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예산을 대형 국책사업에 집중시켜
경부 고속철도, 인천 국제공항 등 주요 국책사업의 내년도 사업비를 올해
보다 2~3배씩 대폭 늘리기로 한 것은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국책사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이같은 계획을 포함한 "21세기 SOC 종합대책"을 마련, 조만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한다.

SOC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국책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수 있게 한다.

만성적인 SOC부족으로 기업매출액의 17%에 달하는 연간 45조원의 물류비가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데도 중앙부처와 지방 자치단체간의 갈등,
환경 및 문화재보존 등의 이유로 대형 국책사업이 지연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SOC 확층을 국가 경쟁력강화를 위한 핵심과제로 인식
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지만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몇가지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무엇보다도 재원조달을 위해 민자유치책의 보완이 시급하다.

정부가 지난 94년 8월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유치 촉진법"을
제정한 뒤 민자유치사업 심의위의 승인을 거쳐 확정된 민자사업은 지금까지
35개 사업 28조원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영종도신공항 고속도로사업을 빼고는 구체적인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성과가 부진한 것은 장기사업이어서 위험도가 높고 엄청난 투자에
비해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금차관도입 허용, 세금감면, 부대사업 활성화 등을 요망하고
있으나 정부는 통화관리의 어려움 및 특혜시비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이제 정부와 업계는 이 문제로 더 이상 줄다리기를 할 것이 아니라 민자
유치사업의 근본 취지를 살리는 쪽으로 정책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다음 행정편의적 "특별법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진정한 갈등해소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올들어서만도 SOC특별법과 월드컵대회 유치에 따른 관광숙박시설 지원
특별법, 댐건설 촉진법, 접경지역 지원관리특별법 등 국책사업 추진을 돕기
위한 각종 특별법및 지원법의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이미 제정된 것까지 합하면 그야말로 개발과 관련된 특별법
홍수시대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각종 개발법은 지자체의 인허가권 배제와 민간의 토지수용권
부여, 상업차관도입 등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위헌소지가 있거나
형평성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신설 법령간에 중복되거나 특정 부처가
일방적으로 추진, 부처간에 마찰을 빚는 경우도 발생되고 있다.

물론 대형사업을 위해 특별법이 필요한 것은 인정하나 국책사업의 범위,
인허가 등의 규율에 신중해야 하며 지자체의 정당한 의견수렴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제는 정부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대형 국책사업에 21세기 국가생존이
걸려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적극 동참해야 할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