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탈출한 조종사 과학자 방송작가의 기자회견은 체제에 대한 회의와
현실불만으로 북한내부의 균열이 점차 심화되고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일반 주민뿐만 아니라 전문가등 상층구조까지 노동당의 독단 부패등
사회적 낙후로 인하여 불만이 가득차 있으며 정신적 갈등을 겪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북한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회견내용중 특히 관심을 가지고 보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것은 북한체제의 부패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

과학자들은 연구보다는 당간부를 매수해 외국으로 나가 근무하기만을
궁리하고 있으며 귀국동포 자녀라는 이유로 김일성대학에 불합격되는등
불이익을 받아 북한 사회에 환멸을 느꼈다고 정갑열씨는 말하였다.

미그기를 몰고 귀순한 이철수대위도 당간부와 고위관리만 잘살고
돈과 뇌물을 바치지 않으면 자신의 꿈을 펼 칠수 없는 부정부패사회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귀순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보고 북한체제의 부조리에 대하여 우리가
질책이나 우월감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 간다.

과연 북한 탈출 귀순자들이 앞으로 남한에 살면서 북한체제에서 느낀
것과 같은 환멸을 느끼지 않으리라고 단언할 수 없는 것이다.

남한에서도 북한탈출 지식층이 느낀것과 같은, 사회제도의 불합리와
불공평으로 인하여 심한 박탈감과 불만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지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할 것이다.

공직자 뇌물비리, 정부정책의 미비로 인하여 재산권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등등 부조리와 부패사례는 신문지상에만도 수두룩하게 등장하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북한지식층의 귀순을 계기로 북한체제의 동요만 심각하게 받아 들일게
아니라 우리체제의 그늘진 곳을 없애는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다.

이재황 <충북 청주시 금천동>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