의
경기는 전반적으로 상당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인플레 우려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버블의
기미가 있는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아직은 시기만을 보고 있다.

80년대 버블경제의 원인이 저금리정책에 있다고 보는 일본 또한
2차대전후 최저수준인 0.5%의 재할인율을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미국만이 이자율을 인상시키면 금리격차로 인한 엔화투매가
나타나 달러폭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동시인상 또는 짧은 시차를
두고 미국에 이어 일본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네째 일본 금융시스템의 불안이다.

버블경제로 인한 막대한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일본의 금융기관들이
최근 잇단 금융사고를 내면서 제조업체들이 쌓아올린 신용도에 먹칠을
하고 있다.

앞으로 또 대형금융사고가 나면 다른 선진국의 금융시장도 교란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 경우 일본 경제 시스템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엔화약세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이같은 여러변수들을 고려할 때 엔-달러 환율의 향방은 11월 미 대선
전까지는 당분간 1달러당 104~112엔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중에는 115엔을 넘지 않을 것 같으며 100엔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희박하다.

일본의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드는 올말부터는 다시 엔강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