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회사에서 가장 고스톱을 잘치는 사람은 누굴까.

두산그룹 직원들은 그 답을 알고 있다.

두산음료 총무과의 이팔수대리(31)가 바로 그다.

경주가 고향인 총각사원 이대리는 얼마전 두산이 창립 100주년
기념행사로 실시한 "100인 100색 올림픽" 고스톱부문에서 당당 1위를
차지, 회사의 "고스톱왕"으로 뽑혔다.

또 다음달 1일 개원하는 연강소공원에 매설할 "두산 타임캡슐 100"에
이름이 올라 100년 뒤까지 기억되게 된다.

"고스톱은 대학 들어와서 배웠어요.

저희 집안에서는 애들이 화투치면 혼납니다"

그는 의외로 완고한 경상도 집안의 9남매중 막내둥이였다.

천부적인 "잡기실력"은 대학(성균관대 기계공학과)시절 이후부터의
오랜 타향생활 중에 드러나기 시작한 거라고 한다.

"잡기는 무엇이든 잘하는 편이에요.

91년 처음 입사해서는 당구장에서 내기당구로 버는 돈이 봉급보다
더 많을 때도 있었지요"

수지가 500이 넘을 정도의 실력자인 그는 당시 독산동의 당구계를 평정,
"독산동 작대기"소리까지 들었을 정도다.

그의 장기중의 장기는 고스톱이나 당구가 아닌 노래다.

트로트에서 랩까지 모든 장르에 두루 정통하지만 그중에서도 자신있는
것은 요즘 나오는 김건모의 노래들이라고.

그러나 그가 회사생활을 소홀히 하리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시고도 예비군훈련을 받으러 강원도까지 택시를
타고 갈 정도로 약속을 중시한다.

이런 성실한 생활태도는 서글서글한 성격과 함께 그를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될 인물로 꼽히게 한다.

게다가 그는 두산음료 총무팀 구매부서에서 처음으로 뽑은 비상경계
출신 직원.

기계부품이나 화공약품 등을 구매할 때는 그의 전문지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바로 어학실력이다.

외국 거래선과의 상담은 언제나 그를 진땀나게 한다.

"잡기는 이제 시들합니다"

권좌(?)에 오르고 보니 그 무상함을 깨달은 것일까.

그에겐 이제 잡기보다는 결혼이 더 중요하다.

깨끗한 외모에 사람좋은 이팔수씨, 다만 여자 고르는 눈이 너무 높아
문제인 그와 백년가약을 맺을 행운의 여인은 과연 누구일지 자못 궁금하다.

< 김주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