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인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지 못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새로운
욕구를 창출하는 제품은 새로운 수요도 창출한다"

올 상반기에도 크고 작은 기업들이 자신의 제품들을 많이 팔기 위해 치열한
개발 판매 광고경쟁을 벌였다.

히트상품의 대열에 오른 기업과 제품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떤 제품들이 히트상품의 영광을 차지하고, 어떤 제품들은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며, 어떤 제품들이 나왔다는 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단종처분을 당해야 하는가.

최근 각종 경제단체나 언론사에서 히트상품을 선정, 시상하는 사례가 늘자
히트상품학이 등장할 정도로 히트상품의 조건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수많은 이론 주장들을 종합해보면 의외로 히트상품의 조건은 간단하다.

소비자들에게 선택될 수있는 제품을 만들라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는 고객을 감동시키는 상품을 만들라는 것이다.

그러면 요즘 시대에 소비자들로부터 선택될 수있는 제품은 어떤 것인가로
다시 의문이 옮겨간다.

지금은 누구나 말하듯이 "소비자시대"다.

제품도 많아졌지만 유통경로도 다양해지고 상품정보접근도 용이해져
소비자들이 비교.선택할 기회가 엄청나게 넓어졌다.

대충 만들어 눈먼 소비자들을 유혹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여기까지는 기업이나 소비자들이나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지금이 "상품포화시대"라는 점은 쉽게 간과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필요한 물건은 어디에나 있다.

오히려 제품들이 너무 많다.

제품의 홍수가운데서 눈에 띄고 선택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욕구를 만들거나
기존의 욕구를 더 편리하고 풍족하게 만족시켜 줘야 한다.

그래서 최근 히트상품의 반열에 오른 제품들 가운데는 아이디어성 상품들이
많다.

기존에 없던 시장을 새로 만들어 스스로가 그 시장의 히트상품이 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사례(LG생활건강의 기능성음료 엘키토)도 적지 않다.

제품개발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유통되지 않던 경로를 판매망으로 개척해
성공한 사례(제일제당의 화장품 식물나라)도 있다.

또 새로운 유통업태를 만들어 유통업의 새분야를 만들어낸 경우(신세계
백화점의 창고형 할인점 프라이스클럽)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경우에 해당한다.

공급자가 기존 제품에 좀 더 편리한 기능을 부가시켜 새로운 제품을 만든
경우(보해양조의 프리미엄급소주 김삿갓)나 새로운 소재를 선택해 소비자들
에게 잊혀진 향수를 불러 일으켜 구매의욕을 창출한 사례(전통음료인
비락식혜,웅진 가을대추)도 적지 않다.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LG전자의 싱싱나라)이나 자동차(현대자동차의
쏘나타III)의 경우는 식품을 차갑게 보관하고 사람이 타고 다닌다는 기본
용도가 달라질 수 없으므로 새로운 기능을 부가, 좀더 편리하게 만든 경우에
해당한다.

금융상품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서비스를 상품화해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경우(삼성화재의 천만인운전자보험)도 역시 새 기능을
부가한 사례에 포함된다.

영화 음반등 문화상품이나 광고 디자인은 성격자체가 무한한 소비자들의
상상력과 감정을 자극해 소비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상품이기 때문에 "상품
포화"의 개념을 무너뜨리기에 가장 적합한 부분이다.

결국 요즘과 같은 상품포화시대의 히트상품조건은 새로운 욕구창출과
만족이라고 할 수 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