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새삼스럽게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던 일본의 속뜻이 더 넓은
경제수역을 차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94년11월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라 전세계 146개국이 전부 200해리
경제수역을 선포할 경우 전해역의 36%, 주요어장의 90%, 대륙붕 해저
석유 매장량의 89%가 각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포함된다는 통계는
바다영토를 둘러싼 국가간의 첨예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바다는 지구면적의 3분의2(3억6,400만 ),동식물의 80%를 보유한
자원의 보고이자 세계 교역량의 75%(40억t)가 이동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해운 조선 수산등 1,2,3차 산업이 모두 관련되고 해양자원개발,
항만개발까지 바다는 앞으로의 활용여부에 따라 21세기 국제질서를 좌우할
주요변수가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선진국들의 바다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최근들어 부쩍 더해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91년 이미 21세기를 향한 해양개발 전략을 수립했으며,
프랑스는 81년에 신설했던 해양부를 95년에는 총리가 직접 관장하는 부로
승격시켰다.

일본의 움직임은 더욱 주목된다.

일본은 200해리 경제수역을 선포할 경우 육지면적의 12배에 달하는
바다면적을 확보하게 된다.

이에따라 지난 90년 해양개발 기본구상및 추진정책을 수립하였고, 해저
6,500m까지 잠수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완료했으며 시속 50노트 이상의
초고속 컨테이너선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반도국으로서 3면이 바다이고 육지면적의 4.5배에 달하는 해면과
3,400여개의 도서로 구성되어 바다에 관한한 천혜의 조건을 수혜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바다관련 산업이 각광받고 발전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70년대 국가의 강력한 산업정책등에 힘입어 부족원자재의 수입, 상품의
수출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해운의 역할이 커졌던 것이다.

이에따라 오늘날 우리나라 해운은 선복량 1,000만t을 넘어 세계
10위권으로 발돋움했고 조선분야는 일본과 함께 세계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며, 수산업은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해운과 조선은 산업의 특성상 완전경쟁에 가까운 국제경쟁
가운데에서 단기간에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섬으로써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해운의 경우 원자재및 수출입 화물의 99.7%를 수송하는 국가의
기간산업이자, 올해 운임수입이 1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잡았으며, 조선 금융 보험 등과의
전후방 연관효과가 커 미래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바다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점증하는
것과 맞물려 정부가 지난 5월31일을 "바다의 날"로 정하고, 5월 한달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범국민적인 바다붐을 조성하는데 앞장섰고, 더욱이
해양부를 신설키로 한데 대해 해운인의 한사람으로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이를 계기로 바다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한 보다 획기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만 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우선 바다관련 산업들은 개별적으로가 아니라 종합적으로
조속히 중장기 발전전략이 수립되기를 바란다.

바다 관련 분야들은 상호 연계되어 있다는 특성이 있다.

해운의 급성장에 비해 우리의 항만시설이 이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선사들의 선박건조를 위한 투자자금 조달에도 여러가지 제한이
따르고 있다.

바다관련 산업은 이제 21세기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거시적
안목에서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각 분야별로 불가피한 것을
제외하고는 제반규제를 과감히 풀고 새로운 전략과 실천방안이 세워져야
할것이다.

둘째로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바다와 관련한 산업의 총체적인
발전 방향은 정부가 주도하되 민간기업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항만개발 등 중요한 사회간접자본 부문은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미 부산항 4단계 확장공사나 광양항 신항만 개발에 현대상선등 관련
민간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조만간 부산 가덕도 신항만도 개발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항만이 동북아의 중심항만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국책사업이 각계의 의견이 결집되어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아울러 정부가 민간에게 단지 자본 참여만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항만의
수요자로서 민간기업의 효율적인 경영기법이나 서비스 정신 등도 함께
받아들이는 개방적인 자세로 추진된다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세번째 국가차원에서 바다관련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

외항선이나 원양어선에 승선하는 일이 3D 업종이라고 해서 젊은이들로부터
외면받는다면 바다를 두고 전개되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다.

해운 수산 조선 해양개발 등 아직도 개발여지가 얼마든지 있는 분야에서
선진국들과 경쟁하려면 사람의 경쟁력이 앞서야 함은 당연하다.

우수한 인재가 마음놓고 일할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고 관련 교육기관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전문인력 양성기관의 확충이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바다관련 산업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바다보다는 육지지향이었고, 해운 수산은 육운과
농업의 보조수단이라는 인식때문에 바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우리 민족의 역사가운데 가장 비통한 일은 반도의 민족, 임해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잊은채 살아왔다는 사실이며 일찍이 바다의 중요성을
깨달은 일본이 오늘날 세계의 열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라는 육당 최남선의 통한을 되새겨보아야 한다.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바다를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는 말을 다시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바다에 대한 범국가적인 관심과 열의를 모아 무엇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실질적인 문제를 논의할 단계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