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직원들은 요즘 오후 4시30분 퇴근하면 강남 일대의
영어학원으로 달려가기 빠쁘다.

토익강좌를 듣기 위해서다.

민간기업도 아닌 공기업에 느닷없이 영어공부 열풍이 불고 있는 것.

이는 한갑수가스공사사장이 지난달말 "과장급 이상 간부들은 내년까지
토익점수를 7백50점 이상으로 끌어 올리라"는 엄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만약 이 점수에 도달하지 못하면 지방사무소로 전출을 보내겠다"는
엄포와 함께.

이에따라 가스공사의 과장급 이상 간부 6백여명 대부분은 이달초부터
영어학원에 토익강좌를 등록했다.

물론 학원비는 회사에서 전액 지원을 해준다.

그러나 이것도 매달 목표점수를 달성하지 못하면 회수하겠다는 게
한사장의 방침이어서 직원들은 영어공부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40대 중반의 한 부장은 "대학 졸업후 20년만에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했다"며 "후배들한테 밀릴 수도 있다는 압박때문에 하루에 영어강좌
2개를 끊어 듣고 있다"고 말했다.

한사장이 직원들에게 영어공부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가스공사가
21세기 세계 초일류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업무 특성상
직원들의 외국어 구사능력이 필수적이란 생각때문"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한사장은 지난 3월22일 세계 초일류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하자는
"제2창업 선언식"을 올림픽 펜싱경기장에서 갖고 조기 출퇴근제와
집중근무시간제등 민간기업의 경영혁신 방안을 적극 도입해 시행중이기도
하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