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통신 네트워크를 결합한 소위 전산망을 통해 이루어지는
금융거래가 우리 국민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지급결제수단이 다양화하고 고도화하기 때문이다.

다시말하면 그동안 현금이나 수표등 종이에 의존하던 개인과 기업의 지급
결제가 점차 종이가 아닌 매체, 즉 온라인 송금, 타행환, 계좌이체 등
전산매체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증권시장에서의 유가증권 매매도 전산망을 통해 신속.정확하게
대량으로 이루어진다.

반면 각종 금융 리스크가 증대하고 금융전산망의 장애나 재해 또는 정보의
유출에 의한 경제적 사회적 파급 영향은 더욱 커지게 된다.

특히 전산망의 장애나 재해에 따른 지급결제의 불능사태는 우리 국민생활과
국민경제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된다.

최근 증권전산시스템의 장애발생으로 주식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한바 있다.

근래 그 빈도와 정도가 크게 문제되지 않고 있지만 은행에서도 전산
장애에 따른 일시적인 창구 기능 마비사태가 가끔 발생한다.

금융전산망의 이러한 일시적 장애는 하드웨어 또는 소프트웨어의 과다
부하나 테스트환경의 미흡등을 원인으로 일어나는데 단시간에 복구가 가능
하기 때문에 파급 영향도 비교적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산망의 마비가 일시적 장애에 의한 것이 아니고 화재나 천재지변
또는 의도적인 전복기도 등 재난(catastrophe)에 기인한 것이라면 문제는
아주 심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재난에 의한 전산장애는 그 복구를 위해 수개월 또는
그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되므로 그 폐해는 고객 불편이나 불이익 차원을
넘어 심대한 국민경제적 파급영향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주전산센터는 단일 장소에 설치된 소위 싱글
사이트 시스템(single site system) 형태이다.

물론 주전산시스템은 일시적 장애에 대비하여 하드웨어 또는 소프트웨어에
의한 자체적인 백업시스템(back-up system), 즉 보완체제를 구비하고 있다.

그러나 단일 주전산센터 전체에 심각한 재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이에
대비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조속히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보완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단일센터에 의한 중앙집중식 전산시스템을 2중센터에
의한 지역분산식체제, 즉 듀얼 사이트 백업(dual site back-up)으로 전환
하여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 센터에 불의의 재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다른 센터에서
백업할 수 있게 된다.

물론 2중 백업체제로의 전환에는 상당한 투자예산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두개의 센터 시스템이 동시에 가동되는 핫 사이트 백업(hot site
back-up) 방식을 채택하고 또 단계적으로 추진할 경우 추가적인 부담은
최소화할 수 있고 사실상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이 되지않을 수 있다.

문제는 결국 사안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과 의지에 달린 것이다.

필자는 외국의 금융전산망 듀얼 사이트 백업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수년전
미국의 국제금융결제 중계기관인 CHIPS 와 뉴욕증권시장의 전산 처리기관인
SIAC를 방문하여 유익한 견문과 시사점을 얻은 바 있다.

첫째 이들 기관은 격지간에 두개의 지역분산 백업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중대한 재해발생시에도 단 몇분이면 그 거대한 시스템의 복구가 가능한
완벽한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 두개의 전산센터는 핫 사이트 백업방식을 채택하여 기능별로 주전산
기능과 백업기능을 동시에 상호 교차적 보완적으로 수행하는 체제를 구축함
으로써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백업의 개념이 단순히 컴퓨터시스템에
국한되지 않고, 예를 들면 정전시에 대비한 UPS가동을 위한 연료까지도
경유와 가스의 겸용으로 2중화하여 백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복수의 통신회사를 통해 통신네트워크를 경로변경-다중화하여
구축하고 있다.

유럽및 일본의 금융전산망도 단독전용, 공동이용 또는 상호이용등 형태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2중백업체제를 갖추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전산망을 통한 금융거래량이 급속히 증가하고 금융
전산망의 국민경제적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우리나라의
금융전산망도 그 운영효율을 극대화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이다.

일시적인 전산망 장애는 개별 금융기관과 공동전산망의 하드웨어 또는
소프트웨어의 적정용량을 확보하고 테스트환경을 보완하며 금융기관간의
공조체제를 강화함으로써 크게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문제는 금융기관전산망의 백업체제를 지역분산형
2중체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이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두말할것도 없이 불의의 재난에 대한 대비가 없는 상태에서
재해가 발생, 전산망이 마비될 경우 단기간에 복구가 불가능할 뿐더러
그 폐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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