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보 보물등 대표적 문화재들이 처음 해외나들이를 해 외국인들
에게 첫 선을 보인 것은 1957년말 미국 워싱턴 국립미술관에서 였다.

그때는 모두 195점의 문화재들이 미국의 대도시에서 순회전시돼
6.25전쟁으로만 알려진 비참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미국인들의
선입관을 씻어내는 문화외교사절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당시 민족의 문화유산인 문화재를 대량 반출하면서도 아무 손상이
없을 것을 전제로 해서 3,000만환짜리 보험에 들고 보험료는 현지미술관이
5,000달러씩 내는 조건이었다니 지금도 그 무모함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뒤이어 61년에는 유럽전시가 기획돼 런던 헤이그 파리에서도 한국
문화재들이 선을 보였다.

또 76년에는 5개월동안 도쿄 교토 후쿠오카에서 "한국미술5000년전"이
열렸고 79년에는 역시 "한국미술5000년전"이라는 이름으로 국보46점을
포함한 350여점의 문화재가 1년남짓 미국전역을 돌았다.

문화외교라는 것이 무시할수 없는 것이기는 해도 한국처럼 결코
돈으로는 환산할수 없는 대량의 문화유산을 해외로 이리저리 끌고
다닌 나라는 별로 없다.

7세기 작품으로 한국조각사의 백미로 꼽히는 국보83호 "금동미륵
보살반가상"이 아틀란타올림픽 문화행사인 "고리-다섯가지 열정전"에
선보이기 위해 내일 미국으로 떠난다.

76년 79년에 이어 세번째 해외나들이다.

근대올림픽 100주년을 기리기 위해 특별히 기획돼 오는 7월4일부터
9월29일까지 88일동안 아틀란타시의 하이미술관에서 열릴 이 전시회에는
31개국에서 인류미술사를 보여주는 대표적 걸작 128점이 출품된다.

인간의 다섯가지 감정에 따라 "사랑" "고뇌" "승리감" "환희" 등의
주제별로 구분된 이 전시회에서 한국의 "반가상"은 태국의 "산가사유상",
비잔치움의 "그리스도상", 스페인화가 엘 그레코의 "그리스도의 부활",
인도네시아의 "반야심경" 등과 함께 "경외"로 분류돼 전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함께 전시되는 작품의 면면으로 보아 한국의 국보인 "반가상"은
또 한번 전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켜 문화외교사절의 역할을 해낼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전시회에 한국처럼 국보를 선선히 내놓은 나라가 몇나라나
되는지는 의문이다.

때마친 박물관 건물이 헐리게 돼 지하수장고에 갇혀 버릴 판인데
400억원짜리 보험에 든뒤 훌훌 미국 여행을 떠나는 "반가상"은 역시
"운좋은 문화재"라고나 해야할는지.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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