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모스크바시내 식료품시장 점두에 다음과 같은 벽보가 붙었다
한다.

"고기 통조림 6월16일까지 염가판매 설탕 밀가루 소세지는 16일이후면
품절 됩니다"

16일 투표하는 대통령선거에서 공산당이 이기면 통제경제로 되돌아갈
것이므로 품귀현상에 대비해 미리 사두라는 광고이다.

약삭빠른 상인들의 상술이지만 그렇다고 시민들이 패닉에 빠져 매점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모스크바, 상트 페테르부르크등 대도시는 보리스 옐친 현대통령이
우세한 지역이고 경제난으로 고통을 겪고있는 지방이나 고령자 등
연금생활자는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이번 러시아 대선에 출마한 후보는 모두 11명이나 되지만 싸움은
옐친과 주가느포두후보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그간 열세로 관측됐던 옐친후보가 투표일을 앞두고 지지율이 상승하게된
이유는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때문"이고 "공산당보다 옐친쪽이 낫다고
생각된것은 결국 주가노프 덕이라고 할수 있다"고 역사학자 프르만은
분석한다.

반면 주가노프 지지의 기반은 "옐친정권하에서의 경제적 혼란이
공산주의를 불러들였으므로 결국 옐친이 주가노프의 인기를 만들어
준 셈이라고 평가한다.

옐친과 주가노프는 서로 기묘한 정치적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할수
있다.

옐친은 "밝은 미래" "범죄없는 사회" "최저임금.연금의 인상" 등을
공약했고 또 매일처럼 대통령령을 공포한다.

그 중엔 "로서아 대백과사전을 편찬한다"는 대통령령마저 있다.

한편 주가노프는 "작은 민간기업의 보호" "무리한 국영화는 하지
않는다" "학교교육과 의료의 무료화를 부활한다"는 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젊은이가 아파트를 구입할수 있게 론제도를 준비한다"는 공약은
서로 똑같지만 원래 공산당의 논리라면 주택은 무료가 돼야하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다.

이번 러시아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지 뚜껑을 열어 봐야 알수있다.

그동안 여러조사기관에서 몇차례나 여론조사를 했지만 신방성엔
문제가 있었다.

여론조사 기술이 낙후돼 있을 뿐 아니라 러시아 국민은 반정부 의견
표명은 하지않도록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만일 1차투표에서 아무도 유효투표의 과반득표를 하지 못하면 2차
결선투표에서 결판을 내게 된다.

모두들 "러시아 대선은 남의 일이 아니다"고 말한다.

만약 공산당이 집권하게 되면 다시 냉전체제로 부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로선 한층 러시아 국민의 선택을
주목하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