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 대만에서 열렸던 컴퓨터전시회를 보고 자긍심과 동시에 위기감을
느꼈다.

삼성관에서 세계최초 22인치TFT LCD모니터의 선명함을 보고 옆의 외국인이
외치던 원더풀이라는 감탄사와 대만기초산업의 막강함 때문이었다.

용산전자상가같은 대만의 전자상가인 광화상장에서 수많은 초.중.고생들이
붐비고 있는 가게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게임전시장이나 수입상과 같은 곳이려니 하고 들어가 봤는데
그곳은 저항이나 콘덴서 테스터기 등을 취급하는 전자부품상이었다.

80년대말부터 컴퓨터산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선정, 학교교과목의 중요한
부분을 기초전자과목이 선점하고 있으며 전자부품사업가를 최고직업으로
보는 것이었다.

남녀할 것 없이 그들은 부품구입에 바빴다.

국내에서 사농공상으로 공업을 천히 여기고 의사나 변호사 국가고시를
1등직업으로 여겨 수많은 엘리트들이 사장되어가고 있을때 대만은 실리를
추구했던 것이다.

그 결과가 이제 21세기를 맞으면서 여실히 나타나게 될 것이다.

정보를 장악하고 이러한 정보를 생산하는 기기를 장악하는 나라는 세계를
제패할 것으로 생각된다.

앞서지 못한 나라는 21세기내내 남의 뒤만 따라갈 것이다.

무역수지가 계속 적자를 보이는 원인중의 하나도, 값비싼 컴퓨터부품
대다수를 수입하는데 있다고 본다.

대만은 거액의 무역흑자로 호주땅의 6분의1을 매입했다.

중국의 위협에서 벗어나겠다는 계획, 언젠가 다가올 인구폭증과 개발력의
한계를 넓은 땅에서 실현하겠다는 야심이다.

이제는 국가적차원에서 컴퓨터부품산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컴퓨터부품전문의 전자고등학교를 설립하고 공업고등학교 입학정원을 대폭
늘리며 다른 기간산업이나 중공업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컴퓨터기간산업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국가고시.법조.의사직 등보다 첨단과학기술분야에 눈을
돌리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앞으로는 첨단정보통신국가가 세계 최강국이 될 것이다.

국가차원의 정책.제도적인 지원이 없으면 빌 게이츠와 같은 세계적 인물은
탄생하기 힘들 것이다.

배석희 < 서울 광진구 중곡2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