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전경련의 후원 아래 27일 오후 전경련 회관에서 "세계화.
지방화와 수도권정책의 재정립과제-수도권 정책 왜 전환돼야 하는가"를
주제로한 수도권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수도권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최상철 서울대교수 (세계화.지방화시대에 부응한 수도권정책의 기본
방향과 전략) 김정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수도권의 산업입지
정책방향) 이기석 서울대교수 (지방화시대의 수도권 공간구조 개편과
토지이용 효율화 방안)의 주제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최상철 교수의 주제발표 내용을 소개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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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수도권정책은 지난 30여년간 집중억제에 촛점이 맞춰져왔다.

수도권에 각종 규제를 가함으로써 지방으로의 분산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현상은 시정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국제화 세계화시대에 국가경제의 핵인 수도권에
매질을 가함으로써 오히려 대외경쟁력만 허약화시키는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 되고 있다.

수도권 집중억제및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패러다임을 다시 짜야할
싯점이 됐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수도권은 기업의 "인큐베이터"이자 중소기업의 창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다.

대학과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으며 첨단기술 인력이 몰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도권에 대한 지난친 규제는 따라서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국가경제의 공동화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도 집중억제를 골자로 하는 수도권정책의 논리를 고수해야
할 것인가.

물론 상대적으로 돌아갈 몫이 적어지는 지역의 반발이 거셀 수 있다.

그러나 고임금 고금리 고지가 속의 정부규제로 점차 경쟁력이 낮아짐에
따라 기업들은 해외로 나가는 추세다.

특히 유연적 전문화와 생산성의 비교우위라는 냉정한 국제적 경쟁논리에
맞춰 그래도 국내에서는 여건이 좋다는 수도권마져 외면하고 있다.

국가간 경쟁은 따지고 보면 중심역할을 하는 대도시권간 경쟁이다.

우리나라 경제력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의 경쟁력은 우리의
경쟁력 바로 그것이다.

또하나 주목해야할 점은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로의 인구집중이 고비를
넘겼다는 점이다.

수도권으로 들어올 인구는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서울의 인구는 92년을 고비로 감소하고 있다.

서울에서 줄어드는 인구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수도권의 인구가 늘고있긴
하나 머지않아 안정될 전망이다.

그런 점에서도 수도권 인구집중억제 및 성장규제정책은 소명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정책이든 시대적 여건과 변화에 따라 조정돼야 한다.

수도권 정책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정책은 우선 목표를 재정립해야한다.

경쟁논리가 도입돼야하고 수도권정책의 전제도 수정돼야한다.

수도권의 성장을 억제하면 지방이 잘 살게될 것이란 순진한 가설은
더이상 타당성이 없다.

자본과 노동의 이동이 자유롭지못했던 이데올로기 시대에는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었을지 몰라도 세계화시대에는 수도권보다 여건이 더 나은
해외로 이동하게 돼있다.

수도권이 상대적으로 잘산다고 해서 매질을 가하는 것도 문제다.

수도권이 다른 지방과 비교하면 "강자"일지 몰라도 세계화의 논리에서
보면 그것은 "우물안 개구리다".

수도권은 세계화의 교두보이자 통일을 준비하고 마무리해야하는
전초기지다.

수도권 정책은 이제 지역간 빈곤의 평준화라는 네가티브 섬
(Negative Sum) 방식에서 수도권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성장효과를
지방으로 확산시키는 포지티브 섬 (Positive Sum)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형평의 논리도 중요하지만 능률성과 생산성의 논리도 존중돼야한다.

이를위해선 첫째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해서 수도권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산업의 입지도 사람들의 주거이전도 종국적으로는 개인적 선택에
맡겨야 한다.

민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뒤에서 잡아 당기거나 간섭을 해서는
안된다.

이런 측면에서 공단 조성관련제도와 수도권 공업입지규제 제도는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산업입지와 개발에 관한 법률과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의 개정도
필요하다.

현행 수도권 정비법상의 3개 권역별 차등규제 역시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공업입지적 배려보다 다분히 임의의 선을 획정해놓고 공장신증축과
이전을 막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공장이 새로 들어설 때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지만 이전공장의
입지와 기존공장의 확장에 대해선 규제를 대폭 풀어야 한다.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첨단산업은 근본적으로 대도시 입지형이다.

이를 규제하여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사멸시키는 정책은
지양돼야 한다.

둘째 지방화의 논리다.

언제까지 지방의 계획과 개발을 중앙정부의 하향적 독선적 논리에
의해 끌고 나갈 수 없다.

수도권 정책을 전환할 경우 규제를 푸는 것이고 다른 지방을 더욱
낙후시킬 것이라는 기존 부정적 시각을 버려야 한다.

수도권 정책을 바꾸는 것은 현재까지 도매금으로 규제함으로써 나타나는
모순을 극복하자는 것이다.

이제 원론적 거시적 수도권 정책에서 각론적 미시적 수도권 정책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수도권도 모든 것을 독식하려는 거식증에서 벗어나야한다.

다른 지방에 내줄 것은 과감하게 이양하고 선택적으로 개발을 해야한다.

개발과 보존이 조화를 이루는 자조적 발전을 추구해야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