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일 < 한성대 교수 >

한국경제는 지금 새로운 비교우위산업의 창출을 준비해야할 때다.

지난해 2백21억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린 반도체 메모리 분야가 그랬듯이
한국의 많은 주력 수출 산업이 성숙 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환경 설비 산업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이러한 필요성에 부응하는 매우
시의적절한 산업이라고 본다.

환경설비산업은 환경산업 가운데 일찍 출발한 산업이나 아직도 성장성이
높은 신흥 산업이다.

환경설비산업의 정의를 보통 공해방지목적의 제조업 분야라고 하지만 보다
바람직한 정의는 "각종 환경 자산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도모하는 제조업"
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설비 산업의 특성은 첫째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돼 감에 따라
새로운 성장 주도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IFC전망에 따르면 2000년 세계환경설비시장규모는 약 6천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둘째 환경설비투자에 대한 수요는 항시 사회적으로 최적인 상태에 미달하는
특성이 있다.

왜냐하면 환경설비투자는 외부 경제의 창출을 통해 사적 이익보단 공적
이익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는 산업이다.

셋째 개발 산업이라기 보다는 기술심화형 복합 산업이라는 점이다.

물리 화학 생물 등 기초 과학을 기반으로 기계 화공 전기 전자 등 여러
산업의 응용 기술이 복합된 제조업이다.

넷째 독자적인 성장보다 타산업과 동반 성장 전략이 요구되는 동반 성장
산업이다.

다섯째로는 특정성이 크게 요구되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환경오염물질의 발생 특성에 따라 상이한 설비및 처리 기술이
요구되는 심오한 산업이다.

한국환경설비산업의 경쟁력 실태를 보면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이 규모가
매우 영세하다는 점이다.

95년도의 생산규모는 1조원을 조금 상회해 제조업 전체의 1.15%에 불과하며
수출입 규모도 미미할 뿐만 아니라 기반이 매우 불안정하다.

산업기반 자체가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기술 수준도 고효율 집진기술과 고도정수및 슬러지 처리 기술을 제외하고는
선진국의 30%에 미달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부문 환경투자는 GNP대비 0.2% 수준으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청정생산시설투자와 기술 개발에 의한 세제 혜택이 없고 관세 감면도 환경
설비 완제품에만 국한되고 있다.

환경 산업의 복합성 특정성을 지원할 전문인력양성 체계도 매우 미흡하다.

동반성장 전략도 없다고 보아야 한다.

업종별 사업자 단체가 공동으로 벌이는 국내환경설비산업의 기반 구축을
위한 자발적 노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민간의 환경 설비 투자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주요 공해 유발 산업 가운데 화학 석유 고무제품 비금속 광물제품
제1차 금속분야에서의 투자 확대가 요구된다.

이러한 경쟁력 실태를 평가해 볼 때 한국 환경 설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환경 산업의 재분류 <>신규 시장의 창출 <>수출 산업화를 위한
중점 육성 분야의 선정 <>환경 설비 산업 정보망의 구축을 통한 정보화의
추진 <>각종 지원 제도의 확충 <>대내외 제휴 관계의 강화, 엄격한 환경
설비 검사및 시설 감시 체계의 구축 등의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경쟁력 강화여부는 탈황설비 등 시스템 기술의 개발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탈황 설비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핵심 시스템 기술을 중점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환경 설비 전문 업체의 육성이 시급하다.

이밖에 정보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환경 설비 기술을 청정 생산 기술
개발과 연계하여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