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희영 < 항공대교수/경영학 >

국내 항공기산업 발전의 도약기를 주도한 것으로 기대를 모아 민항기
공동개발계획이 백지화 됐다.

경협을 논의하던 역사적인 한.중 정상회담 테이블때마다 요리하기 쉬운
메누로 다루어져 온게 바로 100석급 중형항공기 개발사업이었다.

21세기를 주도할 고부가가치의 첨단미래산업으로서 항공기산업의 비전을
제시하고 추진일정을 구상해 온 정부와 업계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막판 협상의 관건이 되어 온 최종조립지 결정문제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인해 협상실패의 충격이 다소 완화되었다고는 할수 있다.

그렇지만 양국간 공동개발사업의 순조로운 추진을 가정하고 이미 계획단계
부터 수백억의 투자를 해 놓고 있는 우리 업계의 초조감은 실로 클 수 밖에
없다.

돌이켜 보면 국제공동사업의 구조적 한계를 인식하고 차선의 대한들을
동시에 준비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중국은 80년대 중반에도 독일 DASA사와의 75석급 소형제트여객기 공동개발
사업을 설계완료시점에서 중단했던 전력까지도 충분히 주목했더라면 협상
과정에서 나름대로 차선의 대안들이 모색 될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원점으로 돌아온 중형항공기 개발사업,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와 업계의 고민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물러설 수 없는 현실"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다.

세계항공기시장의 진입은 어느 산업보다도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미래산업
의 도약을 의미할 뿐 아니라 극내산업의 고도화를 주도하는 첨병의 역할을
뜻한다.

또한 매년 우려가 높아가는 항공산업의 국제수지를 개선하는데에도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다소의 시행착오를 감수하더라도
부단히 추진되어야 한다.

2000년말에 예정되었던 최초의 민항기 인도계획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간
셈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이고 신중한 대안 모색에 나서야 할 것이다.

1차적인 대안으로는 무엇보다 새로운 협력파트너의 모색이다.

중국에 대한 집착으로 그동안 검토되지 않았던 러시아를 비롯한 동구권
일부 국가들, 아시아 국가중에서 유일하게 자국의 발전된 기술로항공의
선진화를 꿈꾸는 인도, 심지어 50석급을 전후한 기종인 YS-X 개발사업의
시장 재진입을 노리는 일본까지도 대안으로 검토할수 있을 것이다.

일단 사업성에 대한 검토와 국제공동개발사업의 기본틀을 마련해 놓은
현재로선 중국을 대체할만한 국제협력의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 나서는
방법이 기회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대안으로는 정부수준의 국제협력 차원에서 탈피하여 기술력이
인정되면서 구조적인 경영난을 겪고 있는 주요 제작사를 국내 항공기개발
조합(KCDC)이 인수하는 방안이 검토될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네덜란드의 포커사나 스웨덴의 사브사 등도 검토의 대상이
될수 있을 것이다.

M&A를 통한 항공기 개발은 막대한 자본적 지출에도 불구하고 기술이전의
효과가 가장 높고 또한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세번째로는 독자적인 모델의 개발과 생산을 들수 있다.

현재의 국내 기술수준만으로는 개념설정과 개발단계부터 최종적인 시스템
인테그레션에 이르는 일련의 개발사업에 무리가 뒤따를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개발기간을 충분히 확장하고 핵심기술의 이전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동구권 국가들의 기술과 핵심인력을 활용한다면 막대한 유출을 억제하면서도
효과적인 기술축적을 기대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안들의 모색과 논의에도 또다른 전제가 필요하다.

일단 실패를 맛본 100석급 중형항공기의 한.중공동개발사업의 준비과정에서
이미 발생한 고정비 투자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개발 항공기의 규모(class)에 대한 결정도 신축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이미 네덜란드의 포커사와 영국의 BAe 가 경쟁하고있고, 미국의 보잉사와
맥도널 더글라스사도 시정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100석급 시장에서, 잠재력이
풍부한 중국시장을 포기한 상태임을 감안한다면 지금부터 시장분석을 새로
시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당초 중형항공기 개발사업이 논의되기 이전까지 국내의 업계와 연구기관들
에서는 50석급의 커뮤터항공기가 오히려 우리나라의 항공기산업을 선도할
주체로 인식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협상 초기 중국측의 요청과 정치권의 판단에 의해 50석급의 중급 터보프롭
기종에서 100석급의 제트기종으로 전환되었던 것을 감안할때, 50석급의
시장구조아 잠재수요를 분석해 보는 것은 대안 모색에도 지침을 제공할
것으로 생각된다.

50석급의 세계항공기시장은 비록 일본이 YS-X 개발사업으로 진입을 준비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틉새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업계로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경험한 이번 국제공동개발사업의 실패가
던지는 교훈은 분명하다.

막대한 개발비와 기술적 불확실성, 그리고 장기간에 걸친 자본의 회수
등으로 엄청난 투자위험이 수반되는 항공기사업에는 철저한 경제의 논리에
입각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제품서계단계에서 사업의 주체인 업체와 전문연구기관의 기술적 검토와
시장분석보다 오히려 협력대상국과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우선으로 하는
경우, 실질적인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마찰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모쪼록 이번 중형항공기 개발계획의 무산을 앞으로 전개될 국제공동개발
사업을 위한 수업료를 지불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될듯
싶다.

60년대초 YS-11 커뮤터가 개발실패 이후 부품중심으로 전환, 독자적인
여객기 개발사업을 포기했던 일본이 시장 재진입을 시도가히까지 30년이
걸렸음을 상기하면 이번 협상의 결렬은 충분히 있을수 있는 시행착오인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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