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7월 서강대등 주로 대학극회에서 활동하던 친구들이 모여
"작은신화"라는 극단을 만든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을 다양한 연극양식으로 표현, 이데올로기나
상업주의로 물든 연극계에 "작은신화"를 창조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그해 카페를 돌면서 올린 창단공연작 "결혼"과 "불어를 하세요?"부터
이들은 이색적이고 신선한 무대로 연극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젊은이들이라면 당연히 해보는 실험적인 시도로 간주되어
얼마나 계속되겠느냐는 우려 반 질시 반의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작은신화"는 한국연극계에서 젊은
연극을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

그동안 한결같은 젊은 정신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여온 이들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다.

연극계에서 10살이란 나이는 보통 기성 중견극단을 의미하지만 작은신화는
여전히 파릇파릇하고 당차다.

현재 작은신화의 단원은 총55명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나이다.

모두가 개성이 뚜렷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신세대들.

이들을 하나로 묶고 있는 것은 "연극에의 순수한 열정"이다.

영상매체의 위력이 날로 더해가는 이 시대에 이들은 연극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사람의 땀냄새를 맡을 수가 있어요.

살아있다는 느낌이죠.

사람과 사람이 가슴을 열고 하나될 수 있는 연극예술의 생명력은
언제까지나 살아남으리라 생각합니다"

창단때부터 작은신화를 이끌어온 최용훈대표(33).

올 영희연극상을 받을 만큼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기대주다.

어릴적 꿈이 영화감독이었다는 그는 중학교때 관람한 청소년연극에서
경험한 "배우와의 교감"이 연극으로 관심을 이끌었다고 말한다.

그가 10년간 대표를 맡으면서 가장 주의를 기울인 것은 공동체적
운영방식.

연극행위가 내포하는 수평적인 사회공동체 개념을 극단 자체의
운영에서부터 구현, "나"와 "너"가 아닌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연극공동체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은신화는 극단 운영부터 재정, 작품 선정, 제작등을 단원
모두가 같이 책임지고 이끌어간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작은신화"구성원간의 놀라운 결속력도 이같은
운영방식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두 형, 동생하며 가족처럼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는 현대철 단원은
"신입단원을 뽑는 것도 새식구를 맞아들이는 것처럼 생각한다"고
자랑한다.

열린 연극을 지향하며 공동창작을 통해 무대에 올린 "전쟁음?악!"(90),
"전쟁음?악!2"(91), " mr. 매킨도.씨!"(93), "매직아이.스크림!"(95)등은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관객과 비평의 주목을 받으며 "작은신화"의
젊음을 더욱 단단히 했다.

93, 95년도에는 창작극 진흥과 젊은 극작가 육성을 목표로 한 "우리연극
만들기"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치러내 한국연극평론가협회로부터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좌절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이 어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역시 재정문제.

현재 두 곳에 10평 남짓한 연습실을 갖고 있지만 한 곳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전용소극장이 하나 있었으면 한다는 이들.

그러나 "우리에겐 많은 단골관객이 있고 후원회가 알차게 조직돼 있어
별 걱정없다"고 환하게 말하는 모습에서 젊음 특유의 패기와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다소 거창한 질문에 대한
이들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좋은 연극을 만드는 것이죠.나이가 들더라도 항상 젊은 정신을 유지하며
지금 여기에,꼭 있어야만 하는 살아있는 연극을 만들고자 합니다"

<송태형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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