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작고 더 강력한"

차세대 2차전지 개발경쟁이 치열하다.

지금까지 일본이 장악해온 2차전지시장에 (주)서통 로케트전기 등 건전지
전문제조업체들과 함께 삼성전관 대우전자 LG금속 등 대기업들과 태일정밀
등 중견업체들이 앞다투어 뛰어들면서 "기술자존심"을 건 국산화 경쟁에
불이 붙었다.

2차전지는 한번 쓰고 버리는 1차전지와는 달리 충전해서 재사용할 수 있는
전지로 니켈카드뮴 니켈수소화합물 리튬이온 리튬플리머전지 등이 대표적
이다.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가 갈수록 두터워지고 있는데다 휴대전화 노트북PC
캠코더 등 개인휴대기기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2차전지는 차세대 멀티미디어
산업을 좌우할 "제2의 반도체"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휴대용 전자제품이 빠르게 소형화 경량화 되고 있어 더 작고 더
가벼운 고성능 2차전지 개발이 제품경쟁력의 관건이 되고 있다.

현재 시판되는 무선 전화기의 경우 전체 무게에서 전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5%이며 캠코더는 15%정도.

전지의 무게와 크기를 줄이지 않고선 전자제품의 소형.경량화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2차전지 가운데서도 현재 관심이 되고 있는 것은 공해배출이 심한 니켈
카드뮴 대신 니켈수소나 리튬을 사용하는 무공해제품.

가전제품의 포터블(휴대용)화라는 물결을 타고 급성장한 니켈카드뮴전지는
한때 인공위성의 발사를 가능케 해 "신비의 보석"으로 불리기도 했다.

100분에 지구를 한바퀴 도는 인공위성에 탑재, 태양광이 비치는 60분동안
충전한 뒤 암흑이 지속되는 40분동안 방전함으로써 인공위성의 일주를
가능케 했기 때문이다.

이 전지는 비용이 적게 드는 대신 유해중금속인 카드뮴이 배출된다는
단점이 있다.

니켈카드뮴에 이어 출현한 니켈수소화합물 전지는 오염물질이 없고 지속
시간이 두배 이상에 달하지만 순간적으로 높은 전류가 필요한 분야에는
취약한 단점이 있다.

리튬이온전지와 리튬플리머전지는 소형.경량화 및 고밀도 대용량화를
실현할 수 있어 "차차세대"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전지기술은 획기적인 성능향상이 어려운 기술로 정평이 나있다.

현재 국내 2차전지 수요는 연간 5,000만개에 달하지만 자급률은 10%에도
훨씬 못미치는 형편이다.

특히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100만개를 생산하는데 최소 2,500억원의 비용이
들어 재원조달에도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중소기업이 장악했던 1차전지 시장과는 달리 2차전지 시장에는
대기업이 잇달아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관은 94년 4월 삼성전자에서 전지산업을 이관받아 현재 니켈수소와
리튬이온전지를 개발중인데 오는 98년 3,000억원을 투자해 조기 양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은 이를 위해 현재 일본 하이메카사로부터 설비를 도입했으며 유아사
와는 니켈수소, 소니 마쓰시타 산요 등과는 리듐이온에 대한 기술도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금속도 지난 93년 영국 국영연구기관인 AEA테크놀로지사와 리튬폴리머
공동개발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현재 니켈수소전지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94년초 리튬1차전지업체인 태크라프를 인수한 대우전자는 오는
2000년까지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500억원을 투자해 리튬2차전지를 내년
부터 양산할 예정이다.

이들 대기업과 함께 2차전지산업의 선발업체인 로케트전기와 서통도
"건전지 업계의 자존심"을 내걸고 2차전지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케트전기는 85년부터 각종 무선전자기기와 비상용 예비전원용으로
니켈카듬뮴계의 니카드전지를 양산한데 이어 93년에는 니카드 대용으로
니켈수소전지를 생산해 일찍부터 2차전지산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94년에는 리튬이온전지 시제품을 개발해 내년 양산을 목표로 설비
제작을 하고 있다.

서통은 지난 94년 세계 세번째 국내 최초로 리튬이온전지기술을 개발하는
개가를 올린데 이어 구미공장에 생산설비를 갖춰 놓고 있다.

서통은 올해말 본격 생산을 목표로 시장 판매를 위한 안전성 시험을 하고
있으며 현재는 "꿈의 전지"라 불리는 리튬폴리머전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밖에 컴퓨터 및 컴퓨터 주변기기 전문업체인 태일정밀도 KAIST출신
연구인력 5명을 확보해 최근 원통형 리튬이온 2차전지 시제품 개발에 성공해
내년 4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통신산업에 있어 반도체는 뇌, 박막액정화면(TFT-LCD)
은 눈, 2차전지는 심장이라는 말이 있다"며 "2차전지는 앞으로 고성장을
거듭해 2000년에는 세계시장 규모가 8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