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의 서해안 시대가 열리고 있다.

최근 국내 철강업체들이 잇달아 아산만 주변에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벌이며
공장건설에 나서고 있어 이 지역이 철강산업의 "메카"로, 포항 광양에 이어
"제3의 철강단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아산만 철강시대를 처음으로 연 업체는 한보철강.

한보는 아산만 110만평 부지를 매립해 연산 700만t(조강기준)규모의
당진제철소를 건설중이다.

총 투자규모는 4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미 지난해 6월 1조2,000억원이 투입된 1단계 공사를 완료했다.

현재 이 제철소에선 연간 100만t의 철근등 봉강제품과 200만t 정도의
핫코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용융환원제철법의 코렉스공장 150만t짜리와 같은 규모의 열연공장 건설
공사가 내년초 완공예정으로 한창 진행중이다.

또 아산만 고대공단에 <>동부제강이 냉연 130만t <>연합철강 냉연 130만t
<>동국제강 열연 150만t씩의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들 3개 업체는 공동으로 바다를 메워 공장부지와 항만시설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제철도 아산만 국가공단내 포승지구에 총 6,000여억원을 투자해
스테인리스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의 설비확장과 소재(스테인리스 열연강판)의 자체조달
을 위해 이 곳에 연산 30만t의 스테인리스 열연과 15만t의 스테인리스 냉연
공장을 건설키로 최근 확정한 것이다.

여기서 생산된 스테인리스 열연 30만t중 15만t은 현지에서 냉연으로 가공
하고 나머지 15만t은 인천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의 소재로 공급한다는게
인천제철의 계획이다.

이밖에 환영철강이 아산만에 연산 80만t의 철근공장을 건립중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설비투자가 확정된 프로젝트만 따져도 오는 2000년
아산만 지역의 철강생산 규모는 연 1,000만t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미 공장설립을 추진중이 기업들이 당초 계획보다 공장 규모를
더욱 늘리는 추세여서 아산만의 총 철강생산량은 1,500만t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부지 규모면에선 총 600만평 이상의 철강단지가 조성될 전망이다.

한보의 110만평 말고도 인근에 석문공단 370만평, 고대공단 70만평,
부곡공단 50만평을 포함하면 그렇다.

그렇다면 왜 철강업체들이 서해안에 몰리고 있는가.

우선 물류와 수출전진기지로서의 지리적 장점을 꼽을 수 있다.

국내 최대시장인 경인지역과 가까울 뿐아니라 기아자동차등 철강 수요산
업체들이 인근 아산만 일대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철강제품의 물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입지조건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날로 시장이 커지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 지역 진출의 전진기지로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도 철강업체들의 서해안행을 부추기고 있다.

또 정부 차원의 서해안 개발의지도 한몫을 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서해안고속도로 건설등 서해안 지역개발을 서두르면서 수요
산업이 급속히 팽창해 철강산업의 서해안시대 개막을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 결과 아산만 지역에 모인 철강업체들의 기술개발 시너지 효과가 기대
된다.

박슬래브 공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한보철강을 필두로 혁신기술 개발붐이
일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이곳에 입주할 예정인 동국제강이나 동부제강등이 전기로를 통한
박슬래브 공장 신설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경우 전통적인 철강단지인 피츠버그에서 오하이오-미시간-
인디애나주로 철강업체들의 거점이 바뀌면서 미니밀등 혁신기술이 전파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아산만 철강시대엔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공장입지에 필요한 도로 항만 철도등 기본 인프라가 부족한 것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지리적 요건은 좋지만 배후시설이 미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곳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은 초기 투자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고 있다고 호소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긴요하다는 목소리다.

아산만을 중심으로 한 서해안이 포항 광양에 이어 철강신화의 요람이
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