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국회 도서관.

A씨는 컴퓨터를 켜고 단말기에 나온 정보검색 버튼을 누른다.

화면에 나타난 여러가지 항목중에 미국 국회도서관을 지정했다.

잠시후 안내문이 나온다.

"본인이 직접 검색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사서를 연결해드릴까요"

A씨는 원하는 정보가 비전공분야여서 사서와 상담하기로 했다.

잠시후 "안녕하세요, 뭘 도와드릴까요"라는 음성과 함께 미국 도서관
사서가 화면에 나타난다.

A씨는 한국말로 찾는 분야를 말한다.

이 말은 컴퓨터 자동 번역시스템을 통해 영어로 번역돼 전달된다.

사서는 어떤 분야를 검색해보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A씨는 사서가 일러준대로 정보를 찾았다.

원하는 내용이 미국 월 스트리트 저널 며칠 전 신문에 실려있다.

그는 곧 프린터로 출력해 정보를 입수했다.

한국에 앉아 미국 도서관 사서와 상담을 하고 그가 일러준 정보를
찾아 출력까지 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물론 가설이다.

그러나 곧 실현될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바로 멀티미디어가 바꾸어 놓을 세계이다.

멀티미디어 전문가들도 10년후의 세상 모습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하지 못한다.

너무나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멀티미디어는 음성과 문자, 그리고 움직이는 화면을 동시에 전달하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 통신기능이 결합되면 지구상 어느 곳에 있는지 리얼 타임으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현재와는 전혀 다른 삶의 환경이 조성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학교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학생들이 매일 아침 등교할 필요가 없어서다.

수업은 집에 연결된 컴퓨터로 하면 된다.

숙제도 컴퓨터로 낸다.

다만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학교에 갈 뿐이다.

학습은 집에서 컴퓨터를 통해 하고 학교는 그야말로 놀러 가는 셈이다.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컴퓨터로 진료를 받는 원격진료가 실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이야기는 단순한 꿈이 아니다.

멀티미디어 시대에는 미국에서 만든 영화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하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미국과 동시에 상영되기 때문이다.

위성을 통해 영화가 전송되고 그것을 받아 극장에서 상영하면 된다.

"멀티미디어의 진정한 의미는 새로운 세계의 시작"(김광호 삼성전자
부회장)이란 정의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멀티미디어 세상으로 가는 길에 막 첫 발을 디뎠을 뿐이다.

통신과 전자 컴퓨터 분야의 기술발전이 각각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통합화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PC와 TV를 기능적으로 통합한 PCTV등이 나온 것이나 멀티미디어 세상의
기간 설비인 통신망 구축이 활발한 것에서 이를 읽을 수 있다.

"모든 정보를 손끝에서 얻을 수 있다"(미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사장)는
말은 멀티미디어 세상이 되면 더이상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것이다.

바로 모든 세상이 손끝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