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기업들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치열한 세계 경제대전의 최일선을
맡고 있다.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값싸고 질좋은 상품을 만들어 하나라도 더 팔겠다고
적지에 뛰어드는 기업활동은 흡사 전투행위를 방불케 한다.

기업들만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각국 정부는 최전선의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병참력을 동원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규제철폐와 작은 정부의 실현을 통해
기업경영 환경을 개선하려는 각국 정부의 노력은 범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21세기 국가경영의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이 나라에서는 작은 정부와 규제철폐의 구호만 요란했지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족쇄들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들은
일관성을 결여한 채 우왕좌왕 갈피를 잡을수 없게 한다.

엊그제 발표된 해외에서의 신용카드사용 규제조치만 해도 그렇다.

해외경비 한도를 크게 늘리는 등의 외환제도 개혁조치를 취한지 7개월도
채 안돼 정책을 후퇴시키겠다고 하니 변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불과 몇개월 뒤에 나타날 부작용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애당초 전향적인
정책을 다룰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한다.

최근 큰 논쟁을 불러일으킨 신대기업정책도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된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한쪽에선 규제를 풀고 다른 한쪽에선 다시 죄는 정책이 엇갈려 나오면서
정책방향이 뭐가 뭔지 종잡을수 없게 한다.

정부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요구하기에 앞서 모든 정책과 행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또 한가지 정부가 명심해야 할 것은 이왕 규제를 풀 작정이라면 좀더
과감하게 선진국 수준으로 풀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모든 분야에서의 개방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며 따라서 탈규제에도
가속도가 붙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재정경제원도 인정했다시피 중앙정부의 규제완화 조치가 일선
행정기관까지 미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할 뿐더러 금융규제에서 보듯 대외
규제 보다는 오히려 대내 규제가 더 심한 경우도 많아 국내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규제완화는 이제 주장하는 쪽이나 듣는 쪽이나 모두 신물이 날 정도가
되었다.

경총 기협중앙회 등 6개 단체에 규제완화 신고센터가 설치, 운영되고
있으나 요즘엔 신고하는 기업도 거의 없다고 한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기업도 이젠 지친 것이다.

규제의 방법이 갈수록 고도화 지능화돼 가는 추세에서 이제 탈규제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고삐를 쥔 사람들의 의식의 문제로 바뀌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기업의 무한한 이기심은 정부 개입으로만 제어될수 있다고 믿는 규제
신봉자들에게 우리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뷰캐넌 교수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작은 정부일수록 더욱 큰 시장경제를 만들어 낼수 있다는게 역사적
교훈이다.

정부의 역할은 최소한의 안전망 구축에 국한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