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호롯데그룹부회장은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땅 소송과 관련해
3일 "이 땅은 67년 아버지와 둘째 형이 나에게 사준 것이며 동경
회장(신격호회장)이 제시한 소장은 전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신부회장은 "법적 대응을 위해 오늘 내일중 잘 아는 변호사를 선임
하겠다"면서 "만약 일부 보도된대로 그 쪽에서 롯데건설 자금유용
운운한다면 명예 훼손으로 고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신부회장은 이번 소송에 포함된 김해시 진례면 임야등 나머지 6건의
땅에 대해서는 "그 땅들은 일리가 있다"면서 "이전해준다해도 30년동안
내 명의로 관리해온 임대료는 받아야 된다"고 말했다.

신부회장은 또 농심그룹의 신춘호회장을 비롯한 다른 형제들이 모두
신회장의 이번 처사에 대해 격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부회장은 이날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에서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시종 신회장을 "자기" "동경 회장"등으로 표현하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는 이번 소송의 원인에 대해서는 "신회장이 나이가 들어가자 기억력이
없어져 뭔가 착각한 모양"이라면서 "물질에 대한 노욕이 지나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평생을 한국 롯데그룹과 함께 해온 사람이기 때문에 그룹
부회장직을 사임한다든가 계열사 몇개를 받아 독립한다든지 하는 것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신부회장과의 일문 일답 내용.


-신격호회장이 소유권 이전을 요구한 영등포 롯데제과 땅은 본래 누구
명의로 사둔 것인가.


<>신부회장 = 그 땅은 틀림없는 내 땅이다.

지난 67년 서울에 계시던 아버지(신진수씨)가 훗날 롯데그룹의 모태가
된 (주)롯데 사장으로 있던 둘째 형 신철호사장과 의논해 내 명의로
3천 6백평을 사들였다.

당시 나는 20대였고 미국 유학중이었는데 아버지가 집안의 막내인
나의 장래를 위해서 재산을 마련해준 것이다.

돈은 둘째 형과 함께 회사<(주)롯데>에서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 나중인 73년에 그 땅 옆에 추가로 3천3백여평을 동경 회장
(신격호회장)명의로 사들였다.

회장 땅은 제일제당으로부터 73년 8월 7일 매입한 것이다.

그 땅은 후에 롯데 기공에 증여됐었다.

어쨌든 그 2개의 땅은 각각 다른 것이고 먼저 사들인 3천6백평은
엄연히 내 것이다.

형님이 자기가 샀다고 하는데 그건 언어도단이다.


-그렇다면 신회장이 그 땅을 돌려달라고 하는 이유는 뭔가.


<>신부회장 =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신회장)는 그 때 땅 산 돈이 어디서 났느냐고 말하고 있지만
그건 한국 실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동경 회장은 그 때만 해도 2년에 한 20일꼴로 한국에 건너와 있곤
했을 뿐이다.

73년에 매입한 땅만 해도 롯데제과 돈으로 구입해 내가 직접 회장
명의로 처리해줬던 것이다.

67년 매입한 내 땅은 내가 단독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땅이다.

아버지가 내 명의로 해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 때 큰 형님은 동경에서 회장으로 있고 둘째 형은 (주)롯데 사장이었고
셋째 형은 (신춘호농심그룹회장)(주)롯데 부사장이었다.

또 네째 형(신선호씨)은 일본 롯데에 가 있었고 막내인 나만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아버지가 장래에 대해서 걱정도 되고 해서 그 땅을 사준 것이다.


-그 땅이 부회장 것이라고 해도 형제간의 내부 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았겠는가.


<>신부회장 = 6개월전쯤부터 이 땅 얘기가 있었고 지난 5월에는 보내온
사람을 통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니 마음을 바꾸라고 설득도 받았다.

그러나 이 땅을 못내놓는 이유는 분명하다.

아버지가 해준 것을 어떻게 마음대로 하겠는가.

이건 다른 형제들의 공통된 생각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그 땅이 세계에서 몇번째 가는 회장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생각이다.

어서 법정 판결을 통해서 해결된다면 후련하겠다.


-뭔가 해결되기 힘들었던 감정적인 문제나 특별한 계기 같은 게
있었나.


<>신부회장 = 내가 바른 소리를 하고 하니까 밉보였던 거겠지.

그래도 회장이 너무 심하다.

소송을 실제로 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엄청난 충격을 받고 있다.

롯데의 앞날을 위해서도 매우 착잡하다.

대외적으로도 껄끄러운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오늘도 프로야구 구단주 회의에 가야하는데 이번 일로 못 가게 될
것 같다.

사실 롯데의 초창기부터 국내 일은 모두 내가 도맡아해왔다.

롯데호텔과 호남석유화학정만이 일본에서 돈을 받아 직접 관리한
정도였지 롯데삼강이나 후지필름 롯데햄.우유 등 기업 인수와 실무는
내가 다했다.

자기(신회장)는 근래 10년전부터 조금 한국을 챙겼다뿐이지 실정을
모른다.

내 명의인 양평동 땅만 해도 오늘날의 롯데그룹의 기본이 됐던
땅이다.

당시 롯데제과가 창립될 때 자본금 3천만원과 갈월동 땅 4백평 양평동
땅 3천6백평이 전부였다.

이 것을 갖고 돈 빌리고 공장짓고 하는 사업을 내가 직접 해왔다.


-신회장이 친자녀들에 후계 경영을 맡기기 위해 이번 소송을 했다는
소문도 있는데.


<>신부회장 = 나는 후계자로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런 요구를 한 적도
없다.

친자녀들에게 후계를 물려준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

지금은 오로지 롯데에서 평생을 이루어온 탑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심정뿐이다.

내가 부덕하고 잘나지 못해 이런 경우를 당했다고 여긴다.

동경 회장이 롯데햄 주식 45%를 내게 준다고 여러번 말한 적이 있었지만
한번도 이행하지 않았다.

그 땅에 대해서 내가 고집하는 것도 이 땅만을 내가 지켜야 재산도
없는 내가 살아갈 것 아니냐는 생각 때문이다.


-법적 해결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있는가.


<>신부회장 = 회장의 용단에 달려있다.

나는 소송을 당한 사람이지 않은가.

변호사를 선임해 내 입장을 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왔다.

노신영롯데복지재단이사장이 얼마전에 "형제간의 중재를 통해 해결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해온 적이 있다.

나도 형제들이 결론을 내린다면 선뜻 따르겠다.

그러나 다른 형제들은 회장이 너무 심하다며 아주 격분해하고 있다.

<심상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4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