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진화론에 따른 "다윈주의적 은행 경영"(Dawinian Banking)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진화의 동인인 변화는 결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고 지각변화처럼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진화는 자연도태에 의한 적자생존의 결과이며 따라서 환경변화에
적응을 잘하는 자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다윈진화론의
요체이다.

진화체계에서 누구나 깜짝 놀랄 사건은 오직 이따금씩 섬광처럼
극적으로 일어나곤 한다.

그러나 그 극적인 사건들은 작고 느리나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변화가
누적되어 총체적 변모로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는 현상일 따름이다.

다윈의 진화체계하에서는 금융산업은 과거의 방어적이고 보수적인
경영으로는 적자생존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금융산업에 있어서의 변화는 점차 다윈화해 가는 고객의
욕구 및 경쟁력에 의하여 추구되어져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금융산업은 점진적인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을 필요로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금융산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영 패러다임하에서
운영되어져 왔다.

안정적 경영을 보장해 주었던 규제 및 제한은 금융산업 패러다임의
근간이었다.

이러한 규제는 금융상품, 가격결정, 유통체계, 촉진의사결정에 깊숙이
관여하여 왔다.

그러나 규제 및 보호의 시대가 가면서 금융산업의 전통적 경영시스템은
서서히 붕괴되어 가고 있다.

최근 금융산업의 세계적 변화는 금융혁신 및 범세계화로 요약할 수 있겠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책임 경영체제로의 변천, 금융자율화 및 급격한
환경변화에 따른 위험관리노력 등이 금융혁신의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혁신은 아울러 파생금융상품을 비롯하여 수많은 신금융상품의
개발을 촉진시키고 있고, 금융기관의 역할에도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의 성장, 외환 거래의 증가, 그리고 파생금융상품
거래의 국제적 활성화 등 금융거래는 범세계적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국제간 교역과 자본거래의 증가, 각국의 개방화정책, 컴퓨터기술의
발전과 금융전산망의 확대 등이 금융의 범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앞서 언급했듯이 느리지만 꾸준히 진전되어 왔다.

다만 이에 대한 대비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급격한 변화로 인식되고
있을 따름이다.

국내 금융환경도 많이 변했다.

자금운용처였던 대기업들은 탈은행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저성장경제체제
돌입에 따라 대출수요도 줄어들고 예대마진도 축소돼 심한 경우 역마진마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금리, 환율 등 각종 리스크는 갈수록 커져 가고 있다.

결국 이익은 갈수록 줄어들고, 국내은행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OCED 가입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앞으로 충분한 자금력과
풍부한 금융노하우 및 첨단 신상품을 앞세운 금융선진국의 은행들과
무한한 경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

이에따라 "은행은 망하지 않는다"라는 명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전망이다.

아직도 적절한 패러다임을 위한 새로운 경제적, 경쟁적 모델은 명확하게
부상하고 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유명한 금융컨설팅사인 퍼스트맨하턴 컨설팅그룹은
최근 미국내 상위 200대 은행 중 절반 정도가 향후 10년내에 보다
더 경쟁력 있는 은행들에 의해서 사라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 환경변화에
따른 열자도태의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 같다.

반면에 급격한 환경변화 속에서도 새로운 진화체계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일군의 은행들이 서서히 부상하고 있어 이들 은행들의 적자생존
경영기법들은 새로운 패러다임구축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은행경영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때이다.

이 패러다임의 설계에는 시장의 변화, 고객의 니즈, 그리고 경쟁적
환경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는 수익력(Profitability), 자본력(Capital), 유통력(Delivery
Strength) 및 관리력(Management) 등 다중차원에서 측정되어져야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여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을 위한 몇가지 주요 핵심요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수 합병의 활성화이다.

이는 금융기능 결합에 대한 가치창조적인 잠재력을 의미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재평가능력 및 경영진의 M&A에 대한 통합기술을
전제로 하고 있다.

둘째로, 자원재배분 및 비용관리 효율화를 들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경비절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사업영역에서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투자비용을
지출하는 등 사업의 원가구조 개선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로, 가치창조적 유통관리의 유통관리의 강화가 중요하다.

소비자 니즈의 다양화, 정보기술의 발달, 고객의 충족되지 않은 니즈의
존재, 점포비용의 상승 등은 점포중심에서 비점포 중심체제로의 유통구조의
변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가상은행(Vntual Banking)의 현실화로
연결되어져야 할 것이다.

향후 은행산업은 단지 점포의 규모를 확장하는데서 벗어나서 효과적으로
점포를 개발하고 시장잠재력을 키우는데 보다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

넷째로, 적극적인 신용정책의 전개를 들 수 있다.

앞으로는 자본의 조달및 운용처로서의 개인고객의 위상은 더욱 커질
전망인 바 효과적으로 위험분석시스템을 구축하고 포트폴리오이용을
바탕으로 해서 신용개념을 적극적으로 은행경영에 반영시켜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조직관리및 리더쉽을 생각해 볼수 있다.

향후 은행산업은 발전하는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보다 더공격적인
경영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동태적인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지도자의 예리한 통찰력이 있어야 하며,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효과적인 조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