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개혁위원회가 15일 청와대에 보고한 노동관계법 및 제도개선의
주요원칙은 노사대표가 명백한 입장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한발짝씩
물러나 만장일치로 개혁의 틀과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노개위는 노.사.공익 세분야의 대표 30인으로 구성돼있어 이 합의는
국민적 컨센서스 도출의 시발점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노개위가 제시한 7대 기본원칙과 부문별 추진방향을 살펴보면 다분히
선언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이뤄질 노동관계법개정의
방향과 내용의 틀을 충분히 가늠케하는 항목들도 눈에 띈다.

그중 국제적제도와 관행을 중시한다는 원칙은 경제협력개별기구(OECD)에
가입할만큼 커진 경제구모에 비춰 더이상 복수노조허용등 국제사회나
노동계의 요구를 외면할수 없다는 듯으로 해석된다.

또 노동시장의 활력제고원칙은 변형근로시간제나 정리해고제등을 도입,
노동시장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정부와
기업의 요구를 반영할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공무원과 교원의 단결권과 관련, 근로자로서의 기본권익을
존중하되 사회적 책무성을 감안하여 법과 제도를 고쳐나가겠다는 방침은
벌써부터 해석에 혼란이 빚어질만큼 애매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노개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에게 노동3권중 파업등의
단체행동권을 제외한 노조결성등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인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문제는 앞으로 구체적 토의 가장 첨예한 이슈중 하나가 될 것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우리는 국가사회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무원과 교원을 개별사업장의
근로자와 동일하게 보려는 시각을 경계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노개위의
보다 신중한 접근을 당부한다.

이번 노개위의 작업은 노동계와 재계 대표들로부터 만장일치를
끌어냄으로써 조정능력을 인정받았다고는 하나 냉정하게 따져보면 노사간
대립되는 쟁점사항들을 거르지 않은채 모두 수용함으로써 실질적인
노사개혁보다는 합의도출에만 급급한 인상이 짙다.

공무원의 노동기본권문제 외에도 복수노조 제3자개입 노조의 정치활동
변형근로시간제 정리해고제 파견근로제등 분명히 노사간의 이해가 엇갈리는
이슈들을 한 바구니에 모두 담아놓았을 때의 혼란을 우리는 걱정하지 않을수
없다.

환영과 우려가 교차하는 재계와 노동계의 공통된 반응이 노사관계의
불투명한 앞날을 예고해준다고 하였다.

원칙문제에는 비교적 쉽게 합의가 이뤄졌지만 구체적 각론으로 들어가면
곳곳에 장애물들이 도사리고 있어 최종합의까지는 멀고 험난한 길이 될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칫 잘못하면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선진국의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는 꼴이 되어 기형적인 노사제도가 탄생해 노동현장을
왜곡하는 우를 범할수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위해 민.형사상의 절차등 충분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노사개혁작업은 정작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노개위는 이번 노사간의 합의정신을 살려 이달말까지 개최될 공청회를
통해 한국적 노동현실에 맞고 노사 모두가 승복할수 있는 합리적 개혁안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