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무영 < 비씨카드 대표이사 >

요즘 언론의 보도를 보면 우리나라의 신용사회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용카드사가 미성년자 또는 무자격자에게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하고
그 결과 연체가 발생하면 채권회수를 위해 사법기관에 고소, 고발을 남용함
으로써 해당기관의 업무 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 검찰이 불법, 허위카드
발급에 연루된 카드사 직원을 형사처벌까지 하겠다는 보도가 났다.

또 5개 시중은행의 3개월 이상 연체금액이 매년 1,000억이상씩 급증한다는
기사도 실렸다.

지난 4월에는 변칙가맹점에 의한 매출표대리 청구및 불법 현금대출이
극성을 부려 이러한 변칙가맹점을 제재하기 위해 가맹점가입시 현장 실사를
의무화하고 관련 가맹점정보의 교환을 활성화하는 방안과 함께 백화점에서
비밀번호 사용을 의무화하는 조치가 발표된 바 있다.

그리고 경상수지 적자의 주요한 원인이 해외여행경비의 증가에 있고 이는
신용카드 해외이용액 급증에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면 카드회사는 부실한 회원에 대해서 카드를 남발하고
그 결과 부실채권 증가로 골치를 썩히고 있다.

회원들은 현금융통및 무분별한 카드 과다 사용으로 상당수의 회원이 사기
또는 채득독촉을 위한 고소, 고발건에 연루되어 있는 실정이며, 가맹점은
세금 포탈을 위하여 매출전표를 유통하고 불법사채업자에게 이용당하는
상황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선진경제사회의 척도로서 자금흐름의 투명성을 높이고 개인신용의
중요성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개선하며 경제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신용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우리 모두의 당위론적인 목적이 흔들릴 수는 없다.

지금은 OECD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2020년 세계 7대 경제대국에 진입
한다는 장기 국가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자본주의 사회로서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에서 신용사회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 80년대 이후 급속히 보급된 신용카드
라고 생각된다.

1980년대 초반 보급되기 시작해 88년 서율올림픽을 전후로 급속히 확산되
신용카드는 95년에는 7개 카드전업사 기준으로 회원수 3,247만명에 카드
이용액 49조1,362억원에 이르러 카드이용액이 GNP에서 차지하는 정유비가
14.1%, 민간최종소비지출에서의 점유비는 36.1%에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에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또한 신용카드거래 확산은 실물거래의 실명화를 유도하여 공평과세의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문민정부 최대의 치적으로 평가되는 금융실명제를
보완하는 효과를 얻게됨에 따라 선진 경제사회 구축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지금의 혼란은 신용카드산업 발전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빠른 탓에
갖가지 문제점이 일시에 중첩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신용사회 경험이 부족해
개인신용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에 일어나는 과도기적
혼란으로 평가하고 싶다.

따라서 신용카드의 거래당사자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신속히 개선하여
국민복리를 증진할 수 있는 선진신용사회를 새로 구축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할 때라고 생각한다.

먼저 신용카드사는 회원의 자격심사를 엄밀하게 함으로써 무분별한 카드가
무분별하게 남발되는 현상을 억제해야 한다.

병원 공공서비스요금 등 생활밀착 업종에 대한 가맹점 유치활동을 적극
소개하고 다양한 고객편의서비스 개발은 물론 직불, 선불및 전자지갑 등과
같이 최첨단의 카드 신기술 개발에도 적극 노력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세계 주요 카드시장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카드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하여야 겠다.

또한 각종 변칙, 불법 신용카드거래를 조기에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운용함으로써 고객 피해를 방지하고 카드사의 건전성도 높일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회원들의 합리적인 태도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우선 자신의 경제능력에 맞는 합리적인 카드이용이 필요하며, 개인의
축적된 신용관리는 현대인이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요건
임을 인식해 자신의 신용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특히 카드혐금융통 등 불법적인 카드거래가 적발될 경우 자신의 신용에
결정적인 결격사유로 적용해 금융기관 거래등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는
점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신용카드 가맹성은 올바른 신용사회 정착을 위해서 많은 기여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더욱 더 많은 노력과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요즘 신용카드 관련문제의 상당부분이 변칙가맹점 색출에 맞추어져 있는
관계로 대다수의 건전한 가맹점이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어서 신용카드사
를 책임지고 있는 필자로서는 매우 송구스러운 심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변칙거래로 불법적인 초과이익을 얻고있는 가맹점들도
국세청및 카드사의 지속적인 정보교환과 적극적인 단속에 따라 강력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92년 10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히행함으로써 한국신용카드
발달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신용카드 전거래승인제도에 이어 신용카드
비밀번호(PIN) 사용의무화를 위한 시범실시가 올해 하반기중에 백화점업종
부터 시행하게 된다.

물론 회원과 가맹점입장에서는 약간의 불편이 더해 지겠지만 신용사회
정착에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수 있는 제도이므로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한 실정이다.

또한 정부당국도 신용카드의 순기능에 대한 명확한 인식를 바탕으로
신용카드가맹점의 가장 큰 애로사항중의 하나인 신용카드 거래금액 세원
노출에 따른 과다한 세금부담 우려를 해소해 줄수 있는 과감한 신용카드
거래 세금우대책과 근거과세 확보에 큰 도움이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용카드
이용고객에 대한일 정통의세액 공제제도를 신설하고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카드회사와 회원, 가맹점및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실천이 이루어지게 되면
그결실은 신용사회 성착으로 이어져 거시적으로는 건강한 국민경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고, 미시적으로는 카드 관련 수수료의 인하 또는 새로운 서비스,
제공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그 과실이 고객에게 환원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