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금시장이 난기류에 휩싸이면서 시중 실세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연 10%대를 기록했던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오름세를 지속해 12%선에 육박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올 하반기에도 금리상승세가 계속될까, 아니면 안정될까.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지난 10일 현재 말잔기준으로 총통화증가율이 16.4%에
달해 불과 몇달 전의 13~14%에 비해 통화수위가 크게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조만간 통화당국이 통화환수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예상 아래
일부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나서 금리상승을 부채질
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한국은행은 통화수위 상승을 신탁제도개편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돌리고 통화환수의 필요성을 부인하고 있다.

심지어 신탁계정에서 환류된 자금을 감안해 총통화증가율 목표대를 상향
조정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재정경제원도 통화환수를 포함한 총수요관리 정책은 가뜩이나 하강세인
경기흐름을 더욱 냉각시키고 금리상승만 자극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우리도 지금 단계에서 통화환수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의 금리상승및 총통화증가를 신탁제도개편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한 시각이라고 본다.

그보다는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접어들고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면서
일시적으로 늘어난 기업의 운전자금 수요가 은행을 비롯한 간접 금융기관
으로 몰린 탓으로 풀이된다.

경기전망이 불투명하고 수출도 부진한 까닭에 직접금융 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까지의 수출호조로 기업자금사정이 풍부한 가운데 통화공급도
넉넉해 시중 유동성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그런 가운데 신탁제도 개편으로 부동자금의 이동이 촉발됨에 따라 일시적
으로 금리상승을 부추긴 측면도 없지 않다.

게다가 개인 저축률마저 지난 94년의 33.0%에서 지난해에는 29.9%로
떨어져 국내 자본조달이 그만큼 줄었다.

이처럼 자금수급이 경기흐름과 함께 변했기 때문에 시중 실세금리가
당분간은 12% 안팎에 머물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통화당국의 정책여하에 따라서는 일시적으로 좀더 오를 수도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생산감축및 재고조정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줄고 금리도
하향 안정될 전망이다.

한가지 변수는 하반기중에 확대될 외국인 주식투자한도로 외자유입이
증가하면 물가 주가 금리 환율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하는 점이다.

일단은 주가상승및 금리안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환율절상 압력이 가중되고 통화관리 부담도 커질수 있다.

이렇게 되면 물가안정을 위한 총수요관리가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는 다시 명목금리 상승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이같은 자금시장의 악순환을 피하려면 수출촉진, 저축증대, 과소비자제
등을 통해 거시경제 안정기조를 튼튼히 하고 물가안정을 다지는 것이
지름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