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이 판단하는 관에 대한 인식은 그동안의 사정과 개혁조치에도
불구하고 별로 바뀌지 않은것 같다.

감사원장 자문기구인 부정방지 대책위원회가 최근 실시한 "기업의
관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직사회의 부조리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부는 출범하면서 강도높은 사정과 개혁바람을 일으켰다.

국민들에게 새로운 질서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무원과 기업간 부조리구조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그동안의
사정과 개혁작업을 무색케 하고 있다.

전국 500개 기업체의 임원 부장 과장 등 6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상(51.5%)이 95년4월부터 96년3월까지 최근 1년간
공무원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일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금품과 향응제공 이유로 원활한 업무처리를 위해(91.2%)담당
공무원이 먼저 요구했기 때문에(7.6%) 관행상(1.2%)등을 들었다.

최근 북인천세무서 전.현직 공무원이 세금부과 단계에서 세금을
깎아주는 방법으로 국세를 도둑질한 일이 밝혀졌다.

불법영업을 하는 업소를 단속하는 경찰이 단속에 나서면서 당해 업소에
연락해주는 사례도 있었다.

공직사회의 부정과 부조리는 워낙 뿌리깊은 것이어서 하루아침에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부조리척결이 쉬운 일이 아니라서 적당한 선에서 뿌리뽑는척
하고 말면, 그리고 어느정도 부정을 관행으로 인정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가.

모든 부문에서 효율을 높여 경제성장을 지속시키고 삶의 질을 높여
선진경제로 진입한다는 것은 한낱 구호에 그치고 만다.

그런 부정과 부조리가 뿌리내려져 있는 선진국은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부정과 부패 사례를 이야기할 때 억울하다고 느끼는 공무원이
많으리라는걸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낮은 보수와 대우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을 피해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정과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

그러나 부정과 부패를 척결한다 해서 개개 공무원의 심성이나 의식
개혁에만 의존할수는 없다.

규제가 있는 곳에서는 부정이 싹트게 마련이다.

불필요한 규제, 애매한 규제를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려면 기업은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는 조직이라는 신념을
공무원이 가져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려는 노력을 했다.

그러나 기업이 느끼는 규제완화는 어떤가.

법률 규정상의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행정을 통한 규제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완화 정책이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겉으로 규제를 완화한것 같아도 실질적으로는 규제가 여전하다면
규제완화의 의미는 없는 것이다.

우리의 국가 경쟁력이 왜 처지고 있는지, 왜 우리 나라가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가 되고 있는지를 심각히 따져야 한다.

규제완화및 철폐와 공직사회의 부정척결을 함께 다루어야 한다.

규제를 그대로 둔채 공무원의 부정만을 다스리려 하면 부조리는 더욱
땅속 깊은 곳으로 뿌리내리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