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들이 뛰고 있다.

실험실의 불은 한밤중에도 꺼질줄 모른다.

21세기 과학기술선진국 진입과 테크노피아구현이란 목표가 이들이 있기에
희망적이다.

생명/우주공학 신소재 신약개발 등 분야별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연구원들
을 찾아 그들의 연구성과와 생활상 등을 소개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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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연구소의 곽상수박사(37)는 변함이 없다.

연구소내 식물세포배양실을 중심으로한 꾸준한 연구활동이나 각종 위원회
일을 도맡아 하는 며느리체질이 그렇다.

지금은 식물생화학분야에서 "여의주를 문 용"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지만 마음은 항상 "고향마을 개천"에 있다.

그가 간직하고 있는 어릴적 고향모습은 앞으로의 우리네 생활터전 그
자체다.

그런데 이 고향이 요즘들어 시들고 있다.

동네어귀나 산중턱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하루가 다르게 생기를 잃고 있다.

환경오염 때문이다.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모두가 쓰러질수 밖에 없습니다. 우선 환경오염
요인을 줄여야 합니다.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환경오염에 견디는 힘을 키울
수 밖에요"

그가 각종 환경스트레스에 잘 견디는 식물을 개발해 그를 통해 유용한
물질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일생의 연구목표로 잡은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는 생명공학기술개발사업(바이오텍2000)의 주과제이기도 하다.

이 연구의 핵심은 그의 전공분야인 식물의 항산화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 메커니즘이 활발한 식물을 개발하는 것.

항산화메커니즘은 생명체가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세포의 전자전달체계가
혼란돼 생성되는 유독성 활성산소종을 적절히 제거하는 일종의 생리방어
체제이다.

그는 이미 이 연구에서 적잖은 성과를 올렸다.

고구마배양세포로부터 항산화물질의 하나인 퍼옥시다제(POD)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찾아 두산기술원에 이전하기도 했다.

고구마가 각종 환경스트레스에 견디기 위해 POD를 대량으로 생산한다는
것을 알아내기는 그가 처음이다.

고구마배양세포로부터 POD를 경제적으로 대량 생산, 상품화할 경우 식물
배양세포로부터 효소를 포함한 고분자유용물질을 뽑아내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식물배양세포를 다루는 그의 연구활동은 다른 과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목은 잎에 항암물질인 "택솔"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그 추출기법을 한국신약에 이전, 올 연말께 치료제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같은 연구결실은 그의 한결같은 추진력에서 비롯됐다는게 주위의 평가다.

어릴적 꿈이었던 새마을지도자가 되기 위해 경북대 농대에 진학한 그는
군대를 다녀온 뒤 석사과정을 마치고 일본 도쿄대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조교시절 아껴 모아둔 300만원이 가진 돈의 전부였다.

결혼으로 한층 쪼들리는 생활속에서도 남들이 6~7년해야 하는 공부를 3년에
마치고 박사학위를 따냈던 것이다.

그는 그러나 지난 90년 우리나라 생명공학기술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
하고 있는 생명연에 합류,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동료팀원을 만날수
있었기에 능력발휘가 가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겸손해 했다.

그는 또 "생명연이 올해초 연구자율성과 그에 따른 책임을 강조하는 쪽으로
조직을 개편한데 발맞춰 연구원들이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며 "앞으로
선진국수준에 뒤지지 않는 생명공학기술개발 성과들이 쏟아져 나올 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