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회사에 근무하는 민승기대리(29)의 퇴근시간은 요란하다.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벗어 던지고 청바지차림으로 바꿔입은 그는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고 힘차게 출발한다.

"조지 알마니" 선글라스를 쓰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는 굉음을 울리며 가속.

그렇다고 민씨가 무분별한 폭주족은 아니다.

떼지어 몰려다니며 탈선과 비행을 일삼는 그런 부류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놀땐 놀더라도 근무시간에는 일에 열중한다는 원칙을 신봉하는 샐러리맨
이다.

상사로부터 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예스맨"은 아니다.

자기 일은 열심히 하지만 남의 일은 신경쓰지 않는다.

남의 간섭도 싫다.

퇴근시간이면 눈치보지 않고 회사를 나선다.

신세대 직장인들은 그대신 최대한 자기생활을 즐긴다.

남보다 일을 빨리 마치고 자기계발에 몰두한다.

영어회화도 좋고 인터넷도 재미있다.

일과후 억지로 근무하기보다는 애인을 만나러 간다.

신세대 직장인은 말한다.

"즐겁게 사는게 남는 거잖아요"

물론 즐거운 생활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위해 회사를 다니는 것은
아니다.

신세대라도 직장에서의 성공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자기가 몸담고 있는 직장에 승부를 걸어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르겠다는
꿈은 기성세대와 다르지 않다.

일부는 관련업무의 노하우를 하루빨리 익혀 자신의 회사를 세우겠다는
꿈을 갖고 있기도 하다.

신세대 직장인들이 자투리시간을 쪼개며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성공을 위한 투자인 셈이다.

그래서 신세대 직장인들은 재미와 성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쫓는
욕심쟁이로 비쳐지고는 한다.

이러한 신세대 직장인들이 등장하면서 직장문화는 바뀌고 있다.

대형출판사에 근무하는 송현순씨(26.여)는 어느날 찢어진 청바지에
모자를 눌러쓰고 회사에 나타났다.

부장등 직장상사는 송씨의 모습을 보고 놀라기는 했지만 바로 앞에서
뭐라고 하지는 못했다.

만일 그랬다가는 "간큰 상사"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두려워서였다.

"신세대의 눈치를 보는 귀여운(?) 상사를 지켜보는 것도 즐겁다"는
송씨의 말은 신세대가 가져온 직장문화 변화의 깊이를 가늠케한다.

대그룹 자동차계열사에 근무하는 이상수대리(32)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가 컬러풀한 와이셔츠와 "태그 호이어" 시계, "캘빈 클라인" 향수등으로
패션과 개성을 강조하면서 직장동료와 상사들도 옷차림에 신경쓰기
시작했다.

전자수첩 노트북등 첨단장비를 지급하고 전자결재를 시작한 것도
대학시절부터 컴퓨터통신에 몰두한 이 신세대가 입사하고부터다.

신세대 직장인때문에 회사근처 수영장은 점심시간에 호황을 누린다.

피자로 점심을 때우고 포킷볼을 즐기는 여직원들도 있다.

기업들은 오히려 신세대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업무에 반영하기위해
앞장서 젊은이 중심으로 태스크포스을 구성하고 있다.

직장인 풍속도가 신세대위주로 그려지고 있다.

< 정태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