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섭 < 한보경제연 연구위원 >

우리나라의 기업물류비는 91년 매출액대비 8.5%이던 것이 94년에는 14.3%로
5.8%포인트나 급증함으로써 놀랍게도 연평균 19% 증가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러한 물류비는 물류 선진국에 비해 1.5~2배 이상이나 높은 수치로서
국제경쟁력 강화에 최대의 걸림돌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기업물류가 이제 겨우 "사내화" 또는 대기업집단의
"그룹화" 단계를 지나고 있으며, 지구촌을 일관수송체계로 네트워크화한
선진국형 "국제화"는 물론 전국을 물류정보 시스템으로 연계한 "지역거점화"
내지는 "국내화" 수준에도 크게 못미치고 있음을 입증한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는 화물공차율 34%에 화물적재율은 51%에 불과하고,
어떤 실사에서 밝혀졌듯이 물류비용 10% 절감이 매출액 50% 증대와 맞먹는
이윤창출을 가져온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물류낙후가 경쟁력 약화의 주범으로
지목받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96년 국가경쟁력보고서"를
보더라도 우리나라 국제경쟁력은 46개국 중 27위로 낮고 분야별로는 국제화
(43위), 금융(40위)에 이어 물류비 상승의 근원이 되고 있는 사회간접자본
(SOC)경쟁력이 중하위권(34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 기업들의 물류체계 개선은 선택의 차원을 넘어 2000년대 지속
가능한 고도성장의 관건이며, 개선의 강도면에서도 전략 및 실행계획(Action
Program)의 수정 정도가 아닌 정부-업계-지자체 공동의 혁신적 차원에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불문하고 물류기반시설인 SOC가 경제력에
비해 턱없이 빈약하다.

이는 근본적으로 80년대 이후 국민경제의 예산배분이 잘못된데다 SOC 확충
을 국가가 독점해 온데서 비롯되고 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는 SOC 확충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외에 민자유치에
의한 SOC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가 추진중인 "국가기간통신망 구축계획"만 하더라도 363조원(94년
불변가격)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고 세수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민간기업의 자금력과 창의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외에 별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고, 정부는 이제라도 세제.금융상의 지원과 제반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사안에 따라서는 SOC 참여기업에 대해 일종의 "최소이익(이윤)보장"
방안을 제시해야만 한다.

물론 이것이 지본주의 본연의 시장경제원리및 국가사회적인 정당성에
부합하느냐의 논쟁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제 물류체계 개선은 선택의 문제
라기 보다는 생존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SOC의 구성면에서도 지나치게 도로운송에 치중되고 있는 물류수단을 철도
해상 항공, 그리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연계할수 있는 정보통신분야로 시급히
다양화시켜야만 한다.

이를 바탕으로 운송수단간 복합연계체계를 구축, 물류정보화 및 하역장비
자동화기반을 강화함으로써 선진국형 "일관수송시스템"을 조기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지나치게 세분화된 물류관련 업종구분및 업종별 인허가 등록요건을
대폭 완화함으로써 보다 경쟁적인 종합물류산업 육성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만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개별기업의 창의성과 함께 기업간의 연대 또는 제휴가
활발할 때에만 조화롭게 성장 발전할수 있다.

산업간 업종간 기업간의 제휴가 가장 요긴한 곳이 물류분야인데도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독자적인 물류체계에만 집착, 선진국형 "공동 집단물류
체계"는 극히 빈약하고 자가활동 물류비중이 85%까지 달하고 있다.

따라서 수송 보관 하역등 물류전반에 걸쳐 공동집단물류체계가 구축되어야
하며 최근 SOC및 정보통신 기간사업 참여에서 보여준 민간기업들의 사업
연대및 업무제휴(Business Alliance)활성화가 공동집단물류체계 구축에까지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물류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물류과정을 종합적으로 진단 설계 관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충원 또는 육성함으로써 본격적인 "물류경영" 전략을
펼쳐가야 할 것이다.

공동집단물류체계는 지역거점별 연계물류체계로 확대 구축되어야만 공동
수송 공동배송 공동보관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수 있다.

그리고 지방자치시대에 들어선 지금 지역거점별 연계물류체계는 정부 업계
지자체등 3 주체간의 긴밀협조와 원만한 역할분담이 뒷받침되어야만 전국적
인 활성화가 가능하다.

또한 전국적인 지역거점별 연계물류체계를 바탕으로 데이터전송교류망
(EDI)을 구축하는 한편 포장규격및 팔레트의 표준화를 조기 달성하고 하역
기기와 수송장비의 자동화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업계및 지자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일종의 "물류관리
기본법(가칭)"을 제정해 현재 다기화 중복화되고 실타래같이 얽혀 있는
물류관련 법령.제도, 소관부처, 역할분담을 명확 간소화함으로써 물류행정의
효율성을 높여가야 할 것이다.

굳이 물류기본법이 필요한 것은 물류관련 하드웨어및 소프트웨어(정보)체계
를 선진화하는데 있어 행정편의및 부처이기주의, 지자체의 지역이기주의,
기업및 산업.업종간의 비제휴 독선을 비교적 단기간 내에 가장 효과적으로
제어할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