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는 국적이 어디든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것일까.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삼성종합화학연구소에서는 요즘 갈색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한 프랑스처녀가 화제를 뿌리고 있다.

세실 몽띠.

21살의 프랑스여대생.

리용에 있는 프랑스국립응용과학원 4학년인 그녀는 지난 4월초
5개월간의 일정으로 한국땅을 밟았다.

5년제인 국립응용과학원 졸업을 위해 필수코스인 현장실습(STAGE)차
이곳에 온 것.

"프랑스로 유학온 한국인 친구들로부터 한국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꼭 와보고 싶은 나라였죠"

그래서 한국을 택했다고 너무나도 간명하게 대답한다.

지금은 삼성 사출연구팀에 배치돼 매일 편광현미경을 들여다보며
합성수지의 결정화구조와 속도관찰에 관한 실험을 진행중이다.

연구소에서 1km 가량 떨어진 사택에서 자전거로 출근한다.

업무시간이 끝나면 곧장 테니스라켓을 들고 나갔다가 다시 수영장으로
향하면서 맘껏 개인 생활을 즐긴다.

이같은 발랄함탓에 말을 한번 붙여보려는 연구소직원들사이에 경쟁이
붙을 정도.

"한국의 젊은 세대는 힘이 있어요.

새로운 생각, 새로운 행동으로 사회를 바꾸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젊은이들에 대한 생각이 대단히 호의적이다.

자유롭고 톡톡 튀는 면은 비슷하지만 일을 맡아 책임지고 추진하는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강한 면모를 보인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젊은 세대라고해서 사고방식이 기성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신세대라기보다는 그냥 젊은 세대일 뿐이죠"

그녀는 요즘 한국을 탐구하는데 푹 빠져있다.

혼자 시내버스를 타고 대전시내에도 나가고 동료와 프랑스에서 자주
들어봤던 그 유명한 한국의 개고기를 감히 먹어보기도 했단다.

맛이 어떻드냐는 질문에는 그저 웃을 뿐이다.

시장에 들러 구경도 하고 새로 사귄 친구들과 노래방에도 자주 간다.

열린 마음과 냉철한 이성을 갖춘 연구자가 되겠다는 그녀는 "현재
신세대와 기성세대간 차이가 과연 어떻게 메워지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는 지 보고싶다"며 다시 한번 한국에 꼭 오겠다고 애교가득한
미소를 짓는다.

< 대전=김준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