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호 < 대외경제정책연 부원장 >

지난달 14일 오후 한국통신 영상회의실에서는 핀란드 수도 헬싱키를
연결하는 국제영상회의(video cautereuce)가 약 2시간동안의 (video
conference)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핀란드 의회내 미래위원회(Committee on Future)가 21세기
세계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 동아시아와의 경제협력
방안을 의회차원에서 모색해 보고자 기획.추진한 것이다.

핀란드 의회는 동아시아를 이해하는 데에 싱가폴과 한국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이들 국가와 각각 한 차례씩 영상회의를 갖기로
정했었다.

이날 영상회의에는 필자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역정보센터의 이성량
박사가 한국을 대표하여 참여했다.

핀란드측에서는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경제단체, 다국적기업, 학계,
연구계, 언론계 주요 인사가 참여하였다.

회의에서는 한국의 성공적 경제발전경험과 앞으로의 과제, 한.판란드
경제협력분야 등에 대해 한국측 대표의 강의가 한시간 가량 있은 후
핀란드측 참석자들의 논평과 질문으로 이어졌다.

우리측에서는 한국경제의 성공요인으로 대외지향적 발전전략, 안정을
중시한 거시경제정책, 인적자원에 대한 높은 투자율, 미래지향적인 기업가
정신 등을 지적했으며, 한.판란드 경제협력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는 분야로
환경, 자원, 첨단 통신기술, 자동차및 관련부품, 반도체 등을 제시하였다.

핀란드측 참석자들은 대학과 기업가니 교류, 환경관련 정책및 기술에
있어서 핀란드의 장점을 설명하고 특히 핀란드 중소기업들의 한국진출
가능성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명하였다.

이번 회의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두 나라 사이에 이루어진 영상회의
라는 점에서, 즉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최첨단 통신기술의 발달을 실제로
체험할 수있게 했다는 데에 일차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핀란드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 제고와 앞으로의 한-핀란드
경제협력 증진에도 상당히 기여했다는 평가를 할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핀란드 간의 경제협력은 새로 출범한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를 계기로 본격화될 아시아-유럽간 경제협력에도 좋은 모델이 될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 외에도 필자는 이번 국제 영상회의를 성사시킨 핀란드측의
노력과 자세를 보면서 몇가지 추가적인 의의를 찾아볼 수 있었다.

첫째, 무엇보다도 이번 행사가 핀란드 의회의 주도로 추진되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어 보인다.

특히 미래위원회가 핀란드 국민들에게 동아시아의 중요성을 알리고,
한국의 경험을 들려주고, 아시아인들과 미래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기회를
마련해 준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경제여건에 대응하기한 국가적 대응방안 모색에
의회가 선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높히 평가된다.

둘째, 한국과의 영상회의에는 요르마 율린(Jorma Julin) 주한 핀란드
대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깊게 개입하였다는 점도 음미해 볼만한 일이다.

한국을 동아시아의 핵심적인 국가로 선정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본국으로 돌아가 영상회의의 사회를 직접 맡아보는 열정을 보였다.

이는 의회와 정부부처인 외무부가 국가의 장래를 위해 긴밀히 협조하고,
외교관으로서 자국상품과 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 경제외교의 첨병 역할을
철저히 수행하는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세계경제여건 변화에 적극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함은 바로 우리
정부가 지난 94년말부터 범국가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세계화전략이
각별히 강조했던 사항들이다.

이번 한.핀란드간의 영상회의는 이러한 세계화전략의 추진을 위해 우리가
각계에서 과연 제대로 된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되돌아 보게 한다.

최근에 발표된 "21세기 경제장기구상"에 의하면 2020년에 우리나라가
세계 7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야심찬 장기비전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는 핀란드와
같이 우리 주변의 많은 나라들이 범국가적 차원에서 모든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세계경제통합에 적극적이고 경쟁적으로 대처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핀란드와의 영상회의는 21세기 경제적 국경과 기업의 국적이 무의미
해지는 무한경쟁시대를 맞이해 요구되고 있는 우리 국회및 외교관의 역할과
자세에 대해 좋은 교훈을 남겨 주었다고 하겠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전략을 수렴하고 추진해 나감에 있어서 정부와 국민을
리드하는 우리 국회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