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의 좋은 점수와 멋진 폼을 내보자고 외친 후 레인에 선다.

같은 조에 편성된 회원들 모두가 이에 호응한다.

그러나 레인에 나설 때마다 어김없이 시집가는 새색시마냥 가슴이
두근거린다.

운좋게도 스트라이크나 스페어 처리로 동료들의 환호와 축하의
하이화이브를 받을 때면 그간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다.

서울역앞 대우센터에서 시작하여 작년 11월 이곳 용인연구센터의
완공과 동시에 이전하여 온 지 어느 덧 8개월.

회원 20여명으로 지난 93년부터 결성되어 활동해 온 "굴림돌"에 볼링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는 내가 오로지 직급 탓에 회장 감투를 쓴 덕분에
한번도 못(?)빠지고 꼬박꼬박 참가하다 보니 이제는 격주 1회로 인근
볼링장을 찾는 정기모임이 기댜려지게 된다.

초기에는 스텝을 어떻게 밟는건지.점수는 어떤 방식으로 계산되는지
조차 모르고 레스토랑에 들어 온 촌사람처럼 남이 하는 모습을 훔쳐
보았고, 자세가 불안하거나 볼을 놓는 시기를 못맞추어 한 핀도 못건드리고
거터로 빠져나갈땐 왜 그리 쑥스러운지.

그러나 처음 볼을 만져 본 회원조차도 이젠 에버리지 150점대이고 잘하는
회원들은 250점을 육박하는 수준이다.

모든 모임이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동호회에서도 총무를 맡고 있는 연구지원실 재무팀의 장순기 과장이
매번 참석자 파악부터 볼링장 예약, 차량 탑승 배정, 상품준비, 점수 집계,
뒷풀이 등 모든 운영을 도맡아 수고하고 있다.

거구답게 힘이 좋은 민병욱회원의 핀이 부러질듯한 시원스런 볼링,
스페어 처리에 겅중겅중 뛰는 박철회원.

손바닥이 터지도록 하이화이브를 해대는 조철우.

강선영회원, 평균대 위에서 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이수경회원,
오랜 볼링경력으로 회원지도에 여념이 없는 김묵회원, 스트라이크를 치고도
좀처럼 표정이 없는 황광숙회원, 슬로우 모션을 보는 듯한 양철모회원의
스텝, 그리고 김명제 박용준 김인화 김정인 김대중 장형준 정외흠 김계년
정은우 이현옥 이동국 배윤호 윤성만 등.

정말 각양각색의 모습들이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적은 비용으로 무리없는 운동량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품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가 볼링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회사의 지원으로 매번 약간의 상품을 걸고 선의의 경쟁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실력들이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모임이 끝나면 평가와 아울러 시상이 있고 함께 어울려 들이키는
소주잔에서 삶의 지혜를 나누는 유익함도 빼놓을 수 없는 일중의
하나이다.

정기모임외에는 일과시간 틈틈히 연구원 동호회 전자게시판을 통해
회원들끼리 볼링에 대한 역사나 이론 용어 기술등을 나누고 회원소식을
전하는등 친목을 다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