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은 15일 제일은행 본점4층 대회의실에서 "개방경제에서의
통화신용정책"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박영철 금융연구원장 사회로 진행된 이 세미나에서 박원암 홍익대교수가
박재하 이충열 최공필 연구위원과의 공동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토론에는 남상우 KDI선임연구원, 노성태 제일경제연구소장, 신영섭
한국경제신문논설위원, 원봉희 재정경제원금융총괄심의관, 이강남
한국은행조사제1부장, 이재웅 성균관대교수, 이종화고려대교수 등이
참석했다.

주제발표를 요약한다.

======================================================================

80년대 후반 이후 금융자율화 및 개방화의 진전에 따라 총통화
(M2)를 비롯한 통화지표와 최종목표간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다.

또 통화지표에 포함되는 금융자산중 시장금리지급 상품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통화당국에 의한 통제가능성도 낮아져 중간목표로서의
유용성이 약해지고 있다.

여기다 통화신용정책수단도 문제가 많았다.

과거 경제개발기부터 누적된 정책금융의 과다 및 금리자유화의 부진으로
간접규제 통화관리방식의 시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통화당국이 연간
총통화증가율 목표치를 지키기 위해 직접적인 수단을 사용한 경우도 많았다.

이로 인해 금융기관의 자율적 자금운용이 저해되고 금융시장의 교란과
자금배분의 비효율성이 초래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즉 본원통화가 경직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당국이 창구지도를
통하여 은행여신을 직접 규제함으로써 은행의 자율경영의지 약화, 자금배분의
효율성 저하, 예비적 자금수요 증가, 금리급등 등의 문제점이 초래되었다.

80년대 중반 이후 선진국들은 통화량중심의 통화관리방식에서 벗어나
금융시장 및 실물시장의 안정을 중시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단기금리를
운용목표로 채택하여 이를 관리하는 방식의 통화신용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명시적으로 운용목표를 설정, 운용한 경험은
없으나 총통화의 목표증가율을 지키기 위해 종종 직접관리방식에
의존해온 점을 감안하면 총통화가 중간목표이자 일종의 운용목표로서
역할을 해왔다고도 할수 있다.

그러나 금융자율화 및 개방화의 진전에 따라 총통화증가율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 훨씬 어려워지고 있는데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금리를 통한 금융시장 안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운용목표로 사용될수 있는 대상 금리로는 단기금리인
콜금리, 기업어음금리, CD(양도성예금증서) 수익률, 단기 통안증권수익률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이중에서 초단기금리인 콜금리가 장기금리와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가장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의 콜시장은 은행간 지준자금의 조절기능뿐 아니라
금융기관간 영업자금의 수급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구조적인 분할현상으로
2원화된 금리체계가 형성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통화당국이 콜시장의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고 현실적으로 콜금리외에 운용목표로 활용할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선진국의 경험 등을 참고하여 콜금리를 운용목표로 사용하되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콜시장 기능의 활성화 및 콜금리 결정의
합리화를 위한 보완조치를 지속적으로 시행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자유화 및 개방화 진전에 부응하여 앞으로 우리나라의 통화신용정책도
시장기능에 입각한 선진국형의 공개시장조작 위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중장기 유동성조절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통안증권 매매조작을
활성화하기 위해 통안증권의 발행금리를 실세화하고 장기 통안증권
발행규모를 확대하는 등 만기구조를 다양화하여 통화채 수요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통화여건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가급적 조기에 통화채발행도 완전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단기유동성의 미조정을 위한 공개시장조작은 금리기능을 바탕으로한
간접관리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RP조작을 통한 유동성조절과정에서 강제배정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RP 및 통화채 매매조작 대상기관을 점진적으로 확대하여 단기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제2금융권까지 참여시키고 궁극적으로 은행 증권사
등을 프라이머리 딜러로 선정하여 공개시장조작의 주 파트너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RP 매매조작에 대한 금융기관의 예측가능성 및 적응력을 제고하고
유동성 조절방식의 선진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방안으로 RP
매매조작 시행을 선진국의 경우처럼 정례화해야 한다.

간접규제 통화관리방식의 정착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은행별 총액대출한도를
낮추어 선별금융 성격의 한은재할인 규모를 과감히 축소하고 재할인제도의
성격을 일반적 유동성조절기능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러한 재할인한도의 축소조정은 여건을 보아가며 단계적으로 추진하되
중소기업 구조조정 추이 등을 감안하여 총액한도대상 대출금리를
실세화하는 한편 이에 상응하는 총액대출한도를 축소하여야 한다.

한편 총액한도 축소에 따른 본원통화 감소는 지준율 및 실효지준 인하를
통해 상쇄하고 표지어음 발행을 활성화하는 등의 보완조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통화신용정책을 선진국형의 간접관리방식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와같은 조치를 시행할수 있는 금융 하부구조가 시급히 구축되어야 한다.

첫째로 콜금리를 통화신용정책의 운용목표로 활용하고 공개시장조작의
효과가 금융시장을 통해 효과적으로 파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통화신용정책의 장으로 콜시장의 기능 제고 및 활성화가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금융기관간 중기자금조절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금융기관간
RP업무를 모든 금융기관에의 취급을 허용해야 하며, 특히 금융기관간
중기자금 차입시장을 개설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단기국채(재정증권)시장을 공개시장조작의 주 대상시장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단기국채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단기국채 딜러제도를
도입하고 단기국채의 발행방식을 공모방식으로 바꾸며 단기국채의
만기를 다양화하고 발행주기를 정기화하는 등의 조치를 시행하여야 한다.

또한 금융기관간 자금조절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RP거래를 은행 증권뿐
아니라 여타 금융기관에도 허용하여 RP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발행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유통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문딜러와 브로커를 양성함으로써 단기금융시장의 자금수급
중개기능을 제고하여야 한다.

금융개방화 및 금융혁신의 진전에 따라 통화 환율 금리간 연계성이
강화될 것이므로 종전과 같은 방식의 통화신용정책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M 2 를 비롯한 통화지표와 거시경제변수간의 안정성도 크게
약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통화신용정책 운용방식을 선진국형으로 개선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우리보다 먼저 금융자율화와 금융혁신, 그리고 금융개방화를 경험하였던
선진국들도 금융환경의 변화로 금리 환율 등 가격변수를 보다 중시하는
방향으로 통화신용정책을 변경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통화신용정책의 최종목표인 물가안정 및 금융시장의 안정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통화신용정책을 지금까지의 통화량중시 방식에서
금리 등 가격변수를 보다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신중히
모색할 필요가 있다.

< 정리 = 박준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